"가공식품 물가상승 지속 전망... 국제 곡물시장 위기 대응 근본 정책개발 필요"
"가공식품 물가상승 지속 전망... 국제 곡물시장 위기 대응 근본 정책개발 필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8.10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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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관리자 60% "원재료 수급·물가 여건 가장 중요한 이슈...정부 지원수준 미흡" 지적
국내 곡물자급률 제고·해외 농업 개발·곡물 유통망 진입 사업 등 중장기적 설계로 추진돼야
농경연 김상효 박사 연구팀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분석 연구
올 하반기에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곡물시장 위기에 대응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승한 국제곡물 가격이 올 하반기에도 그대로 반영되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욱 빈번해지고, 이러한 외부 요인에 의한 높아진 국내 곡물가격은 흑해지역 곡물 생산 및 수출 능력 저하, 비료 등 농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정책 개발 등 대응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상효·김종진·주준형 박사 연구팀이 분석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물가는 ‘20년 3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1년 1분기에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3분기 2.2%에 이어 올해 2분기 7.6%나 급등하는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가공식품 물가는 수입곡물 가공품인 식품소재와 이의 2차 가공품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가공식품 물가상승의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누적 식품물가 파급 영향은 여타 요인보다 크며, 제분>제당>배합사료>전분 및 당류 순으로 가공식품 물가상승 기여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가공식품 부류별 물가상승률은 사료가 18.7%로 가장 컸고, 이어 제분 17.8%, 조미료 및 유지 10.1%, 제당 및 전분 9.0% 순이었다.

사료용 수입 밀과 옥수수, 대두는 배합사료로 가공돼 축산농가에 판매되며, 식용 밀과 옥수수, 대두, 원당 등은 각각 밀가루, 전분 및 당류, 식용유 등의 식품소재로 1차 가공 후 다시 면류나 과자 등으로 재가공돼 소비자에 판매된다.

따라서 수입곡물 가공품 중심의 물가상승은 2020년 하반기부터 지속돼온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의 영향으로 판단됐다.

올해 2분기 국제곡물 가격(IGC GOI 기준)은 작황 악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상승했는데, 이는 2020년 2분기보다 무려 84.2%나 오른 것이다. 

국제곡물 가격은 2015년 이후 안정세를 이어왔으나 코로나19, 미-중 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남미 등의 작황 악화로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뒤를 이은 각국의 식량 수출규제 조치로 급등했다.

이로써 올해 2분기 국제 밀, 옥수수, 대두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4.2%, 17.8%, 19.1% 올랐으며 이는 2020년 2분기보다 각각 93.5%, 106.7%, 94.4% 상승했다.

올해 2분기 곡물 수입가격(달러 기준)의 전년 동기 대비 밀 61.6%, 옥수수 17.0%, 콩 15.4%, 원당 19.7%, 쌀 7.2%가 상승했는데, 2020년과 비교할 경우 밀은 96.9%, 옥수수 89.8%, 콩 86.2%, 원당 41.3% 등 모두 80% 이상 올랐다.

국제곡물 수입가격은 2021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왔으며, 3분기에는 1분기 대비 약 30% 추가적 으로 오르지만 4분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연구팀이 업종(생산 품목 기준) 유형별 원재료비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8,727개 식품제조기업 중 주생산품목이 해당 업종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원재료비의 총원가(제조원가) 대비 비중을 산출한 결과 54~78%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급여 원가 비중이 업종별로 5.8~24.6% 수준임을 감안할 때, 식품제조업 경영에서 원재료비의 변동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2022년 1분기 가공식품 원재료별 가격상승률은 옥수수 35.8%, 대두(콩) 31.5%, 소맥(밀) 63.5%, 커피원두 71.3%, 원당 37.0%로 나타났으며, 생산품목(업종)별 원재료비 증가율은 업종에 따라 5.1∼47.8%로 추정됐다.

품목별 원가 상승률 추정 결과, 2022년 1분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공식품의 공급원가는 품목에 따라 약 3.0∼4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3% 이상~10% 미만: 빵류(3.0%), 음료류(3.3%), 과자류(7.5%) △10% 이상∼20% 미만: 면류(12.8%), 커피 및 코코아(17.9%) △20% 이상: 제당(23.4%), 식용유지(27.8%), 제분(41.5%) 등이다. 

올해 1분기 국제 원재료 가격이 2020년 1분기보다 45∼56% 상승함에 따라 해당 기간동안 가공식품 물가는 업종·부류별로 2.0∼21.8%의 상승 요인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요인보다 큰 수준이다. 

한편, 식품업계는 원재료 수급 및 물가 여건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응답하며, 정부의 지속적인 대응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기업 관리자급 154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 정도가 ‘원재료 수급 및 물가 여건’이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이슈라고 응답했다. 또 원재료 조달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치솟는 수입물가 수준을 감당하기에는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따라서 연구팀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제곡물 시장 위기는 국내 가공식품 산업의 생산활동 및 물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월 총 3조 1000억 규모의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식품에 대해 할당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 또는 면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특히 농식품 관련 10대 대책으로 △식품 원료 7대 할당관세 적용 △커피 및 코코아 원두 부가세 한시 면제 △단순가공식료품 부가세 한시 면제 △농축산물 할인쿠폰 확대 △밀가루 가격 안정 △사료 구매자금 1조 5천억 원 지원 △무기질 비료 가격 안정 △식품 가공업체 원료 매입자금 지원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자금 지원 △면세 농산물 공제 한도 한시 상향을 제시하고, 매주 1~2회 농식품 수급 상황 점검 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곡물시장 수급 여건이 양호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네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고곡가는 흑해지역 곡물 생산 및 수출 능력 저하, 비료 등 농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정책 개발 등 대응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농식품 물가의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불안정성 우려를 증대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국제곡물 위기 대응 수단 마련을 위한 국내 곡물자급률 제고,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망 진입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이 설계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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