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3)-상웨떡과 보리빵 그리고 카스텔라
[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3)-상웨떡과 보리빵 그리고 카스텔라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11.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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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모양의 '빗상웨떡(왼쪽)과 둥근 모양의 일반적인 상웨떡(출처_제주인의지혜와맛)

제주 제사상에는 카스텔라가 올라간다. 어떤 때는 롤케이크가 올라가기도 한다. 아주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인데 그 연원을 찾아 올라가보면 상웨떡부터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제주 상웨떡은 떡과 빵의 경계선에 있다. 떡과 빵의 구분점은 어디일까? 어떤 이들은 떡은 쌀가루로 만들고 빵은 밀가루로 만든다고 구분짓는다. 보통은 맞다. 그러나 이미 밀가루로 만든 ‘밀떡’도 있고 쌀가루로 만든 쌀빵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니 그걸로만 구분짓자니 찜찜한게 한둘이 아니다.

떡은 찌는 것이고 빵은 굽는 것이라는 구분을 짓기도 한다. 이 또한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찐빵’같은 것들이 문제가 되긴 한다. 그러니 우리는 빵집에서 ‘빵’이라고 파는 것은 ‘빵’으로 인식하고 떡집에서 ‘떡’이라고 파는 것은 그저 ‘떡’으로 인식하는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문제는 제주 안에서 어느 곳에서는 상웨‘떡’이라고 팔고 또 다른 어느곳에서는 상웨‘빵’이라고 팔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떡’인지 ‘빵’인지 개념 정리가 필요해졌다.

보통 쌀을 주재료로 발효과정없이 증기로 찌는 과정을 거친 것을 ‘떡’이라고 하고 ‘빵’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반죽과정에서 글루텐을 형성시켜 발효과정을 거쳐서 고온에 굽는 것을 ‘빵’이라고 한다면 제주의 상웨떡은 사실 ‘빵’에 가깝다.

‘상외떡은 밀가루 혹은 보릿가루에 막걸리나 쉰다리를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빵에 가까운 떡이다. (중략)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상외떡은 우리가 쌍화점이라는 고려가요로 익숙한 상화병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쌀이 귀했던 제주에서 그나마 잘 자랐던 밀이나 보리를 이용하여 발효한 빵을 만들어먹었던 것이 지금까지 잘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외떡의 질감이나 식감이 떡 보다는 빵에 가까워 제주 사람들은 상외떡이라고도 불렀지만 상외빵이라고 불렀다.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는 집도 있고 올리지 않는 집도 있다. 상외떡을 제사상에 올리지 않기 때문에 “상외”떡이라고 부른다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상에 올리는 제물이 다르니 상에 올리지 않기 때문에 이 명칭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김진경,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주떡은 무엇인가요?’,제주의소리, 2021.5.15.)

우리나라는 이미 고려시대 때 ‘빵’이 만들어졌으나 ‘빵’이라는 말이 아직 전래되지 않아 그저 ‘빵’을 ‘떡’으로 불렀을 것이다. 조선시대 제주에 표류해 왔던 하멜이 조선을 탈출할 때 ‘빵’을 챙겨갔다는 내용이 하멜표류기에 등장하는데 이 때 ‘빵’이 상웨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웨빵’도 종류가 나뉜다.

‘직사각형의 모양 상웨떡은 빗상웨떡이라하고 당(성황당 같은 곳_편집자 주)에 갈 때 많이 사용하였으며 둥근 모양의 상웨떡에 팥소를 넣지 않으면 제상에 올리고 손님 접대용으로 쓸 때는 팥소를 넣는다. 삭망이나 제사, 대소상 때 등의 참석하는 가족들이 상웨떡을 가득 담아 고적으로 갖고 갔다.

제사나 대소상 등 큰일이 있을 때 일을 도와준 후 사례비를 드리면 사양하고 받지 않으므로 상주들이 수고해 주신 분들에게 큰 바구니에 이 떡을 담아 드렸다. 그러므로 큰일 때에 일반 떡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제주인의지혜와맛-상웨떡)

제주 제사상에는 카스텔라가 올라간다. 롤케이크가 올라가기도 한다.(출처_현이네감귤농장 블로그)

특히 팥소를 넣은 상웨빵은 달달하니 맛이 좋았다. 그러니 이것을 나중에 상품화시킨 것이 제주 보리빵이었던 것이다. 제주 보리빵 중 대표적으로 유명해진 ‘덕인당’ 보리빵은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7권에도 소개된 바 있고 수요미식회 등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돼 이젠 아는 이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꽤 많이 난 상태다. ‘숙이네 보리빵’도 덕인당 못지 않은데 이 두 곳 말고라도 아주 못하는 집 빼고는 제주 보리빵이 대부분 맛이 괜찮다. 보리의 거칠거칠한 느낌이 없고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니 간식거리로 그만이다.

그런데 상웨빵이 제주 안에서 맥이 끊길 뻔한 역사가 있었다. 상웨빵은 쉰다리나 막걸리를 넣고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곡물반출을 위한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상웨빵을 만들기 어려워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제사 지내는 것을 아주 중요시여기는데 금주령이 내려진 후 상웨떡을 만들 수가 없으니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일본으로부터 신문물로 들어온 카스텔라를 보니 상웨떡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웨떡은 말이 떡이지 실제로 빵이었으니 카스텔라하고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이후로 제주의 제사상에는 카스텔라가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주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오랜 빵집이 상당수 건재한 편인데카스텔라에 대한 어느 정도 확보된 수요가 있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유지되었던 것은 아닐까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다. 명당양과나 어머니빵집 등은 80년대부터 지금껏 운영되어 오고 있다.

[사진5]제주에는 오랜 빵집이 상당수 건재한 편이다. 사진은 1980년부터 시작된 명당양과.(출처_비짓제주)
‘덕인당’ 보리빵은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됐고 입소문도 꽤 많이 난 상태다.(출처_비짓제주)

살짝 여담이긴 하지만 2016년을 전후해 대만 대왕카스텔라가 확 떴다가 계란값 파동과 식품 고발프로그램의 여파로 휘청하더니 끝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사라져버린 적이 있었는데, 카스텔라에 특히나 관심많은 제주에서는 어떨까 좀 지켜보았더니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상웨떡에서 보리빵을 거쳐 카스텔라로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해왔던 제주의 제사상이었기에 혹시나 제주 사람들을 아침·저녁이 휙휙 달라지는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사람들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제주에 살아보면 알겠지만 제주 사람들은 온고지신(溫故知新)에 더 가깝다.

제주는 기존의 흐름을 지켜나가려는 묵직함에 실용적 수용이 더해지는 곳이다. 그것이 아마도 지금껏 제주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꾸준히 지켜온 힘이었지 않았을까. 앞으로 제주의 제사상에 무엇이 더 올라가게 될지 아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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