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포키 vs 빼빼로 상표 분쟁서 "빼빼로 승소" 판결
美법원, 포키 vs 빼빼로 상표 분쟁서 "빼빼로 승소" 판결
  • 김민 기자
  • 승인 2021.02.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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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에자키글리코 '제품 외형 기능적이지 않음' 증명 못해 패소
제3순회항소법원, 지난달 26일 6년여 진행된 싸움에 종지부
코트라뉴욕무역관, 트레이드 드레스 기능성 판단기준 재조명

미국에서 일본기업 에자키글리코(Ezaki Glico) ‘포키(Pocky)’와 롯데제과 ‘빼빼로(Pepero)’간 초콜릿 입힌 막대과자 모양을 둘러싼 모방 시비 싸움이 6년여의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롯데제과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에자키글리코는 롯데제과의 빼빼로가 자사 제품인 포키를 모방했다며 2015년 7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롯데상사 미주법인과 롯데제과를 상대로 포키 과자 모양에 대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두 회사는 6년여 동안 공방전을 벌여왔으나 지난달 26일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이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주며 승소 확정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특정 모양으로 만들었을 때 제품이 더 잘 작동되거나, 사용하기 한층 더 편리해지거나, 제품 생산비용이 절약되거나, 품질이 향상되거나, 그 모양을 독점하고 남들은 못 쓰게 할 경우 경쟁자들이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될 때 그 디자인 요소는 유용하므로 기능적이라고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표법의 보호가 미치지 못한다는 논거를 제시했다.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제품의 고유 이미지를 나타내는 겉모양의 여러 조건)의 기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유용성'으로 폭넓게 규정한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덕분에 롯데제과는 미국 내 빼빼로 판매 전면 중단 및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됐다.

하지만 국제상표협회(INTA)를 대리해 법정 조언자 소견서를 제출했던 법무법인 데비보이스 & 플림턴의 데이비드 번스타인 변호사는 판결 직후 Law360과의 인터뷰에서 “유용한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상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번 법원 판결이 연방대법원의 기능성 분석 기준에 배치되기 때문에 에자키글리코가 조만간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말해 향후 진행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에자키글리코는 항소법원의 민사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 등록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상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 포키 vs 빼빼로 상표 분쟁의 발단

1978년부터 미국에서 ‘포키’ 판매를 시작한 에자키 글리코는 막대과자의 제품 외형 몇 가지를 미국 특허상표청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등록했다. 이번 소송의 근간이 된 에자키글리코의 상표권 두 건은 1989년 2월 28일에 등록된 △‘초콜릿을 입힌 막대 과자(등록번호 1527208)와 2002년 9월 3일에 등록된 △‘아몬드 조각이 섞인 초콜릿이나 크림을 부분적으로 입힌 막대 비스킷’(등록번호 2615119)이다.

이를 근거로 에자키글리코는 2000년부터 미국시장에 빼빼로를 수출하기 시작한 롯데제과를 상대로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롯데제과가 빼빼로 수출을 지속하자 에자키 글리코는 2015년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2019년 7월 31일자 판결문에서 ‘포키의 제품 외형이 기능적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했고, 에자키글리코는 이에 불복해 항소함으로써 제3순회항소법원은 2020년 10월 8일에 다시 피고 롯데제과의 승소를 인정하며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국제상표협회, 미국제과협회, 몬델레즈글로벌이 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청원하는 법정조언자 소견서를 각각 제출하며 원고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항소법원은 전원재판부 재심리 요청은 거부했지만 합의부 재심리를 수용했고, 2020년 10월 8일 자 판결문을 대체하는 새로운 판결문을 지난달 26일에 발표했으나 최종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논거

포키-빼빼로 사건에서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논거가 된 트레이드 드레스의 기능성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기능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

'유용한' 디자인은 특허법에 의해 디자인 특허로 보호받지만, 트레이드 드레스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즉, 기능성 원칙에 의해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계가 나뉜다. 기능적인 대상은 상표 등록이 안되며, 상표가 등록된 이후라도 기능적이라는 점을 입증하면 상표권 침해 주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때문에 후발 주자의 카피 상품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설령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게 만들더라도 특허받지 않은 기능적인 디자인 요소에 대해서는 경쟁자들이 얼마든지 법에 저촉 없이 카피가 가능하다.

이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과연 기능적인가이다. 그런데 상표법 Lanham Act는 '기능성(functionality)'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에자키글리코는 이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기능적인 성격이 제품에 얼마나 '핵심적(essential)'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시 말해, 제품 외형에서 기능성이 얼마나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에자키글리코가 이해한 기능성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사전이나 권위 있는 학술서(treatise) 등 여러 문헌 자료에 비추어 보면 기능성은 실용성·유용성을 나타내는 ‘practical’, ‘utilitarian’, ‘useful’에 의미상 가깝고, 이 같은 해석이 기존 상표법 판례들에도 부합하며, 에자코글리코의 주장처럼 ‘핵심성(essential)’ 여부가 기능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 판례 Qualitex Co. v. Jacobson Products Co. Inc. 와 TrafFix Devices, Inc. v. Marketing Displays, Inc.는 기능성을 가리는 기준으로 특정 제품 형태가 해당 물품의 사용이나 목적에 있어 핵심적인지 뿐만 아니라 물품의 가격과 품질에 영향을 주는지, 또는 어떤 제품 형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동종업계 경쟁자들로 하여금 명성과 관련되지 않은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다주는지 등 여러 가지를 제시한 바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또한 제3순회항소법원은 제품이나 제품의 형태 전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선택된 구체적인 디자인 단위(the level of the particular design chosen for feature(s))’로 기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어떤 외형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고른 모양과 형태가 얼마나 유용한가를 각각의 구성요소마다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기능적인 이유

법원은 기능성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4가지를 대표적인 예시로 제시했는데, 포키의 제품 외형에 적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형태나 디자인으로 인해 제품의 작동이 용이해진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기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포키의 경우 소비자들이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도 손으로 과자를 쥐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형태로, 초콜릿을 바르지 않은 손잡이 부분이 상당히 유용하다. 또한 막대과자의 긴 모양은 손으로 잡기 편리하고 다른 이들과 나눠먹기 좋게 디자인되어 있다.

둘째, 해당 제품 형태가 유용하고 실용적임을 제조자가 마케팅에 널리 활용할 때 이는 기능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된다. 에자키글리코는 포키의 편리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이점을 다년 간 홍보해왔다. 특히 포키가 손에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해주며, 간편하게 휴대 가능한, 깔끔한 손잡이의 과자라는 점을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같은 자료가 포키 디자인의 기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고 간주했다.

셋째, 해당 형태가 관련 실용특허의 청구항에 포함될 때 기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에자키글리코는 2014년 7월 15일에 미국 실용특허 '막대 모양의 과자와 이에 대한 제조법'(특허번호 8,778,428)을 취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막대과자 모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유용한 발명으로, 포키의 제품 외형 자체가 진보성의 근간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이 특허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동 소송에서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넷째,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는 방법이 소수의 몇 가지에 불과할 때 기능적 성격을 나타내는 증거물이 된다. 롯데제과의 경우 부분적으로 초콜릿 바른 과자를 얼마든지 포키와 다른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단지 이 요인만으로 포키의 디자인에서 기능성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입증 기준을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에 종합적으로 적용해본 결과 유용한 디자인이므로 기능적이고, 이 때문에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롯데제과를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 관계자는 "이번 포키-빼빼로 상표권 분쟁은 자사의 제품 형태에 대해 트레이드 드레스 출원을 고려하거나 타사의 유명 트레이드 드레스와 비슷한 모양의 후발상품 출시를 앞두고 사업 리스크를 검토 중인 우리나라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커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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