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고창보리를 말한다] ② '평범함을 거부하는 보리가공품' 만드는 다홈 영농조합법인
[탐방-고창보리를 말한다] ② '평범함을 거부하는 보리가공품' 만드는 다홈 영농조합법인
  • 고창=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9.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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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으로 만든 '3색보리찐빵' '흑보리모닝빵' '쌀전병'이 대표상품
직접 농사지은 보리와 지역특산물 활용 '품격 있는 고고한 맛' 선사
백화점 등에 명절 선물용 프리미엄 고급 세트로 공급...고부가 창출
다문화 가정과 지역 농가 소득 증대 위해 '유니크한 제품'으로 승부
"사회적 기업 자립 기반 마련 위한 지자체 차원 다각적 지원 절실"

전라북도 고창에는 ‘보리의 본고장’답게 보리를 소재로 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많다. 정부가 보리 수요 감소를 이유로 관련 농정을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보리 고장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고창 보리농가과 가공업계의 끊임 없는 노력은 큰 울림을 준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급성장 추세를 보이며 국내 식품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즉석‧편의 식품과 전병, 쿠키 및 빵류 등에 보리를 접목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워밍업에 들어간 두 업체를 방문해 사업 현황과 비전을 들어봤다.

'언덕위의 파란집'으로 불리는 전북 고창군의 다홈 영농조합법인
'언덕위의 파란집'으로 불리는 전북 고창군의 다홈 영농조합법인
'언덕위의 파란집'으로 불리는 전북 고창군의 다홈 영농조합법인
'언덕위의 파란집'으로 불리는 전북 고창군의 다홈 영농조합법인. 경영을 맡고 있는 카토요시코(오른쪽)와 남편 박성곤 공동 대표.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마을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서유럽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초록 파랑 주황색이 어우러진 작고 아리따운 집이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집은 영농조합법인 다홈의 본거지로 언덕 위의 파란집으로 불린다. 가까이 가보면 회사라기보다는 예쁜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창군 중심가에서도 한 참 떨어져 있는 이곳을 기자가 찾은 이유는 범상치 않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다문화 가정과 지역 농가에 도움을 주는 식품사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카토 요시코 다홈 영농조합법인 대표
다홈 영농조합법인 설립 배경과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카토 요시코 대표

멀리 서울에서 일부러 방문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다홈 공동체 대표 카토 요시코는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지만, 국적을 버리지 않은 한국인이다. 아직도 우리 말이 서툴고 성장기 때 젖은 타국문화 탓인지 처음엔 일본 사람으로 착각했으나 배경을 듣고 나니 그런 이질감이 오히려 정감으로 다가왔다.

다홈이란 회사명의 뜻을 묻자 카토 요시코는 “고창에 사는 다문화 여성들이 함께 모여 지역 특산물로 쿠키와 빵을 만들고 있다며 ‘다문화가족의 집’이란 공동체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회사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직접 농사지은 보리를 원료로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수제식품인데다 보존료나 향료 등 인공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제품이 컨셉이다.

카토 요시코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과 달리 다홈의 쿠키와 빵 제품들은 안전성과 건전성을 기본으로, 맛과 모양, 품질 면에서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한다"며 "무엇보다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모두 갖춘 고고한 맛의 품격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고 강조했다.

다홈 영농조합법인은 고창 보리 등 100%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향료나 색소, 보존료 등 인공첨가물을 일체 배제한 프리미엄 수제 건강식품을 컨셉으로 승부하고 있다. 
복분자로 색을 내고 감자 앙금으로 맛을 조화시킨 복분자찐빵(가운데)과 흑보리찐빵, 새싹보리찐방 등 3색보리찐빵 제품들
흑보리찐빵은 국산팥앙금에 초콜릿 커버춰를 넣어 다양한 재미요소들을 가미했다.
볶은 현미, 보리, 아몬드슬라이스, 새우, 해바라기씨, 감태, 자색고구마칩 등으로 건강과 식감, 재미 등을 부여한 전병 제품들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3색 보리찐빵', '흑보리 모닝빵', '쌀전병'들이 있다. 모두 손으로 일일이 만들기 때문에 양산 제품들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평범함을 거부한다’는 얘기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Unique)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3색 보리찐빵’의 경우 초록빛이 도는 새싹보리 찐빵과 붉은빛의 고구마같이 생긴 복분자 찐빵, 검은 알갱이들이 보이는 흑보리 찐빵으로 구성됐다.

‘새싹보리찐빵’은 새싹보리순과 새싹보리가루, 찰보리가루, 찰보리를 넣어 반죽했고, ‘복분자찐빵’은 찰보리가루와 우리밀가루를 혼합한 반죽에 고창산 복분자 가루와 추출물(엑기스)을 넣어 색을 냈다. 두 제품 모두 앙금은 고창산 고구마로 만들었다. 흑보리찐빵은 찰흑보리가루, 검정쌀가루를 넣어 검은 점들이 보이도록 했으며, 흑보리 넣어 포인트와 식감에 재미를 더했다. 국산 팥앙금에 다크초콜릿 커버처(couverture)를 넣은 앙금 역시 특별함을 선사한다.

향후에는 찐빵에 패티를 넣어 햄버거처럼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흑보리 모닝빵’의 경우 볶은 흑보리 가루로 고소한 맛과 향은 물론 먹음직한 색감까지 자연스럽게 디자인했다. 흑보리 알갱이와 블랙 올리브를 다져 넣어 식감과 풍미를 살린 점도 인상적이다.

카토 요시코는 ”모닝빵의 특징은 자체적으로 직접 제조한 발효종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생이스트로 발효한 빵보다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며, 무엇보다 빵을 먹은 뒤 나타나는 속이 더부룩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다“고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쌀전병에는 겉보리가루와 쌀가루가 사용된다. 전병 위에 실물로 얹은 토핑들도 가지각색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삭한 식감의 볶은 현미와 볶은 보리, 건강을 생각해 견과류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아몬드 슬라이스, 호박씨, 해바라기씨 외에도 달달한 황금고구마칩, 자색고구마칩이 있다. 여기에 모든 연령층이 선호하는 새우와 명란을 접목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색적인 쌀전병까지 모두 8종류가 있다.

”다홈의 모든 보리가공품들은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건강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다.“고 강조한 카토 요시코는 ”보리를 일상적으로 먹는 밥 외에도 품종과 색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제조에 있어서 안전성 확보는 필수 조건. 이를 위해 다홈은 지난 7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작업장에 대한 HACCP 인증을 받았다.

대용량 찜기와 앙금 믹싱기, 증숙기, 쿠키(전병)용 컨벡션 오븐, 발효기 등이 구비된 청결구역과 자동포장기 외에도 이물 제거를 위한 금속검출기까지 보유한 비청결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난 7월 식약처 인증받은 HACCP 공장
HACCP 인증 받은 제조설비와 제품 생산공장 내부
쿠키 요리용 대형 컨벡션 오븐
반죽 믹싱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카토 요시코 대표
이물 제거를 위한 금속검출기
이물 제거를 위한 금속검출기

주로 OEM(주문자상표생산) 방식으로 운영되는데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발생과 HACCP 인증 준비로 한동안 생산을 중단한 탓에 공장이 풀가동 하지는 않고 있다.

“고창군은 환경이 깨끗하고 자원이 풍부해 귀농 1번지로 손꼽혀 다문화권 이주 여성들이 많아요. 하지만 농사가 익숙지 않고 언어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집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허다해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016년 다홈을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업이 안정화되지 않은 탓에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요”

카토 요시코 대표 역시 처음부터 농사를 잘 지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귀농한 이상 이곳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에 그동안 취미 삼아 배운 푸드코디네이터 일을 적용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배우고 수확한 식량을 원료로 가공업을 시작해 지금은 역시 귀촌한 제빵사와 푸드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홈 영농회사법인 직원들

다홈은 최근 김제의 휘게팜과 보리제품 OEM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현대 롯데 백화점 매장에 전병 선물세트를 납품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보리를 원료로 한 장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된장 고추장 등 장류에 보리 넣어 발효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 카토 요시코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장류 발효물을 활용한 또다른 레시피로 점차 확장해나갈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 여성들의 일자리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고민 등을 상담하는 장소로도 활용되며 귀농 귀촌자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삶의 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소박한 꿈을 내비친 카토 요시코 대표는 “다홈 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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