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 ②
[전문가 제언]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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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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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최근 AI(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계란 파동 등 일련의 식품안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식품안전 관리 정책이 과거 규제 완화에서 강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양상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관련 산업은 제품개발이나 영업·마케팅 면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서 조금이라도 허술한 면이 보이면 가차 없이 외면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국민보건 증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명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에 대해 식품 현장에서 움직이는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본다.

◇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식품안전의 문제가 쉽지 않은 이유는 공산품과는 달리 원재료가 생물인 농수축산물이기 때문이다. 즉, 로트별로 품질 편차가 크고 계절에 따른 변화도 커서 이에 대한 관리가 매우 어렵다. 원재료의 품질이 변화하면 가공조건도 이에 맞게 변경돼야 하며 그에 따라 공정수율과 가공비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 AI는 축산질병 문제...식품안전 본질에 초점 맞춰야

이물혼입이나 변질 등 식품안전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은 매우 다양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관리 포인트를 세밀하게 설정해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간혹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도 문제가 발생되는 이유는 관리 수준을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최근 10년간 우리의 대응이 '발생→철새탓→매몰→보상' 절차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매몰한 가금류의 숫자를 봐도 2016년에 일본이 90만 마리에 불과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려 2,100만 마리에 달하고 있는 것은 초기 대응과 소통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AI는 축산업의 질병관리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식품안전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 식품기업의 현장에 나가보면 종업원들이 식품 법령이나 표시 기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에 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만6천여 개에 달하는 식품제조업체 중 90% 가량이 종업원 20인 이하의 영세 소기업이어서 인력과 조직 체계가 취약한 실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원재료나 반제품이 중소기업을 통해서 가공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곧 자사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지도육성을 중점 경영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상당부분을 자율관리에 맡기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미치는 대형사고 발생 시 책임을 강하게 묻고, 그 여력을 중소기업 지도육성과 관리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대전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식품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 영세 중소기업 인력 조직체계 취약해 식품법령·표시기준 정보 부족

또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는 업계에 미치게 될 여파와 부작용에 대해 각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수시로 바뀌는 표시기준 때문에 매년 버려지는 포장재 로스와 이에 따른 업계 실무자들의 불필요한 업무과중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 신설됐으나 사실상 유보상태에 있는 나트륨 비교표시제 등은 시행 이전부터 업계의 반론이 많았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트륨 함량 표시는 일일 기준치 대비로 충분한데, 제품군 내 상대적 비교표시는 오히려 소비자의 오인혼동이나 기업제품의 불합리한 이미지 하락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또한, 최근에 식약처에서 플라스틱 이물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플라스틱의 종류별, 크기에 따른 위해도 분석과 플라스틱 이물에 대한 검출 기술력 수준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살충제계란 파동, 돼지고기 E형간염, 브라질산 닭고기 문제 등 최근에 발생된 이슈들은 대부분 해외에서부터 촉발된 것들이기 때문에 해외의 식품안전 정보를 빨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위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업계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살충제 계란파동의 문제점은 근원적으로는 밀집사육으로 질병이나 해충이 쉽게 번지고 위생관리가 어려운 사육환경이지만, 사태 발생 후 나타난 양계업자, 수의사, 제약업체 등의 비양심적인 행위들 그리고, 정부 부처간 관리부실도 꼭 개선돼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작년 사건 발생 이후 식약처에서는 계란의 생산정보 표시기준을 강화해 종래 시도별 부호, 농장명에서 산란일, 고유번호, 사육환경까지 강화하고, 기존 생산자~유통업체 중간에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해 잔류물질 검사를 강화하는 시책을 4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장주에 대한 지도~시정명령~행정처분 등 제재방안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의 전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하나의 부처가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위의 개선대책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추가적인 개선방안을 단계적으로 강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 정부 안전관리 정책, 대기업 자율에 맡기고 중소기업 집중 지도육성 필요

아울러 정부의 정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식품업체중 90%가 종업원 20인 이하의 소기업이고 이들 제조현장을 방문해 보면, 식품관련 법규나 표시기준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제조에 임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품질관리 기능도 없이 체계적이지 못한 관리로 품질보증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중소업체들을 거쳐야만 원재료의 1차가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중소기업의 역량 향상이 없이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근원적으로 한계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이고 대기업 또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해 평가와 요구만하기 보다 근원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지도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조현장에서 품질과 식품안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네 가지의 변수인자들을 보통 4M이라고 부른다. Man(사람), Material(재료), Machine(설비), Method(작업방법)이 그 것이다.

이중 식품산업에서는 사람(Man)과 재료(Material)가 특히 중요하다. 정부에서도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청년들에 대한 자금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더하여 그들의 기본 역량을 키우고 중소기업에 다닌 경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지 않는다면, 사람 구하기 힘들고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대기업으로 가버리는 중소기업의 고민은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강소기업이 많아 국가 경쟁력을 굳건히 지지해 주는 독일처럼 중소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 식품안전 이슈에 산·학·관 선제 대응 및 소통 체제 구축해야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막연하고 과도한 불안감의 원인은 이제까지 식품안전 이슈나 사고가 발생되었을 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정부나 기업의 대처가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며, 가장 첫 번째로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상호 협력해 선제적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한, 식품은 살아있는 재료와 제품을 다루는 산업이라서 식품 특성을 아는 과학적 기반에서 검토, 평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섣부르게 전문가 행세를 하는 소위 쇼닥터들이 인기 영합을 위해 진실을 왜곡되게 포장해 말하는 행동들이 걸러지지 못한 채로 방영되는 경우에는 사후에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정정 보도를 해야만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FDA의 발표에 대해 국민들이 절대적인 신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부부처나 기관들도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신뢰도를 높이고 이슈 발생시에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는 사례로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인식이다. 선진국들을 보면, 식품사고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식중독과 같은 미생물로 인한 변질,부패 등의 생물학적 위해라고 인식되어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식품첨가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정식 편의식품(HMR)등 가공식품에 필수불가결한 식품첨가물은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100배 이상의 안전계수를 부여해 평생 섭취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고 결론지어 그 허용량을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환경론자나 시민운동가들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여 무결점 완전식품만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소모적 논쟁만을 불러 올 뿐이다.

물론 식품업체들이 부정적 인식을 일부 자초한 면도 있다. 그 동안 업체간 과당경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첨가물의 안전성 논란, 무첨가 표시 등은 일시적으로는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제 살 깎아 먹기’로 돌아와 식품업계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만 남겨줬다. 그래서, 이제는 식품업체들도 이러한 노이즈마케팅을 서로 자제하고 있다.

아울러 식품 이슈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너무 과도하게 선정적인 보도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되어 기업에게는 억울한 이미지 추락과 심한 경우에는 해외에 국가 이미지도 실추되기도 하며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상만 남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언론에서도 유망 중소기업 탐방, 식품현장의 대표적인 개선사례 등의 좋은 뉴스도 자주 알려서 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상당히 중요하고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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