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낙농제도 개편' 어떻게 풀까? 새 정부 행보에 초미 관심
[핫이슈] '낙농제도 개편' 어떻게 풀까? 새 정부 행보에 초미 관심
  • 김현옥 / 강영우 기자
  • 승인 2022.05.10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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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장관 매듭 못 짓고 정황근 신임 장관에 공 넘겨
국회 등 정치권 "생산자와 충분히 소통해야" 강조
낙농가단체 "독재 계속시 납유 거부 등 사생결단 투쟁 강행"
유업계 "생산비 무조건 반영하는 연동제 불합리성 개선 시급"

낙농 및 유가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이 새로 출범한 윤석렬 정부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그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초 작년말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용도별 원유가격 차등제’를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생산자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지연되던 중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초 낙농진흥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단체인 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가 국회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10일 현재 84일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파면' 요구 등 정치권을 상대로 필사즉생 삭발농성을 벌이며 농민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연동방식의 현 원유가격제도로는 국내 낙농 및 유업계가 더 이상 선진낙농국들과의 자유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8월부터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외에도 학계와 유관기관까지 포함시킨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관이 위원장을 맡아 제도개선을 직접 추진해 왔다.

낙농산업 중장기발전방안에는 낙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낙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생산비 연동제 등 원유의 가격결정 및 거래 체계 개편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생산비 절감 △연구개발 및 정부예산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낙농발전위원회는 생산자들의 반발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급기야 국회앞 천막농성과 총궐기대회 등으로 파행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변경을 통해 정부직권으로 제도개선을 강행하려 했으나 이사회 소집권을 가진 낙농진흥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무산됐다.

이러한 정부의 낙농제도 개선 움직임은 유가공업체들의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유가공협회의 의견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낙농가들은 농식품부가 전직 관료 출신인 유가공협회장과 결탁해 유업계에 유리하게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공협회는 농식품부 축산국장 출신의 이창범 회장이 지난해 3월 부임한 후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며, 생산농가 대표 7인이 포함된 재적이사 15명 중 ‘2/3’가 참석해야 개의할 수 있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1/3’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껏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정부의 낙농제도 개선안에 유업계가 동조하는 모양새인 가운데,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시기에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게 되자 정부는 정부대로, 이해관계가 민감한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 역시 각자 아전인수식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처한 입장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낙농제도 개편안은 이제 새 정부의 정황근 신임 농식품부장관에게 주사위가 던져졌다. 8일 당시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낙농대책 문제는 예외 없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펼쳐졌고, 정 후보자는 “용도별차등가격제로의 개편은 불가피하지만 낙농가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낙농가들의 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낙농제도 개선 반대 농성 중인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만약 새정부에서도 농정독재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낙농가를 억압한다면 제2차 대규모 상경집회와 납유거부 등 사생결단 투쟁을 전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 장관 이번 사태의 핵심이 불통에 의한 농정독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해 낙농가와 함께 잘못 끼워진 첫단추부터 다시 끼워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업계는 낙농제도 개편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상태여서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하던 방식은 일단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한 결정은 상임이사인 진흥회장이 공석인 관계로 이사회 구성원 총 15명 중 14명이 투표하더라도 찬성(유가공협회1, 유업체3, 학계1, 소비자1)과 반대(농협경제지주4, 낙농육우협회3)가 같은 수로 나뉘는 구조여서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용도별차등가격제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새 정부가 낙농가의 연동제 고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달 말 통계청의 원유생산비 발표 이후 연동제 원칙에 따은 원유가격 협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 유업계는 원유생산비가 올랐다 하더라도 이미 작년에 우유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또다시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생산자와 협상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과거 생산자들이 원유가격 협상이 불리할 때 사용한 이사회 보이콧 전략을 이제는 유업계에서 거꾸로 이용해야할 형편이다.

유업계는 당장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보다는 생산비에 따라 원유가격이 무조건 올라가는 현행 연동제의 불합리성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일(oil)을 제외한 그 어떠한 원자재도 시장 가격에 맡겨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용도별차등가격제의 경우 농가별 원유 품질이나 쿼터, 규모, 경쟁력이 모두 다르고, 수요자인 유업체도 회사마다 유제품 포트폴리오와 지역별 농가분포가 달라 구조적으로 평등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후속 논의가 필요한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지난 1월 경영비 등을 고려해서 가공유 가격은 800원, 음용유는 1100원 수준에서 조정하는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동제 폐지를 언급해 생산자단체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생산자들은 당초 4월초 국회 농성장을 철수하려 했으나 통계청의 우유생산비 발표 이후 협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8월 초까지는 긴장감을 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낙농가와 상생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농식품부가 국회 보고절차 없이 만든 용도별차등가격제는 폐지해야 한다"며 "유통 마진이나 다른 요소들은 외면한 채 물가를 잡겠다고 낙농가를 잡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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