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국산고량주 연내 상품화 박차...고품질로 중국 역수출도 넘봐
농진청, 국산고량주 연내 상품화 박차...고품질로 중국 역수출도 넘봐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9.0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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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고량주에 '향기 증진 증류주 생산방법' 특허 기술 이전
충북농기원·농수산대와 협력 연구... '동안메' '청풍수수' 품종 사용
분쇄원료 찌는 공정에 왕겨·누룩 혼합 고체발효 증류...고풍미 자랑
농과원 정석태 연구관, '고량주산업 현황과 전망' 심포지엄서 밝혀

중국 문화의 세계적 확산으로 중국산 고량주의 국내 수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올해 안에 국산 수수를 원료로 만든 국산고량주가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2년 전부터 3년계획으로 수행하고 있는 국산고량주 제조기술 개발연구와 관련, 발효가공식품과 강희윤 박사가 개발한 '향기물질 전구체를 이용한 향기증진 증류주 생산방법' 기술을 올 상반기 산업체 이전을 마치고 연말 제품화를 위한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석태 연구관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정석태 연구관은 2일 농과원 농식품자원부 푸디토리움에서 열린 ‘고량주 산업 현황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한국형 고량주 생산을 위한 연구추진 현황’에 대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연구관에 따르면 농진청은 현재 충북농업기술원과 한국농수산대학교, 한국고량주와 산학관연 협력 체제를 갖추고 각각 발효제와 발효기술(농진청), 유용미생물(충북농기원), 증류숙성기술(농수산대), 실용화(한국고량주)로 분업화된 국산고량주 산업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고체발효 기술이나 고체발효용 누룩 연구는 농진청이 맡고, 관련 미생물 연구는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증류 방법이나 숙성 기술은 한국농수산대학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여기서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작년 충북 영동에 한국고량주(주)가 설립됐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되는 고량주 원료 수수는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에서 개발한 '동안메'와 충북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청풍수수' 품종으로, 이들 품종은 키가 작아 기계 파종과 수확이 가능하며 계약재배로 공급받는다. 

한국고량주(주)가 '21년 8월  선보인 국산고량주 '김수한무'
한국고량주(주)가 지난 8월 첫 선보인
국산고량주 '김수한무'

이에 앞서 한국고량주(주)는 지난 8월 향미증진제나 감미료, 왕겨 등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고 국산 무농약 수수와 누룩을 사용해 직화상압단식 증류로 자체 개발한 고량주 제품 '김수한무' 브랜드를 첫 선보였다. 

그러나 농진청에 개발한 고량주 제조공법은 전통소주 양조법은 물론 '김수한무' 제조공정과도 사뭇 다르다.

전통소주의 경우 쌀을 쪄서 누룩과 물을 혼합해 액체 발효시킨 후 증류 과정을 거친다. 이에 반해 고량주는 원료로 수수를 사용하고 이것을 분쇄해 찌는 공정에서 왕겨를 넣고 누룩을 혼합함으로써 수분이 40~50% 상태의 고체 발효 후 증류해서 얻는다.

이 때 고체 발효 공법 중 증류 후 남는 술지게미에 상당량의 당분이 잔류하는 등 수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게미에 다시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후 증류하는 과정을 3회 반복하는데, 이 때문에 액체 발효로 얻는 소주와는 굉장히 다른 풍미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고량주의 원료로 수수 외에도 옥수수 통밀 보리 조 등을 사용하는데, 통상 발효 3일까지 온도가 급상승하다 조금씩 낮아져 5~7일 이후에는 외기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한다. 결국 발효는 거의 일주일 이내에 끝나고 후발효를 통해 향기 성분들이 더 생성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곡류별 술덧 특성을 보면 수수와 옥수수가 다른 원료보다는 총산(Total acid)이 많이 생성되고, 고량주 알코올 수율은 옥수수와 통밀, 보리가 약 30% 이상으로 수수(28.6%), 조(28.4%)보다 높았는데, 이는 옥수수, 통밀, 보리의 전분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곡류별 원료 처리 특성상 통밀은 수분 첨가 또는 증자할 때 뭉쳐 작업성이 떨어지며, 조는 입자가 작아 분쇄가 어렵고 증자시 작업성이 떨어지는데 반해 수수는 전체적으로 작업성이 가장 양호했다. 원료의 발효 효율은 수수에 왕겨를 혼합했을 때가 수수만 사용했을 때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곡류별 증류액의 향기 특성은 수수 원료에서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 함량이 눈에 띄게 높았지만, 고량주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인, 파인애플향 또는 사과향으로 표현되는 에틸카프로에이트(Ethyl caproate)는 통밀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통밀의 경우 작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수수와 통밀의 혼합 원료로 작업성도 높이고 향기도 좋은 고량주 제조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협조=농진청 정석태 연구관 사진협조
사진제공=농진청 정석태 연구관

한편, 우리나라는 과거 ‘70~80년대 동해양조, 풍원양조 등이 고량주를 생산했다. 당시 ‘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긴다’라는 ‘동해백주’의 광고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80년대 중반 중단됐다. 이후 대구 수성고량주가 2010년까지 생산해오다 중국 심양에서 OEM 생산체제 전환해 국내 고량주 생산이나 연구는 사실상 맥이 끊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고량주 시장은 2017년 기준 60억ℓ에  9473억 위안(한화 163조원) 규모로, 이전 7년간 연평균 각각 4.6%, 0.7%의 성장세를 보이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마오타이 등 유명 브랜드의 가짜제품이 나돌면서 자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한 실정이다. 

농진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고량주의 국내 수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대응해 고품질의 국산 고량주 생산을 통한 수입대체는 물론 역수출로 국산 수수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 아래 2년 전부터 국산고량주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정석태 연구관은 "우리나라가 신뢰성 높고 경쟁력 있는고량주 제품을 만들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 고량주의 수입대체는 물론 자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감이 높은 중국으로의 역수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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