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농진청 개발 전통주 특별전시회에 가보니... 개성 만점 맛·향 내뿜는 22종 선보여
[르포] 농진청 개발 전통주 특별전시회에 가보니... 개성 만점 맛·향 내뿜는 22종 선보여
  • 김현옥/김민 기자
  • 승인 2022.04.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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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갤러리 한 가운데에 마련된 농진청 개발 전통주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시음하고 있다.

서울 북촌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맛과 향이 제각각인 전통주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통주갤러리가 있다. 

전통주갤러리(관장 남선희)는 원래 강남에 있다가 올초 북촌으로 이전해 새 둥지는 틀었는데, 한옥들이 멋을 뽐내는 주변 환경과 전통주의 이미지가 더욱 잘 어울려 '우리 것'에 대한 느낌이 좋다.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농촌진흥청 기술이전 전통주 제품 특별전시회’와 때맞춰 전통주갤러리를 방문했다. 전시회는 양조업체에게는 생산 원료 품종의 다양성을 알리고, 소비자에게는 원료를 직접 만져보고 제품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전시장에는 보다 효과적인 홍보 행사를 위해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소속 강희윤 박사가 파견돼 있다. 증류주는 물론 막걸리 맥주 등 술만 연구하고 있는 강 박사는 “전통주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전통주의 정의부터 정확히 설명해준다.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강희윤 박사

그에 따르면 전통주는 △주류부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농어업경영체 또는 생산자단체가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지역특산주)이란 조건에 모두 합격해야만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전통주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되기 때문이다.

특별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자체 개발한 양조 기술로 산업화한 주류와 양조용 품종 22종이 선보였다. 산업체에 기술이전으로 생산된 제품 14종, 지역 소주 4종, 현장 접목연구 시제품 4종 등이다.

쌀을 첨가한 쌀맥주, 무독화 옻술, 국내 포도 품종 와인과 발포성 포도주, 공용 병 디자인 소주 같은 특색 있는 술 외에도 자연 탄산으로 청량감을 높인 탄산 막걸리, 고문헌을 통해 복원한 전통주, 누룩 유래 토착 발효 미생물을 이용한 한국형 청주와 증류식 소주가 눈길을 끌었다.

복분자 생강 흑삼 등을 원료로 만든 증류식 소주제품들
그림 속 동물을 달리해 지역 구분이 가능한 공용병 디자인 소주제품들
국산 수수로 만든 고량주(왼쪽)와 독특한 이름의 지역특산주 '토끼주' '신선주' 

 국립식량과학원의 양조용 쌀과 보리·수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양조용 포도 등 양조 가공용 품종도 전시됐다.

또한, 관능 평가 교육용으로 쓸 수 있는 향기(플레이버) 휠과 향기(플레이버) 키트도 전시해 전통주 연구 성과를 알리고, 양조장 대표에게 듣는 전통주 이야기, 기술이전 방법 토론회(세미나)를 열어 소비자와 함께하는 시간도 가졌다.

양조용 쌀 '가루미'와 이를 원료로 만든 맥주제품 '한옥마을'

양조용 쌀 ‘가루미’는 곡립경도가 일반 쌀의 1/3 수준으로 낮아 물에 불리지 않아도 가루로 만들기 쉽고, 생쌀 발효에 적합하다. 당이 남지 않는 완전 발효가 가능해 쌀 맥주 원료로 쓰이고 있다. 앞으로 전통주 양조용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호단’과 ‘강맥’

안동소주 '진맥'과 그 원료인 우주 품종
농진청 강희윤 박사가 맥주용 보리품종 호단과 강맥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맥주용 보리 '호단'과 '강맥'

맥주용 보리 ‘호단’과 ‘강맥’은 병 저항성과 쓰러짐에 강한 품종으로 정립률과 발아율이 높다. ‘호단’은 베타글루칸과 단백질 함량이 낮고, ‘강맥’은 밭 재배 시 수량성(6.2t/헥타르)이 많았으며 효소 역가가 높은 장점이 있다.

서울고량주 원료로 사용된 수수동안메(왼쪽)와 소담찰

양조용 수수 ‘동안메’는 양조 가공적성이 좋으며 항산화, 항당뇨 효과가 있는 유용성분이 들어있다. 키가 138cm 정도로 기계 수확이 가능하고, 수량(3.1t/헥타르)도 많은 편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동안메’에 고체발효 기술을 적용한 고량주 제조기술을 확립해 기술 이전했으며, 이를 통해 서울고량주 레드 제품이 출시됐다.

한국형 고품질 백포도주용 청수 품종과 이를 원료로 만든 와인제품 '청수'

양조용 포도 ‘청수’는 ‘세이벨9110’과 ‘힘로드’ 교배종으로 2008년 수입 포도주에 대응할 한국형 고품질 백포도주용 품종으로 재 선발됐다. 추위에 강하며 ‘캠벨얼리’가 재배되는 곳이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재배할 수 있다. 양조에 적합한 ‘청수’ 수확 시기는 9월 상순으로 산도 기준 0.7%(당도 17브릭스 이상)일 때가 최적기이다. 열대과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국 5개 광역단체의 양조장 28개소에서 ‘청수’를 활용한 화이트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농진청은 양조 기술의 과학적 연구로 고문헌 제조법을 현대화해 전통주를 복원하고 토착 양조 미생물을 선발, 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생쌀 발효법을 이용한 현장 접목 증류 기술, 탄산과 거품 막걸리 제조 기술, 고품질 포도주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지역별 맞춤형 제조 기술 상담과 기술이전으로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을 돕고 있다.

한편, 이번 특별전시회는 전통주갤러리가 북촌으로 이전한 후 처음 열리는 전시회다. 전통주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 진흥사업으로 운영되며,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 찾아가는 양조장 제품, 대한민국 식품명인 술 제품, 품질인증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전통주 전시를 비롯해 교육, 체험, 판매와 함께 전통주 자문, 상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이 3만여 명에 이른다.

남선희 전통주갤러리 관장

전통주갤러리 남선희 관장은 “이번 전시회는 국가 양조 연구기관의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 품종으로 만드는 전통주를 소개하는 자리이다”라며,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농업‧농촌의 활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송 진 과장은 “지역농산물이 양조용 가공 상품 원료로 소비됨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국산 양조용 품종 소비처 확대로 이어져 수입 대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농산물 소비 증진과 농가소득 증대를 유도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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