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2)_네버엔딩 스토리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2)_네버엔딩 스토리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9.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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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커피 흑무차 녹차 외 각종 허브차까지 끝없이 태어나는 음료들
원조 '성이시돌목장 우유' 삼양식품이 인수후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흑무 '글루코시놀네이트' 성분 간보호·비만억제 효능 茶제품으로 변신

제주에는 카페가 많다. 육지에도 서울에도 많지만 제주에는 더더욱 많다.

제주 여행은 많이 걷는다. 뙤약볕에, 높은 습도에 오래 걷다보면 잠시라도 쉬어갈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카페가 많다. 심지어 무인카페도 많다.

카페가 많으니 음료도 많다. 똑같은 아메리카노라도 이 집 맛이 다르고 저 집 맛이 다르다(고들 한다. 필자는 구분이 힘들지만 말이다). 커피도 다 같은 커피가 아니다. 원산지로 따지면 커피를 생산하는 온갖 나라의 커피들은 다 들어와있는 것 같다. 쉽게 찾아보긴 어렵지만 그중엔 놀랍게도 제주산 커피도 있다.

믹스커피를 주로 마시는 필자로서는 카페에 가서는 커피를 잘 마시지는 않는다. 커피 맛을 모르는 맛맹의 무식한 처사다. 대신 달달한 음료를 주로 마신다. 우유가 듬뿍 들어간 ‘라떼’류가 선택의 제1순위다. 요즘은 특히 딸기라떼가 참 맛있다.

‘제주우유’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드넓은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유기농, 동물복지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출처_제주우유 홈페이지)

제주의 수많은 카페에서 커피나 과일이나 차에 우유를 타는데 그 우유를 타는 양도 다 다르고 쓰는 우유도 다 다르다. 모든 제주의 카페가 제주우유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대목에서 ‘제주우유’를 잠깐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1965년 간이우유처리장부터 시작해 1985년에는 주식회사로 거듭났던 ‘제주우유’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드넓은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으로 유기농, 동물복지 이미지를 각인시켜 왔다. 특히 2011년, 그동안 대관령 우유로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삼양식품이 제주우유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이러한 이미지는 한층 더 강화됐다. 제주에선 제주우유말고도 여타 우유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파고들었지만 제주우유는 맛에서나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나 제주 안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제주우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이시돌목장의 우유다. ‘제주우유’의 원조가 바로 성이시돌목장 우유였고, 삼양식품이 인수한 이후에도 그 맥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한국명 임피제 신부로 불리웠던 패트릭 제임스 맥글린치(Patrick James Mcglinchey) 신부는 1954년 남아일랜드에서 제주로 와서 가난한 제주 사람들을 위해 직물회사를 설립하고 신용협동조합을 만든데 이어 황무지 같았던 중산간 지대를 개간해서는 선진 축산기술을 도입해 양돈과 목축업을 시작하고 도 전체로 퍼뜨렸다.

그것이 바로 ‘성이시돌목장’의 출발이었다. 임피제 신부는 이밖에도 병원이나 양로원을 비롯해 여러 복지시설을 설립하는 등 제주 사람들에 끼친 영향이 워낙 커서 이렇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갈 분은 아니나 논점 일탈을 할 수 없어 임피제 신부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만 언급하겠다.

제주우유에서 성이시돌목장 우유를 빼놓을 수 없다. '너무 부드러워 끊을 수 없는 우유'란다. (출처_우유부단 인스타그램)

다만 제주 사람들에게 ‘제주우유’는 제주의 현대 목축업의 시작이자 역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성이시돌목장에 가면 지금도 성이시돌 목장우유로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카페이름이 ‘우유부단’이다. 넉넉할 우(優), 부드러울 유(柔), 아니 부(不), 끊을 단(斷). 너무 부드러워 끊을 수 없는 우유란다.

제주에는 카페가 많다. 카페가 많으니 음료도 많다. 커피도 다 같은 커피가 아니다. 그중엔 놀랍게도 제주산 커피도 있다. (출처_한국관광공사, 제주 서귀포 남원의 코리아커피농장 사진)

한편 제주는 또 녹차로 유명하니 차 또한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다. 거기다가 이젠 허브농장까지 제법 곳곳에 있어 다양한 허브차까지도 맛볼 수 있다. 제주는 삼다수라는 좋은 물에 풍성한 열대과일들, 각종 허브와 차, 그리고 친환경 속에서 생산한 우유, 거기다가 이젠 제주산 커피까지...

그러니 다양한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내는데도 제주도만큼 좋은 곳은 없겠다. 다양한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가진 이들이 푸드트럭에서 또는 야시장에서 오늘도 자기만의 독특한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제주다’는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와 함께 제주 흑무를 가공한 액상차 3종을 출시한 바 있다.(출처_영농조합법인 제주다)

정식 연구과정을 통해 개발된 독특한 음료도 있다. 올해 선보인 ‘제주 흑무차’가 좋은 사례다. ‘영농조합법인 제주다’는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와 함께 제주 흑무(검정 무)를 가공한 액상차 3종을 출시한 바 있다.

흑무는 말그대로 검정색 무다. 일반적인 하얀 무보다 글루코시놀네이트 성분이 풍부해 간 보호 효과와 비만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흑무라는게 있다는 사실도, 그것이 제주에서 난다는 사실도 흑무차가 상품화된 이후에 처음 알았다.

그러니 이제 제주에서 어떤 음료가 더 나올지 가늠을 하기 어렵다. 제주의 음료 이야기가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다만 필자의 필력은 아쉽게도 여기까지인 것 같기에 제주 음료이야기는 여기서 잠깐 끊고 다른 이야기를 또 풀어가야겠다.

(다음편부터는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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