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칼럼] ② 지속가능성 파괴하는 공장식 축산... '슬로미트'가 해답
[김종덕 칼럼] ② 지속가능성 파괴하는 공장식 축산... '슬로미트'가 해답
  • 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 승인 2022.06.2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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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장

소득 수준과 육류 소비는 비례한다. 전세계적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민소득 증가와 더불어 육류 소비가 짧은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은 물론 국내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국내 농업생산액 기준 10위 품목에 곡물 중에선 쌀만 들었지만, 축산 분야는 돼지, 한육우, 육계, 우유, 계란, 오리 등 관련산업 전방위에 걸쳐 포함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중시되는 공장식 축산이 확산되고, 수입사료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집약적 육류 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은 자동화와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밀집 사육 탓에 가축들로 하여금 질병이나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들어 항생제 과용의 부작용을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돼지나 소의 경우 수컷의 생식기능을 없애는 거세가 보편화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인위적으로 성기능을 없애거나 중화시키는 거세는 주로 숫돼지나 숫소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사육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일반적으로 수소의 사육기간은 24개월 정도인데 반해, 거세우는 29~31개월, 생체중 750kg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료 공급을 통한 소의 지방량 증가가 가능하다.

거세우의 경우 도축시 전체무게의 10% 정도의 지방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세우는 사료 소비를 더 늘리고자 하는 사료업체의 이익과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를 만들고자 하는 축산업자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이 때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려 비만 상태의 건강하지 않은 소를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거세는 동물복지를 침해하는 행위다.

공장식 축산은 또 생산성이 높은 품종 위주로 사육함으로써 많은 품종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등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람들이 먹을 곡물을 동물들에게 공급해 식량부족과 물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축산농가의 자급사료 조달이 어려지면서 옥수수 콩 밀 등 곡물 사료의 수입으로 인해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19.8%로 떨어지고, 외화낭비와 GMO(유전자변형작물) 소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 축산과 비교했을 때 공장식 축산은 농업과의 연결이 매우 약하다. 전통 축산에서는 농업부산물이 축산에 이용되고, 축산 부산물이 농업에 이용됐다. 농업과 축산이 긴밀하게 연결됐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서는 농업과 연결이 약화됐다. 축산의 전문화가 이뤄졌을 지언정 축산의 부산물(분뇨) 등이 영농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비추어 볼 때, 공장식 축산은 한마디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기 소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산 축산 사료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모작이 가능한 농경지에 사료작물을 심어 자급률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자급사료를 사용하는 소규모 축산농가를 갖은 방법으로 규제해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 이러한 방안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답을 내놓을 때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종의 다양성을 해치고 생태 및 환경 파괴, 동물복지나 윤리 차원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공장식 축산을 지양하고 소규모 축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한다. 아울러 육류 소비를 줄이는 슬로미트(Slow Meat)를 주창하고 있다. 슬로미트는 고기 소비를 줄이고(less), 양질의 고기를 먹으며(better), 지역 고기(local)를 먹자는 운동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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