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5)-초당 옥수수
[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5)-초당 옥수수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12.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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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당도 16~18 브릭스...찰옥수수의 2배, 사과 감귤 포도보다 달아
과일처럼 날 것으로 물에 씻어서 바로 먹어야...찌거나 삶으면 맛없어
2015년 월동채소 재배 후 뒷그루작물로 도입 후 '17년부터 본격 보급
2016년 제주도로 이주했던 때를 전후해 초당 옥수수가 제주 농가에 막 보급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옥수수를 별로 삶아본 경험이 없어 설탕 넣는걸 잊고 삶았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달았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건 과일인가 옥수수인가?”
제주도 초당옥수수를 처음 맛보고 과장 보태지 않고 정말 이 말부터 떠올랐다.

옥수수를 좋아하지만 제주에 와서 맛본 초당옥수수는 다른 옥수수와는 월등히 단맛이 두드러진다.

제주도 옥수수가 유명했던 것도 아니고, 이름부터가 ‘초당 옥수수’이니 당연히 초당두부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 인근 어디쯤에서 나오는 옥수수인 줄로만 알았다.
강원도 ‘강냉이’가 원체 유명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단맛이 월등해 ‘초당(超糖, Super sweet corn)’이었다.
그리고 초당옥수수는 현재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집에서 옥수수를 별로 삶아본 경험이 없는 아내가 서툰 솜씨로 초당옥수수를 삶아왔는데, 그만 삶을때 설탕이나 뉴슈가 같은 것을 일체 넣지 않았단다. 그런데 그 말을 듣기 전 이미 한입 베어물었는데 전혀 설탕을 안넣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설탕을 아주 많이 넣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제주에서도 초당옥수수가 널리 재배된 것은 최근에 들어서다.

‘제주에서는 1970년 이후 자가 소비를 위한 간식용 옥수수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일부 축산사료용 옥수수 재배가 이루어졌다. 간식용 옥수수는 찰옥수수, 단옥수수 등으로 나뉘는데 1990년대 이후 애월읍 수산리를 중심으로 단옥수수 20ha정도 재배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찰옥수수가 도입되면서 서부지역은 양배추 등 월동채소 후 작물로 2기작 재배가 이루어 졌으며 최근에는 구좌읍 일대의 당근과 성산읍 일대의 월동무를 재배한 후 뒷그루 작물로서 연작 장해와 소득이 낮은 문제점을 개선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 된다.’ (이성돈, 제주 과채류 재배의 역사, 헤드라인제주, 2020.03.05.)

초당옥수수는 일종의 단옥수수의 돌연변이다. 옥수수가 가진 당이 전분화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서 변이가 생겨 당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반 찰옥수수 당도가 평균 8브릭스(Brix, 100g당 당분 8g)인데 반해 초당옥수수는 16~18브릭스에 달한다. 심지어 21브릭스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과(12~14브릭스), 감귤(11~13브릭스) 보다도 훨씬 달고 심지어 포도(12~17)보다도 달다. 콜라의 당도가 11브릭스라고 하니 말 다했다.

제주도에 초당옥수수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15년이었다. 하지만 실제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2017년 경이다. 2016년 여름에 제주도로 이주한 필자는 2018년까지 초당옥수수의 존재를 잘 알지못했는데 아마도 그 무렵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니 정말 얼마 안된 일이다.

2016년 제주도로 이주했던 때를 전후해 초당 옥수수가 제주 농가에 막 보급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옥수수를 별로 삶아본 경험이 없어 설탕 넣는걸 잊고 삶았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달았다.

‘초당옥수수는 1982년 하니반탐9라는 품종이 수입돼 처음으로 국내에서 재배됐으며, 1992년 국내 육성 품종으로 초당옥1호가 개발됐다. 이어 2003년 감미옥, 사탕옥, 고당옥 등 신품종이 개발됐다. 하지만 초당옥1호가 개발됐을 당시, 초당옥수수는 토종 '찰옥수수'에 밀려 인기가 없었다. 제주에서는 2015년 월동채소 재배가 끝나고 뒷그루 작물로 재배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도 농업기술원에서 3개 농가를 선정해 조기 시범 재배를 시작했다. 초당옥수수는 온난한 기후에서 잘 자라 제주의 기후조건과 맞고, 재배기간도 3개월가량으로 짧아 양배추와 브로콜리, 콜라비 등 월동채소를 수확한 뒤 재배하기 적합했다. 조기 시범 재배가 이뤄진 초당옥수수는 2017년부터 전시포(전시장소) 실증사업 운영과 농협 협업사업 등을 통해 제주지역의 새로운 작물로 육성됐다. (중략) 제주지역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은 2015년 20㏊에서 올해 260㏊로 5년 새 18배가량 늘었다.’ (연합뉴스 2020.6.17.)

다만 개인적으로는 초당옥수수에 아쉬움이 있긴하다. 딱딱함이 느껴질 정도로 속이 꽉찬 탱글탱글한 찰옥수수의 식감이 초당옥수수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초당옥수수를 삶아놓으면 쭈글쭈글해진다. 엄지손가락으로 옥수수 알맹이를 세로줄로 한번에 제쳤을 때 아주 깔끔하게 떨어져 나오는 쾌감을 초당옥수수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초당옥수수는 그렇게하면 완전히 뭉개진다. 치아로 한 입 베어물면 지저분한 잔해가 옥수수 심에도 남고 치아 사이에도 끼어 영 깔끔하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무지의 소치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초당옥수수는 물에 넣고 삶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당옥수수가 제주 안에서도 그리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제주사람들도 기존 찰옥수수처럼 삶거나 찐다. 그러면 초당옥수수 안의 단맛이 빠져나가 맛이 덜해진다. 물론 찌는 것이 삶는 것보다는 낫긴하지만 찌는 것도 너무 오래 찌면 알맹이의 수분이 빠져나가 알맹이 속이 텅빈 허전한 식감이 느껴진다.

그럴땐 자꾸 기존에 먹었던 찰옥수수의 식감을 그리워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수분과 당분이 다 빠져나간 후의 맛이 그래도 여전히 달다는 것은 놀라울 지경이지만 말이다.

초당옥수수를 제대로 맛보려면 날것으로 물에 씻어서 바로 먹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들었다. 제주 사람이라도 그 사실을 아는 이가 극히 드물다. 그러니 내년 초당옥수수 제철인 6월에는 꼭 한번 날것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것으로 먹는데 거부감이 든다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비닐에 담거나 옥수수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주면 된단다. 이 방법 역시 내년에 직접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그렇게해서 먹으면 꼭 덜익은 것 같은 식감이 나는데 덜익은게 아니라 알맹이 속의 수분이 많아서 설익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니 괜찮은거란다. 하긴 날 것으로도 먹는 옥수수라는데 그 정도쯤이야...

옥수수는 매해 새로 심는다. 제주에서도 최근까지는 찰옥수수가 대세였지만 이듬해에 품종을 바꿔 초당옥수수 품종을 심으면 또 바로 초당옥수수가 자라는 것이다. 아마도 내년 6월에는 초당옥수수가 제주 안에서 더 많이 재배가 될 것이고 출하될 것 같다. 그 때쯤 제주여행의 기회가 된다면 관광지나 도로가에서 파는 초당옥수수 한번 맛보기를 꼭 권해본다. 그리고 초당옥수수를 보고 이 글이 기억난다면 생옥수수를 먹어보는 이색적인 경험도 꼭 해보시라 권해보고 싶다.

[사진2] 초당옥수수는 삶기보다는 찌는게 좋고 날것으로 먹어도 된다. 물론 여러 가지로 응용해 요리해도 좋다(출처_프레시잉 홍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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