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창간4주년기획-제품탐구] '식탁을 바꾼 3분'... 40년간 식지 않는 오뚜기 ‘3분요리’
[FI창간4주년기획-제품탐구] '식탁을 바꾼 3분'... 40년간 식지 않는 오뚜기 ‘3분요리’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1.11.11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1년 레토르트 형태의 ‘오뚜기 3분 카레’가 국내 HMR 시장 포문 열어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 고려 제품 라인업 강화, 맛·영양 갖춰 꾸준한 인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대신 집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이전부터 꿈틀대던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가정간편식이 HMR이란 용어로 불리면서 마치 최근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나라에서 HMR 제품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편의성을 내세운 레토르트 식품이 주를 이루는 ‘간편식 1세대’의 포문을 연 것은 ㈜오뚜기다. 1981년 출시한 '오뚜기 3분 카레’는 끓는 물에 3분간만 데우면 밥 등과 함께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된다. 이러한 속성 조리 식품은 당시 획기적인 식품제조 기술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맛과 품질은 물론 편의성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얼마 되지 않아 밥상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상당수 식품의 경우 유행에 따라 성하고 패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오뚜기 ‘3분 카레’의 독주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회사의 간판제품이 되었다. 지금까지 ‘3분 카레’를 포함한 오뚜기 3분 요리류의 누적 판매량은 약 18억 개에 달할 만큼 장수히트식품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39개씩 소비한 셈이다. 

▶편의성은 기본, 맛과 영양까지... 날로 진화하는 '3분 카레'

오뚜기 카레는 시장에서도 40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오뚜기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웰빙’ 바람이 불던 2000년대 들어서는 맛과 영양, 편의성을 두루 갖춘 제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2003년에는 강황 함량을 50% 이상 늘리고 베타글루칸·식이섬유·귀리 등을 넣어 영양 성분을 강화한 ‘3분 백세카레’를, 이후 2014년에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 카레’를 내놓았다.

2017년에는 3일 숙성소스와 각종 향신료를 직접 갈아 만든 카레분을 사용한 ‘3일 숙성카레’를 선보인 외에도 ‘그대로 카레·짜장’ 등 데우지 않고 바로 섭취 가능한 제품을 통해 ㈜오뚜기가 추구하는 ‘이지(Easy)+리치(Rich)’ 가치를 실현해 나갔다.

지난 2019년에는 ㈜오뚜기 창립 50주년 기념 에디션 ‘스페셜티 카레’와 함께 ‘스페셜티 카레 3분’을 출시했다. 오뚜기 3분 요리만의 노하우로 만든 ‘스페셜티 카레 3분’은 레드와인으로 숙성해 향긋한 풍미를 내는 큼직한 쇠고기와 로즈마리, 타임, 카르다몸, 월계수잎, 오레가노 등 5가지 허브가 어우러져 한층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차별화된 마케팅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오뚜기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카레 김밥’, ‘크림 카레우동’, ‘카레 샥슈카’ 등 3분 카레를 이용한 다채로운 요리법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카레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레시피 등을 지속적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 중이다

# 회사 설립과 함께 첫 선보인 '오뚜기분말즉석카레'... 걸죽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의 효시

오랜 시간 국민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 온 카레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대표적인 인도 음식인 ‘카레(커리, Curry)’는 영국과 일본을 거쳐 194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됐으나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카레, 즉 감자와 당근, 양파, 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는 1970년대 ㈜오뚜기에 의해 대중화됐다.

㈜오뚜기는 1969년 회사 설립과 함께 첫 제품으로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를 개발, 출시했다. 카레가 우리나라 주식인 쌀과 잘 어울리는 데다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경제 발전으로 ‘보릿고개’라는 말이 점차 사라질 무렵 혜성같이 등장한 ‘오뚜기 카레’는 색다른 맛에 눈을 돌리던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끓는 물에 3분” 카레의 대중화 이끈 3분 카레

분말 형태로 시작했던 ‘오뚜기 카레’는 취식과 보관의 편의성을 고려해 레토르트 형태로 진화했다. 레토르트 식품은 조리식품에 공기와 광선이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성 용기에 담아 무균성을 유지함으로써 장기간 보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1977년 농어촌개발공사 식품연구소가 주축이 돼 레토르트 파우치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가 전투식량으로 개발한 바 있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으로는 1981년 4월 ㈜오뚜기가 출시한 ‘3분 카레’가 최초다.

‘3분 요리’라는 즉석식품 브랜드를 달고 나온 오뚜기 ‘3분 카레’는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출시 첫 해 4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오뚜기는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순한맛, 매운맛, 약간매운맛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나갔다.

‘3분 카레’의 흥행은 ‘3분 하이스’, ‘3분 스파게티 소스’, ‘3분 짜장’, ‘3분 미트볼’ 등 다양한 3분 요리 개발로 이어졌고, ㈜오뚜기는 1980년대 즉석식품의 선두주자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가정간편식의 원조인 ‘3분 카레’는 품질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으로 40년간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오뚜기3분요리' 탄생과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

198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국민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른 레저 열기나 핵가족화 현상으로 인하여 식생활이 크게 변화했다. 이에 따라 간편한 레토르트 식품이 각 가정에 보급되었으며, 나아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수요가 계속적으로 창출되기에 이르렀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즉석성을 무기로 한 개인 취향의 완전 조리식품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급속도로 신장할 수 있었다.

㈜오뚜기는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1981년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간편성을 극대화시킨 가공식품의 새로운 영역인 레토르트 식품 개발에 착수했다. 레토르트 식품은 △차단성 용기를 이용하여 미생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무균성 유지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장기간 유통 및 상온 보관 기능 △원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 등이 필수적인 요건인 만큼, 첨단 컴퓨터를 설치한 최신 설비를 갖추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제품을 생산해 가면서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1981년 4월 레토르트 식품 생산시설을 신설한 데 이어, 5월 ‘오뚜기 3분카레 순한 맛’을 출시, 국내 최초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레토르트 제품을 선보였다. 뒤이어 ‘오뚜기 3분카레 약간 매운맛’과 ‘오뚜기 3분카레 매운맛’을 각각 생산했으며, 10월에는 ‘오뚜기 3분 하이스’를 출시했다.

레토르트 식품을 처음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출시 첫해에만 400만개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아무 때나 즉석에서 카레의 맛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순한맛, 매운맛, 약간 매운맛 등으로 소비 계층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영양가 많은 완전 조리식품이라는 레토르트 식품의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인식된 결과였다.

특히 카레는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음식이었으나 가정에서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때문에 쉽게 식단에 올리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언제 어디서나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3분 요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순한맛, 매운맛, 약간 매운맛으로 차별화된 3종의 ‘3분 요리’는 가족들의 다양한 취향에 적극 부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오뚜기는 12월에 공장을 신축하고 생산인원을 늘리는 한편으로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 결과, 이듬해인 1982년 2월 한 달 동안 ‘오뚜기 3분 짜장’, ‘오뚜기 3분 쇠고기짜장’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한 레토르트 식품 생산량과 품목이 증가하자 생산과를 신설해 레토르트 식품 생산을 전담토록 했다.

레토르트 식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확대에 따라 영업사원들은 매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코자 물량 확보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한 각 거래처에서는 레토르트 식품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주지 않을 경우 다른 제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였다. 이후 국민소득 증대와 ’86 아시아게임’ 및 ’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급격한 소비 형태의 변화와 더불어 레토르트 식품은 인기 제품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면서 오늘날까지 소비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한편, ㈜오뚜기는 레토르트 식품의 호황에 힘입어 전체 인원 수가 늘어나고 레토르트 식품 생산량도 급신장 했다. 그 결과 매출액은 1979년 처음으로 100억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1980년 135억, 1981년 216억원을 돌파했다. 출범이래 10년이 걸려 100억원을 달성한 지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