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 "식품은 최전방산업...지역농산물 클러스터 조성 연구 매진"
[인터뷰]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 "식품은 최전방산업...지역농산물 클러스터 조성 연구 매진"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4.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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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창출사업 발굴 및 대응연구로 역할 재정립
'푸드 어드바이저' 개발...개인 맞춤형 건강식단 추천
농산물 유래 대체육 소재·농산부산물 재활용 연구도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은 그동안 청내 작은 섬같았던 식품연구 영역을 농업의 미래가치 창출하는 핵심분야로 역할 개선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식품은 최전방 산업입니다. 그동안 농촌진흥청 내에서 식품연구 분야는 작은 섬 같은 영역이었다면, 앞으로는 식품이 농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각을 달리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최근 6차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남 구례의 특산물인 ‘쑥부쟁이’처럼 단순히 기능성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종과 재배기술 개발까지 연계해 지원함으로써 그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부의 대외적인 역할 메시지입니다.“ 

지난 2월 22일 새로 부임해 한달 보름가량 지낸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은 ”농식품자원 분야의 역할 재정립과 10년 후 식품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따라서 단순한 실험실적 연구보다는 협업과 융복합을 확대함으로써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신규 사업 발굴 및 대응 연구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농진청 소속 4개 과학원이 국가농업 R&D의 중심기관으로서, 지방소멸,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정책·환경 변화와 R&D 혁신 요구에 대응하기로 발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를 위해 홍 부장은 농식품자원부의 올해 역점사업을 크게 4가닥으로 잡았다.

우선, 디지털농업과 관련해 소비자 맞춤형 식품영양 정보시스템 개발 및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지금은 수요와 공급이 한정돼 있는 식품영양 및 기능성분 DB(Database)를 향토음식과 연계한 ‘식품데이터 공유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다. 여기서 특히 기능성 부분은 디지털육종 종합계획의 한 영역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또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식단을 추천하는 ‘푸드어드바이저(Food Adviser)’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한다. 올해엔 1단계로 알러지 대체식품 추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 식품의 영양을 100g 단위로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계란 한알, 사과 한개 등으로 바꿔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칼로리나 알러지 피해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

아울러 농식품의 소비와 영양, 건강상태, 유전적 소인 관계를 '목적 중심'으로 규명해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 예로, 날로 늘어나는 고령층 인구의 경우 씹기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자신의 식단에서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고 과잉인 지 등을 생활정보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농진청은 2004년 식품 영양 정보와 음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건강식단관리 프로그램인 ‘메뉴젠(MenuGen)’을 개발, 자기주도적 식단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식단을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라 영양성분 함량을 분석하고,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을 바탕으로 1일 영양소 섭취량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을 위한 연구다. 홍 부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식품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농산물 유래 대체육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와 농산부산물의 재활용 연구가 이에 속한다."고 말했다.

쌀 콩 등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품종을 선발, 육종하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올해에는 대체육 적합 품종 선발을 위한 조직식물단백질(TVP Textured Vegetable Protein) 특성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이용한 육제품 가공과정에서 질감과 식감을 높일 수 있는 연구도 병행한다. TVP를 이용해 대체육을 생산 공급하게 되면 가축의 곡물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취가 없는 수용성 단백질을 다량 함유한 식용곤충 선발 및 최적의 추출기술 개발과 △식물성단백질 소재 원료 및 생산 가격 정보 DB 구축 △국가 차원의 근육줄기세포 배양 원천기술 확보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홍 부장은 버려지는 농산부산물도 의외로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아스파라거스의 경우 15년 정도의 수확기간이 끝나면 뿌리를 캐내어 버려야 하는데, 뿌리 하나의 무게가 3kg에 달해 주산지인 강원도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지요. 그래서 이것을 식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입니다. 생강잎도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식자재였지만 대부분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기능성 연구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천연향신료인 생강에 함유된 쇼가올과 진저론 성분은 항균 기능이 있어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 음식으로 인한 배탈을 예방하고 소화불량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생강잎도 똑같은 효능을 나타내 말린 잎을 차로 우려 마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지역농산물 특화 프로젝트다. 생산과 소비를 연계한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연구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남도원-구례의 '쑥부쟁이', 제천의 '겹삼잎국화', 충북도원-충주시의 '병풀' 등과 같은 지역 소득화 작목을 발굴하고 특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다. 

홍 부장은 "지역농산물은 전국 유통보다는 자체 지역내 소비가 바람직합니다. 최근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HMR 분야의 지역농산물 소비가 30% 정도인데,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특산물을 사용토록 하는 것입니다. 구례의 쑥부쟁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료의 기능성을 규명한다고 바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적합 원료의 안정적 생산과 식재료로서의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역클러스터 모델을 구축해 하나의 산업군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HMR 관련 소규모 경영체들이 해썹(HACCP)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모에 맞는 기준 설정을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홍 부장은 말했다.

홍성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장

마지막으로 치유농업건강식단 조리 및 식사로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치유농업은 식물을 기르는 원예치료와 동물매개 치료, 곤충치료 등 주로 재배와 사육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 먹거리, 즉 치유식단으로 뛰어 넘어서야 합니다. 농가맛집도 그동안 가볍게 즐기며 기쁨을 얻는 기분전환의 힐링수준에서 더 나아가 식단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농사 체험이 식품 소비로 연결되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농가 맛집의 식단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별 유전적 고위험 질병 예방을 위한 맞춤형 식품 개발 및 컨설팅 시장을 창출해 생애주기별 주요 질환을 개선하는 기능성 소재 발굴에 힘쓰고 이의 산업화를 유도하는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홍 부장은 강조했다.

이밖에도 농진청 농식품자원부는 한국형 고량주 사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청년 창업의 경우 영월 제천 청주 등 수수 주산지를 중심으로 협업이음 매칭 프로그램을 연계해 원료 공급 및 가공컨설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새롭게 추진하는 대체육 연구 사업과 HMR 지역농산물 가공사업을 스케일업(실험실에서 성공한 프로세스를 산업 규모의 장치에서도 경제적으로 성립하도록 확대하는 것)해서 장비 선택과 가공·조리 방법에 이르는 단계별 기술 개발로 농업인들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리뷰하고 정립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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