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축산분뇨 냄새 저감화 및 확산 방지 기술 개발에 역점"
[인터뷰]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축산분뇨 냄새 저감화 및 확산 방지 기술 개발에 역점"
  • 전주=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5.2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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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 활용한 에너지 생산 기술 개발에도 힘쓸 계획
온실가스 산정기반 구축·메탄저감화 사료 개발로 탄소중립 실현
자연치즈·지역특화유제품 제조기술 확립 우유소비 확대 도모

국내 축산업은 농업 생산액의 40%를 차지하며 농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축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시장개방 확대, 악성 가축질병 발생, 기후변화 등 둘러싼 주변 환경과 여건이 빠르게 바뀌는 변화의 물결 한 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기술 개발로 축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과 축산인에게 도움이 되는 과제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축산의 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융‧복합 첨단 축산기술 개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축산기술을 선도하고, 축산 냄새와 가축 전염병 등은 현장 활용성이 높은 현안 해결 기술을 개발 보급하기 위해 연구실 불을 훤히 켜놓고 있다. "국민 정서에 부응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확산하겠다."며 세계 일류의 축산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열의를 불태우고 있는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축산업의 현안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연구 정책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들어봤다.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 최근 가축분뇨 냄새가 축산 분야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축산과학원에서는 오랜 숙제인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축산 냄새는 현안과제로서,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죠. 물론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의 개선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입니다. 현재 왕겨 탄화물 등을 활용해 가축분뇨 퇴비화 과정에서 부숙을 촉진함으로써 냄새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돈사 외부로 냄새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바이오커튼 시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축산냄새 저감화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관리 방법을 리플릿 등으로 제작해 농가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축산냄새를 줄이는 데는 농가의 노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농가가 축산 냄새를 판단해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개별 물질의 냄새 기여도와 복합악취 간 상관관계를 구명해, 농가에서 개별 물질을 측정하면 냄새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농가 자체적으로 냄새정도를 측정하고 보다 면밀한 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퇴비부숙도 검사 시행과 양분관리제 도입 등 축산분뇨 처리가 점점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축산분뇨를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화 기술 개발도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축산 분뇨의 적절한 관리와 처리는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축산현안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축산원은 기존 가축분뇨 자원화 기술을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가축분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기술 개발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기존에 개발하고 있던 가축분 에너지화 생산 기술과 고체연료화 및 안전연소기술 등은 고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서 열분해를 통해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개발도 착수했습니다.“

- 지난해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축산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어떤 일을 진행해왔고 또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농업은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지요.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농식품부도 저탄소농업 실현을 위한 기술 보급과 농가지원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와 발맞춰 축산원은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과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관련한 연구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국내 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 왔는데, 그간 국가고유 배출계수 개발 연구를 추진해 현재 한우 3종 젖소 3종 총 6개 계수를 개발했습니다.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기 위한 사료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료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메탄저감 후보 물질을 선발해서 그 효과를 밝힐 것이며, 가축관리 기술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국내 가구 중 27%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요?

“농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반려동물 양육가구수는 2020년 기준 638만 가구, 반려동물(반려견, 반려묘) 마릿수로는 약 860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양육가구수 증가와 함께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도 급성장해 2017년 2.3조원에서 2027년에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됩니다.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 중 반려식품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2019년도 기준 약 1조 2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유로모니터)됐습니다. 그 중 약 70%인 약 8900억 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우리 축산원에서는 고품질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의 국산화를 위해 기초 및 응용 R&D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2017년에 사료산업의 기초기반 기술지원을 위해 반려동물 표준사료성분 DB를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배합비 계산프로그램(반려동물 집밥만들기 프로그램, ’17)을 개발·보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높은 반려동물 식품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한 반려견 건강증진 기능성 식품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간 개발한 반려동물 식품으로는 반려견 간기능 개선(도담쌀), 식이알러지 저감(갈색거저리), 항비만(흑삼·숙잠), 면역개선(흑삼, 발효귀리 동애등에 복합물), 콜레스테롤 저감(동애등에) 등이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으로는 도담쌀을 이용한 간기능 개선 식품,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식이알러지 저감 식품, 동애등애를 이용한 콜레스테롤 저감 식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는 비만예방, 노령견의 건강증진을 위한 기능성 소재 발굴 및 식품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 축산 기술 개발과 실용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디지철 축산은 스마트축산과 어떤 차이가 있고 무엇이고, 현재 기술 수준은 어떤지요.

"디지털 축산기술이란 가축사육을 경험과 직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람보다도 고도화된 의사 결정을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현재 스마트 장비를 활용하는 스마트 축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스마트 축산은 편리성을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디지털 축산은 여러 스마트 장치에서 생산된 자료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현재 시기에 어떤 환경과, 어떤 영양소를 가진 사료를 제공해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판단하고 관리하게 됩니다.

자동화 장비는 여러 농장에 똑같이 적용 했다고 해도 농장주의 경험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를 보이지만, 디지털 축산은 여러농장에 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비슷한 생산성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소의 생체정보(활동량 등)를 수집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수집된 생체정보 데이터에 기반하여 번식관리, 이상 징후(질병 등)를 예측하여 축주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120여개의 한우, 젖소 농장에 기술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금년에도 로봇착유기 국산화를 통해 젖소의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활용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또한 한우, 돼지, 산란계 등 디지털 축산기술개발을 위한 기반을 구축 중에 있으며 차근차근 연구를 확대해 갈 예정입니다."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 흰우유 소비가 줄고 있으나 유제품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요?

"최근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kg으로 1999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유제품 소비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 1인당 발효유와 치즈 소비량은 2010년 11.8kg에서 2020년 14.6kg으로 늘었습니다.

그동안 흰 우유 중심이었던 국산 우유의 소비패턴을 국산 우유를 활용한 치즈, 발효유 등 유제품 소비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자연치즈 소비량에서 국산 치즈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1%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국내 유제품 소비확대에 대응해 자연치즈 46종과 지역특화 상품을 이용한 유제품 제조기술을 확립해 유가공 낙농가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능성 제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대응해 알레르기 저감 효과가 뛰어난 유산균을 선발해 기능성 유제품에 접목시킨 제품도 개발했습니다.

또한 목장형 유가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유가공 목장 알리미(www.nias.go.kr/fmpc)’를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국내 낙농체험이 가능한 목장과 목장에서 생산하는 유제품 정보를 확인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알레르기 저감 효과가 있는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등 유산균 관련 연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국내 대표 유업체가 지난해 코로나19 우유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매출이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기능성 식품으로 범위를 넓혔기 때문입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일찍부터 우수한 유산균을 기능성 유제품에 접목하는 연구를 추진해 왔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한국인 신생아 장내에 존재하는 비피더스균인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KACC 91563균(이하 비피도박테리움 롱검균)을 선발하였고, 동물실험을 통해 알레르기 저감 및 아토피 피부염 저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비피도박테리움 롱검균을 발효 소시지, 치즈 등 축산식품, 민감성 피부를 개선하는 화장품 , 반려견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펫푸드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항치매 유제품 개발을 위한 항산화 유산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기대되는 유산균을 선발하였고 치매 유발 실험동물에 급여 효과 확인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되면 동물실험을 통하여 발효 유제품으로 섭취해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 재래가축을 활용해 개발한 새로운 품종의 보급을 확대하고 나아가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품종들이 있는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재래 고유 유전자원의 가치를 산업적 가치로 확장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종자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이에 우리 고유 재래가축을 활용한 새로운 계통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우리흑돈은 전통적인 육종방법으로 재래돼지와 개량종을 교배하여 재래돼지의 맛을 유지하면서 재래돼지보다 성장이 빠르게 육성한 품종입니다. 현재까지 씨돼지 581마리(2021년 4월 기준)를 농가에 보급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종돈장에서 우리흑돈 씨돼지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산업화를 촉진할 계획입니다.

난축맛돈은 분자유전학적인 기술을 접목하여 제주흑돼지의 장점인 높은 근내지방, 적색육, 지방산 조성 등 육질형질을 유전자 수준에서 선발하여 육성한 품종입니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판매되면서 고급 돼지고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씨돼지 428마리(2021년 4월 기준)를 보급하였고, 주로 제주지역에서 이뤄져 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종돈장을 통하여 내륙지방까지 난축맛돈의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돼지 이외에 토종닭을 이용하여 육용계통인 우리맛닭 1호(2008년)와 우리맛닭 2호(2010)를 개발하여 보급하였습니다. 올해에는 1만 2,000마리 정도 분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토종닭 달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종닭을 활용하여 알 낳는 닭인 산란용 토종닭 개발에 착수하고자 합니다."

- 끝으로 기관 운영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온실가스 배출저감, 악성 가축 전염병 발생, 동물 복지형 축산, 급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산업, 축산환경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강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올해도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기관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국정과제와 정책을 뒷받침하고 축산업의 현안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국가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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