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칼럼] ③ 생명을 다루는 농업의 치유 효과
[김종덕칼럼] ③ 생명을 다루는 농업의 치유 효과
  • 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 승인 2022.07.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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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군인의 '살상 트라우마'도 개선

최근들어 ‘치유’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몸과 정신의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나 영역으로 조리, 바느질, 목공, 원예, 영농 등이 주목되고 있다. 

이 중 농업(영농)은 치유의 중요한 영역이다. 대규모 영농이나 생계형 영농은 농민에게 치유는 커녕 고통을 주는 면도 없지 않지만, 농업은 살아있는 생명인 동식물을 다루고, 음식의 근간인 식재료를 만드는 신성한 활동이기에 치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재소자의 영농 체험은 재범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전역 군인 농장이 있다. 전쟁에 참여해 살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전역 군인들이 이곳 농장에서 몇 년간 영농을 하면 트라우마가 치유되기에 전역 군인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농업의 치유 효과에 주목해 등장한 분야가 사회적 농업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농장을 방문해 교육도 받고 영농 체험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또 영농을 배워 자립 기반을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치유와 관련된 영농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농업, 영농은 식량 생산이라는 주된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고용유지, 환경보전, 지역간 균형개발 등 비교역적 기능을 넘어 사람을 치유하는데도 기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의 소중함을 알고, 농업을 지키는 일에 힘써야한다.

5無 ‘자연농’ 통한 지속가능성 기대

최근 자연농으로 농사짓는 농부들이 한국자연농협회를 만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자연농은 무경운, 무농약, 무제초제, 무화학비료, 무퇴비라는 5무 기준을 지키는 영농이다.

대다수 농사를 지어 보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 5가지 기준 모두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농에 대해 엄두도 못낸다. 그럼에도 자연농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들이 있고, 이들이 마침내 한국자연농협회를 출범시켰다.

그간 몇차례에 걸쳐 자연농 하는 분들을 만났고, 그들의 농장에도 가보았다. 이들이 자연농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농에 적합한 땅을 만들었고,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노하우를 습득했으며, 농사에 임하는 철학과 사명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형 농업의 확산으로 점점 더 농사가 자연에서 멀어졌고, 땅이 오염되고, 산성화 및 사막화되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땅에서 수확한 농산물에 미네랄이 결핍될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연농이 시작은 작지만, 물방울이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자연농이 우리 농업의 큰 흐름이 되어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길 바란다.

'워라밸'은 제대로 된 음식 성찰부터

음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그러질 못한다. 가성비 높은 음식과 편리함을 중시하다 보니 상품으로 공급되는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위주의 음식을 먹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은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의해 먹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을 자기 통제하에 두어야 하는데, 남의 손, 그것도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에 맡기는 꼴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에게 식품은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들에게 땅을 배려하고, 농부를 배려하고, 소비자를 배려하는 음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슬로푸드 음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생활의 균형속에 삶을 즐기는 세대다. 직장이나 일에 종속되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 많은 젊은이들이 워라밸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음식을 전적으로 남에 맡기고, 대충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전혀 워라밸 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 주도하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사에 대해 성찰하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건강도, 우리의 농업도 지킬수 있다.

김종덕 회장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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