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2)-오메기떡
[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2)-오메기떡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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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의 제주도 방언인 오메기로 만든 떡
빨리 익히기 위해 오목하게 눌러 빚은 오목한 떡 의미도
관광 붐으로 떡 모양 변하고 팥소에 통팥고명까지 둘러
떡 노화로 퍽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속냉동은 필수
제주에 관광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오메기떡이 관광객 취향으로 변했다. 그래서 지금은 동글동글한 떡에 팥소를 넣고 겉에도 통팥 고명을 둘렀다. (출처_삼다몰)

지난번 제주의 빙떡을 소개하면서 혹시나 독자들로하여금 제주의 맛을 다 그렇게 심심하게 인식시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좀 됐다. 제주에는 빙떡처럼 심심한 맛도 있지만 달달한 맛도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오메기떡이 그렇다.

처음 오메기떡을 먹으면서 ‘찰떡아이스’가 생각났다. 그렇다. 오메기떡은 보통 얼려서 판매하기에 '제주판 찰떡아이스'라고하면 왠지 딱 들어맞을 것 같다. 살짝 녹여서 먹으면 쫀득쪽득한 맛이 영락없는 찰떡아이스다.

‘오메기’라는 말은 제주도에서 좁쌀을 이르는 방언이다. 쌀에도 멥쌀과 찹쌀이 있듯이 좁쌀에도 메조와 차조가 있다. 이중 차조를 오메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 오메기떡은 차조로 만든 떡이란 의미다. 그런데 오메기떡의 유래에 대해서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오메기라는 어원은 제주도의 차조, 좁쌀을 뜻한다고도 하지만 물 부족인 제주도 환경에서 왔다는 유래가 더 유력하다. 물을 끓이는 동안 일부가 증발되는 것조차 아까웠던 제주도는 떡도 빨리 익으라고 가운데를 오목하게 눌러 빚었다. 육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목한 떡이라는 의미다.’ (명욱, 제주도의 오메기떡과 오메기술, 세계일보, 2020.4.25.)

다양한 오메기떡(출처_인하네 홍보사진)

오메기떡의 원재료인 차조가 점점 가격도 비싸지고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요즘은 보통 찹쌀에 쑥가루를 섞어서 쓴다고 한다. 재료만 변한게 아니다. 모양새도 바뀌었다. 위에서 밝혔듯이 오메기떡의 원래 모습은 지금처럼 동글동글한 형태가 아니라 가운데가 오목한 모양이었다.

그러던 것을 제주에 관광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관광객 취향으로 떡이 바뀌어갔다. 그래서 지금은 동글동글한 떡에 팥소를 넣고 겉에도 통팥 고명을 둘렀다. 명욱 교수의 글을 더 살펴보면 ‘전통적인 오메기떡은 진한 초록색으로, 다소 퍽퍽하고 잘 끊어지며 주식으로 많이 먹었다.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팥고명 없이 설탕을 찍어 먹곤 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퍽퍽하고 잘 끊어진다’는 것은 떡이 빨리 굳어 그런것인데 이는 호화(gelatinization)에서 노화(retrogradation)로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 그렇다. 그러니 주식(主食)으로 먹던 오메기떡이 남으면 다시 먹기가 어렵고 금방 상하기도 하는데 그 때 이 떡을 물에 넣고 한번 삶아내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삶은 물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니 그것이 ‘오메기술’되시겠다. -오메기술은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여기서는 이 정도만 언급하도록 한다.-

오메기떡의 원래 모습은 지금처럼 동글동글한 형태가 아니라 가운데가 오목한 모양이었다. 사진은 오메기떡으로 오메기술을 만드는 과정(출처_제주술익는집 홈페이지)

오메기술의 밑떡으로 쓰기 위해 오메기떡을 만든게 아니라 이젠 간식으로 즐기기 위해 오메기떡을 주로 만드는데 노화가 돼 퍽퍽한 떡이 되어버리면...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오메기떡을 만들자마자 급속히 냉동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젠 팥고물과 팥소를 넣으니 차조와 더불어 더욱 빠르게 쉬어버리기도 해서 급속 냉동은 필수가 되었다.

이렇게 냉동된 떡을 먹으려면 미리 냉동실에서 꺼내 20~30분정도 떡이 녹게 두어야 한다. 그런데 성질 급한 필자는 그새를 못 참고 전자렌지에 돌렸다가 한때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액괴(액체괴물)’처럼 변해버린 오메기떡을 보고는 망연자실한 바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절대 전자렌지에 돌리지 않는데, 이번엔 또 너무 서두르는게 문제였다. 치아로 조금 잘라서 입안에서 녹여 먹으려다가 치아가 부러질뻔한 것이 여러번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아!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는가...

그것은 오메기떡을 먹어 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알수 있을 것이다. 생전 제주도를 그토록 사랑했던 故 이주일 씨의 표현을 빌려본다면 이런거다. “일단 한번 먹어보시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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