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칼럼] ① 푸드시스템 바꾸는 '슬로푸드 운동'
[김종덕 칼럼] ① 푸드시스템 바꾸는 '슬로푸드 운동'
  • 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 승인 2022.06.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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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을 먹고 즐기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권리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인 식량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식량정의이며, 식량정의를 통해 식량평화를 이룰 수 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김종덕 회장의 말이다. 협회 창립때부터 줄곧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뿌리내리게 한 그는 2013년 9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슬로푸드 국제대회 컨퍼런스에서 ‘음식과 정의, 평화’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이윤만을 위한 먹을거리 생산으로 종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농업의 산업화를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농업에 공장식 효율성을 도입해 기계와 농약이 농민의 일을 대체하면서 영농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잃는 것은 물론 농민의 비중이 크게 줄어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이 농업과 먹을거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직시하고, 농민과 더불어 공동생산자가 되어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을거리 복원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이유이다. 한국식품정보신문_푸드아이콘은 “농민 없이 농업 없고, 농업 없이 먹을거리 없다.”는 김종덕 회장의 농업과 농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슬로푸드 정신을 담은 칼럼을 연재한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주>

김종덕 회장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은 전세계 160개 국가에서 전개하고 있는 바른 먹을거리 캠페인이다. 국제슬로푸드협회 본부는 이탈리아 브라에 있고, 슬로푸드 한국협회는 국제기구와 연대해 한국의 슬로푸드 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우리나라처럼 국가 수준의 슬로푸드 조직이 있는 나라는 모두 11개국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12월 슬로푸드문화원 개설을 계기로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됐으며, 2014년 5월 슬로푸드 한국협회 출범과 함께 본격화했다.

슬로푸드 한국협회는 ‘온전한 음식’,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첫째, 사라지고 있는 종자와 음식을 맛의 방주에 등재하는 것이다. 맛의 방주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 개념을 도입해, 전 세계 문화와 전통이 깃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재료, 음식을 찾아 식문화 유산을 지켜나가는 국제 프로젝트다. 2021년 12월 기준 전 세계 150개국 5,428종이, 한국에서는 '제주푸른콩'을 비롯해 105종이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둘째, <차마시는 사회> <슬로피쉬> <조리하는 대한민국> <GMO 반대> 캠페인을 전개한다. 셋째, 짝수년도에 이태리에서 열린 테라마드레(Terra Madre) 행사에 참가해 한국의 슬로푸드를 널리 알리고, 국제 네트워크와 관계를 강화한다. 넷째, 회원과 지부와의 소통을 위해 SNS 활동을 확대하고, 음식으로 소통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다섯째, 청년 없는 슬로푸드운동은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청년들의 슬로푸드 활동을 응원하고 지원한다. 여섯째, 슬로푸드한국협회 산하 슬로푸드문화원이 진행하는 '식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슬로푸드 한국협회가 이러한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에 관심을 갖고 생물다양성은 물론 문화, 음식, 언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일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지구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슬로푸드 운동에서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끝없는 물질 추구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슬로푸드 미각 교육의 원칙중 하나가 즐거움인 이유도 즐거울 때 교육의 효율성이 최고에 달하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이 목표로 하는 것,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농업을 복원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기에 포기도 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슬로푸드 회원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첫째, 이 일 자체가 가치있고 의미있기 때문이다. 결코 중단할 수 없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슬로푸드 철학이 즐겁게, 헌신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재정을 지원하는 마음이 따뜻한 독지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 현안과 문제를 국제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고,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젊은이들, 슬로 청춘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을 통해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음식을 접하고, 무엇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물려주는 뜻깊은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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