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경영서 손 떼…"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경영서 손 떼…"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5.0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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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적 사고의 틀 못벗어...국민께 진심 죄송"
밀어내기·황하나 사건·온라인댓글 논란도 언급
4일 서울 논현동 본사서 기자회견 갖고 밝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출처_ytn영상캡처)

온갖 구설수로 사회의 질타를 받아오던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급기야 경영에서 손을 뗀다.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 등 일련의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며 자신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탄식 섞인 큰 한숨과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가 실험실 수준의 세포 실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으로 역풍을 맞았다.

남양유업은 이를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불가리스의 효과만큼은 확실하다'며 끝까지 발표의 의미를 퇴색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눈쌀을 지푸리게 했으나, 이날 홍 회장은 사과문에서 '구시대적 사고의 틀' '남양유업에 대한 싸늘한 시선' 등 뒤늦게나마 현실을 체감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홍 회장 사과 발표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가 한때 18%가까이 상승하는 등 증시에서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여서 향후 회사 향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것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뒤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고 성원해 줄 것을 바란다면서 고개 숙여 절하고 있다. 

[홍원식 회장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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