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살 집 찾아 삼만리(2)
[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살 집 찾아 삼만리(2)
  • 류양희
  • 승인 2018.04.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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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마목장인 제주 ‘렛츠런팜’에서 말 한 마리가 홀로 누리는 공간이 2000평이란다.
딱 그것의 100분의1만한 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집을 찾던 시기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시에선 무조건 부동산중개사무소부터 가보지만 제주도는 많이 분위기가 달랐다. 그동안 제주에선 부동산중개업 자체를 곱게 보지 않았다고 한다. 별로 하는 일없이 중간에서 소개해준답시고 공돈을 너무 많이 떼먹는다는 반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상식적인 시각인 듯 해서 신선했다. 하지만 이젠 제주도도 부동산중개업이 활황을 띠고 있다. 개발 붐때문에 폭등한 땅값이 가장 큰 이유다. 도시에서 내려온 투기꾼들은 제일 먼저 부동산업자들부터 찾았고 이를 예견한 도시에서 내려온 부동산업자들은 친절히 이들을 안내하고 있다.

올해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제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쳤다. 구체적인 수치로 개별공시지가 상승률만 봐도 압도적인 전국 1위다. 2016년 전국평균 5.8%상승한데 비해 제주는 무려 27.77% 상승에 달했다. 사드배치 문제 등 여러 악재가 겹친 2017년에도 제주는 19.00% 상승했다. 2등인 부산 9,67%와 비교해도 엄청난 상승률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투기자본의 유입이나 국제학교에 대한 인기, 이주 열풍, 제2공항에 대한 기대심리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사드 문제로 중국 자본 유입에 제동이 걸리고 이주 열풍이 한층 꺾인 지난해에도 부동산 광풍의 기세가 잦아들지 않은 걸 봐서는 이미 섬 전체가 부동산 한탕주의에 상당히 물들어버렸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러함에도 수도권이 아니란 이유로 아직 제주도엔 이렇다할 정책적인 투기과열 대책이 별로 없다. 그러니 돈 없는 서민이나 이주민에겐 정주 여건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

제주에선 세입자들의 경우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연세(年貰)가 일반적이다. 원래 전세가 없는 곳이었는데 부동산 광풍이 일면서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단 물건이 많아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세입자들은 연세를 내고 산다.

그런데 부동산 광풍이 불기전 보통 연세가 100만~200만원 선이었다한다. 지금은 싼 곳이 600만원이요, 보통 800만원 선인데다가 아예 100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연세 600만원만 따져도 월세 50만원인 셈이다. 이 정도면 수도권 월세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수도권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방, 특히 서귀포시에 속한 시골에서는 이 연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원주민은 살던 곳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주도는 2014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11%지만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진 비율, 즉 자가점유율은 56.2%였다. 결국 절반 정도는 남의 집에서 사는 것인데 그나마 제주도민의 집이면 좋겠으나 노후준비라며 육지사람이 미리 사놓은 주택에 제주 원주민이 세들어 사는 경우도 허다하니 참 아이러니다.

집이 자기소유라할 지라도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가격에 어쩔수 없이 은행빚 끌어다 산 사람도 많다. 그러니 그걸 또 갚기 위해 도민의 주머니는 늘 가벼울 수밖에 없고 그걸 또 보충하자니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만 바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땅만 있으면 또 무리해서 빌라나 다가구 주택을 짓는데, 지난해부터는 서귀포시의 변두리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도 그동안 투자해놓은 것이 있어 집값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어쨌든 내가 살집을 찾던 시기는 이러저러한 상황이 맞물려 최악의 조건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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