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6)-아라주는 딸기
[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6)-아라주는 딸기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12.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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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라동서 생산되는 딸기 브랜드...전국 두 곳의 노지재배 딸기 중 하나
단단한 과육과 높은 당도가 특징...음료·베이커리·디저트 등에 폭넓게 활용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수도권을 중심으로만 일어나는 일인 듯 싶지만, 제주도 역시 부동산 가격이 터무니없을 만큼 올랐다. 제주 이주 붐이 가라앉으면서 제주 인구는 자연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자본들도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연이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철수하면서 제주도에서의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제주 부동산 가격은 얼마간 주춤만 했을 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집만 지으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제주도도 점점 택지가 늘어가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과거 주거밀집지역의 한계선은 지금 제주지방법원 부근이었다. 마치 종착지점을 알리는 표지석처럼 제주지방법원 바로 앞에는 1980년대 이도주공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래서 이도주공아파트에서부터 한라산 위쪽으로는 전부가 딸기밭이었다고 제주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한다. 이젠 이도주공아파트에서부터 산 쪽으로 아주 멀리까지 주택과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섰으니 그만큼 딸기밭이 줄어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시설재배가 대세인 일반적인 딸기재배 방식과는 달리, 아라동 딸기는 노지재배를 쭉 이어오고 있다.(출처_제주이야기꾼젬마 블로그)

이도동 위쪽부터는 ‘아라동’인데 여기서 길러진 딸기에 브랜드를 ‘아라주는 딸기’라고 붙였다. 이름 한번 잘 지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얼마나 유명한지, 아라초등학교 방음벽에는 아예 온통 딸기 사진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라동이 딸기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1960년대 제주시험장에서 시험재배 후 제주시 화북동을 중심으로 노지재배가 이뤄졌으나, 주택건설 등 도시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아라동으로 주 재배지가 옮겨졌다.’(제주 과채류 재배의 역사, 이성돈, 헤드라인제주, 20.3.5)

'아라주는딸기'의 차별점은 노지재배 딸기라는 것이다. 하우스 안에서 수경재배나 고설재배 등 시설재배가 대세인 일반적인 딸기재배 방식과는 달리, 아라동 딸기는 노지재배를 쭉 이어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현재 노지딸기의 명맥을 이어오는 곳은 제주시 아라동과 전남 담양군 두 곳뿐이다.’(헤드라인제주 21.5.2)

노지딸기는 자연 그대로 자라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물론 아라동에도 시설재배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여전히 이 지역에서 노지 딸기를 고집하는 까닭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딸기 농사를 짓는 분들의 연령층이 점점 고령화된 까닭이 가장 크다. 이 분들은 새로운 변화와 방식을 수용하는데 아무래도 보수적이다보니 기존 방식으로 농사짓기를 더 편하게 여긴다. 게다가 새로운 시설을 들이려니 만만치 않은 자본이 들어가는데, 섣불리 그 길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점점 또 아라동에 택지가 늘어나면서 언제든 땅이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이분들의 여러 고민 속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럭저럭 현 상태를 유지하다가 더 이상 농사지을 기력이 안되면 그때가서 비싼 값에 밭을 팔거나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래저래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 풍경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라주는딸기’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알려서 유명세를 타게 만든 것은 오로지 농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었다. (출처_제주도청)

물론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하는 것은 아니다. 농부는 현실이 어떠하든 농사일에 있어서는 진심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아라주는 딸기’를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아라주는딸기’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알려서 유명세를 타게 만든 것은 오로지 농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었다.

제주에는 ‘아라주는 딸기’ 말고도 딸기 농사를 많이 짓는다. 그래서 제주에 살면서 딸기 맛을 볼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최근 육지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제주에서는 그 많은 카페들의 메뉴판에 ‘딸기 라떼’가 빠지지 않는다. 쓴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카페라떼’에서 갈아탄 것이 바로 ‘딸기라떼’다. 아주 인기없는 카페에서는 거의 딸기잼에다가 우유를 타주는 수준이지만 제철에는 정말 생딸기로 맛있게 갈아서 만들어주는 곳도 참 많다.

딸기는 음료 외에도 베이커리에도 많이 사용하는데다가 각종 디저트용으로도 활용되어 농업 중에 그나마 돈이 될만한 작물로 발돋움했다. (출처_비짓제주 모모제이 홍보사진)

음료 외에도 딸기는 베이커리에도 많이 사용하는데다가 각종 디저트용으로도 활용되어 딸기 수요가 여기저기서 늘면서 그나마 농업 중에 돈이 될만한 작물로 발돋움했다. 그래서 제주로 귀농한 이들이 처음에 딸기재배부터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딸기체험농장 같은 것도 병행하면서 6차 산업으로의 변모 가능성도 계속 실험하는 중이다. 

바라기는, 부디 이러한 도전들이 여기저기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려면 생산성 없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것보다야 딸기밭이 늘어나는 편이 훨씬 더 제주도답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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