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고창보리를 말한다] ③ 컬러보리로 'K-슈퍼푸드' 꿈꾸는 청맥(주) 김재주 대표
[특집-고창보리를 말한다] ③ 컬러보리로 'K-슈퍼푸드' 꿈꾸는 청맥(주) 김재주 대표
  • 고창=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8.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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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사업도 코로나19 피해 심각...오프라인 시장 죽어 판매 급감
올해 보리 농사 풍작에 소비절벽까지 겹쳐 사상 최저 가격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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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오인 '검정보리' 들고 외로운 싸움...100억 매출 기업으로 성장
"국내 시장 좁다" 2022년 미국 코스트코 진입 목표 단계별 전략 실행
소재 위주 탈피 죽·냉동떡·국수 등 HMR·가공식품으로 사업영역 확대
8월 말 가동 목표 보리국수 공장 신설...보리소비 활성화 견인차 기대
"정부 지원 많지만 농가소득 증대·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 자부심 커"
우리나라 최초로 컬러보리 시장을 개척한 청맥(주) 김재주 대표
우리나라 컬러보리 시장 선구자 청맥(주) 김재주 대표는 회사 설립 13년만에 100억 매출 기업으로 일궈냈다.(전북 고창군 아산농공단지내 회사 앞)

컬러보리를 비롯한 보리사업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아요. 증상이 심해서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일반 찰보리도 그렇지만 특히나 컬러보리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먹지 않아도 되는 식량’으로 생각하는 데다 귀리 퀴노아 등 건강을 위해 보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잡곡들이 많기 때문에 소비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소비절벽을 맞아 창고에 쌓여 있는 컬러보리를 애타게 바라보는 청맥(주)김재주 대표

전북 고창군 아산면 농공단지에 위치한 보리가공전문업체 청맥(주) 김재주 대표는 우리나라에 '컬러보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보리산업계의 선구자이다. 그런 그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리 소비가 뚝 끊어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뜸해지고 집밥 인구가 늘면서 쌀 소비는 증가했으나 보리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장을 보다가 보리가 눈에 띄면 그나마 하나씩 담아갔지만, 코로나 발생으로 비대면 온라인 구매로 돌아선 이후엔 일부러 보리를 주문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의 보리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다 보니 중간 유통을 맡던 벤더 회사들도 온라인 시장으로 등을 돌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벤더를 통한 판매 비중이 60%(600톤)를 차지하는 청맥의 검정보리가 창고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5월 말에서 6월 초 수확한 보리는 창고에 입고된 후 8~9월까지 전체의 40%가 소진되고 나머지는 이듬해 6월까지 소비되는데, 올해는 8월 현재 10%밖에 출고되지 못했다. 그마저 홈쇼핑을 통한 판매 덕분이다.

청맥은 올해 120 농가에서 300 헥타르, 1100톤의 보리를 수확했는데, 이는 작년의 80농가 250헥타르, 820톤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올해 보리 농사가 풍작을 이뤘지만 소비절벽으로 가격이 뚝 떨어져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재고를 안고 가면 올가을 보리 파종량은 200헥타르로 줄여야할 판이다.

특별한 '삼색보리' 홈쇼핑 판매로 대박... 브랜드가치 단박에 상승

2007년 국내 최대 컬러보리 전문기업을 설립해 13년 동안 외로운 싸움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온 김재주 대표가 아무리 코로나가 무섭다한들 여기서 주저앉을 리 없다.

검정·자주·청색 보리가 혼합된 '삼색보리' 제품이 홈쇼핑 완판으로 인기를 끌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보리 품종인 흑누리, 자수정찰, 강호청, 누리찰, 큰알보리 등 5가지 품종을 고창 지역 농민들과 재배한 컬러보리를 자체 도정 및 제분 공장에서 가공, 판매하고 있는 김 대표는 2018년 삼색보리 런칭과 함께 컬러 보리 대중화에 기여한 홈쇼핑 방송에 문을 두드렸다.

올해 수매한 햇보리를 6월 18일부터 8월 중순 6회 방송까지 준비한 물량 모두 완판하며 60톤을 소진했다. 이로써 꽉 막힌 보리 소비 절벽을 뚫은 김 대표는 “홈쇼핑 판매는 삼색보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율이 매우 좋은 수단으로, 매년 최소 10번은 진행해야 적정 물량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판매를 시작할 당시 컬러보리를 일반보리와 똑같이 취급하는 방송사의 잘못된 인식을 깨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일반 보리의 시중 가격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홈쇼핑 측에 ‘수확량이 적고 투자비용이 많은 컬러보리는 특별한 상품이므로 절대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결과 첫 시험 방송에서 대박을 터뜨린 후 이젠 여름철이면 빠지지 않는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컬러보리가 각종 기능성 영양성분이 풍부해 당뇨 다이어트 노화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수퍼푸드(Super Food)'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판매를 통해 그 무서운 코로나바이러스도 거뜬히 이겨낸 삼색보리 제품이 진정한 '수퍼푸드'로 조명되는 순간이다.

컬러보리 생산 농가 급증 불붙은 가격 경쟁...일반보리 수준까지 하락

문제는 컬러보리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청맥의 삼색보리가 히트치자 계약재배 농가 외에도 수많은 농가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청맥이 수매한 컬러보리가 1000톤 정도이고, 여타 농가가 생산하는 물량은 2000톤에 달할 정도다. 전체적으로 컬러보리 시장은 3000톤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부터 농가들간 수매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농업생산비 이하로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kg당 컬러보리 판매가격은 청맥 제품(홈쇼핑 기준 5000원)보다 훨씬 낮은 3000 원 선까지 내려갔다. 일반 보리 가격이 2000~3000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농가들의 타격이 여간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 생산한 보리를 수확해 도정 후 바로 판매하는 일반농가와 달리 청맥은 독점적 보유 종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100% 독창적 계약재배 및 수매시스템으로 가공 판매하기 때문에 제조원가 밑으로는 판매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브랜드간 품질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소비자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는 관계로 종국적으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김 대표는 걱정했다.

그래서 청맥은 일반 농가에서 생산한 컬러 보리가 완전히 소진되기를 기다렸다가 판매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야만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찰보리 시장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그보다 가격이 두 배인 컬러 보리 시장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혈관청소부 ‘베타글루칸’과 항산화제 ‘안토시아닌’ 기능성 성분 주목

다섯가지 색깔의 컬러보리는 블랙푸드계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청맥은 올해 지난해보다 4.2% 성장한 1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15년 49억 매출에서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컬러보리의 독특한 영양 기능성 때문이다.

김재주 대표는 “컬러보리는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나 처음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그러나 청맥은 국가기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컬러보리의 베타글루칸과 안토시아닌 성분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림으로써 블랙푸드 계의 신흥강자로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정보리는 일반 보리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안토시아닌 함량이 4배나 많고 심지어 같은 블랙푸드인 흑미 서리태 블루베리보다 풍부하다. 특히 검정 보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기능성 성분은 검정쌀이나 검정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으로, 혈관청소부로 불릴 정도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컬러보리, 13년동안 샘플 뿌리며 홍보 결과 블랙푸드계 신흥강자로 '우뚝'

김재주 대표는 2007년도 보리전문가공사업을 시작하기 전, 대형 유통업계가 번성하면서 20kg 쌀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일 때 대규모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영업을 담당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곡물의 유통경로를 완전히 파악하고, 유통업체 바이어들과 인맥을 쌓은 것이 당시 파프리카, 흑미 등 컬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와 맞물려 검정보리 사업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보리의 수요가 적지만 일정 규모의 기본소비 인구는 항시 있게 마련이어서 그 시장만이라도 검정 보리로 개척한다면 사업성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보리 소비량은 12만 톤에 불과해 300만석(1석 80kg) 규모의 쌀에 비하면 1%도 안 되며, 잡곡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다 보니 2012년도에 정부 수매 제도가 폐지됐지요.”

김 대표는 “곡물 유통업자들은 수요 변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보리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며 “사업초기 도정한 검정보리를 보고 소비자들은 곰팡이 피었다거나 바퀴벌레로 오인함으로써 애를 먹기도 했지만 영양 기능성을 꾸준히 알리면서 인식을 변화시켜 이만큼 성장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보기에도 생소한 검정보리를 70g짜리 샘플로 만들어 10년 동안 박람회 등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매스컴을 통한 꾸준한 계몽 활동으로 컬러보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180도 바꿔놓았다.

청맥(주) 김재주 대표는 미래 보리시장은 기능성이 풍부한 컬러보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미국 코스트코에 컬러보리 입점 목표... 'K-슈퍼푸드' 자리매김이 꿈

청맥은 2022년 미국 코스트코에 컬러보리 입점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실행하다 코로나19로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올해 미국 홈쇼핑 판매와 트레이더조스, 타겟, 웨그먼스 홀푸드마켓 등 현지 유통시장에 진입한 후 내년에는 미국 현지 지사화 사업으로 코스트코 입점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해 2022년 본격 진출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미국 코스트코의 컬러보리 판매량은 월 1000톤으로 연간 1만2000톤에 달합니다. 그곳 한 달 소비량이 우리 1년치와 맞먹는 셈이지요." 한 달에 1000톤씩 1년에 1만2000톤 수출하는 것으로 청사진을 그려놓았다는 김 대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다른 농가들과 가격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해외시장에 진출해 'K-슈퍼푸드'의 명성을 높이는 일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보람되다고 설명했다. 

청맥은 이 외에도 미국 LA와 중국 온라인 시장 수출을 위한 업무를 추진하다 중단한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컬러보리로 8000만원의 수출실적을 올렸지만. 즉석식품을 선호하는 현지 식생활 문화와 잘 맞지 않아 앞으로는 HMR(가정간편식) 등 편리성이 강조되는 가공식품으로 다시 노크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컬러보리를 원료로한 보리커피와 당죽, 보리음료 제품

소재 위주 탈피 HMR·OEM 사업다각화...보리 원료 국수·냉동떡·죽 등 가공식품 확대

청맥은 코로나19로 인해 컬러보리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6%나 뚝 떨어지자 그동안의 소재사업에서 벗어나 간편편의식 컨셉트의 HMR(가정간편식)이나 고령친화식 등 온라인 시장에 부합하는 가공식품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들어 ‘에보리바디 당죽’ 브랜드로 물에 타 즉석에서 섭취할 수 있는 분말 제품과 파우치 포장의 마시는 보리죽 제품을 개발했으며, 하반기에는 굳지않는 보리떡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 보리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보리국수와 고창청보리면 홍보 매장 겸 보리요리 시범판매장인 ‘보리올레’를 오픈했으며 보리컵면을 개발 출시할 계획이다. 청맥은 또 국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달 말 가동 목표로 60평 규모의 보리국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회사의 사업을 △소재 △HMR △OEM 등 3가지 컨셉으로 전환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 사업의 경우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 외에도 CJ제일제당 뚜레주르의 흑보리빵 및 SPC 시티델리의 검정 보리빵용 보리 원료를 공급하는 한편 곧 선보일 삼양사의 보리커피와 본랩의 무카페커피에 보리커피를, SPC삼립식품의 보리국수(우동) 체인점에 보리국수를 공급한다.

HMR 사업은 보리떡 공장 운영을 통해 아이스크림처럼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냉동보리떡을 생산해 건강 간식이나 당뇨식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OEM사업은 보리죽 등을 우리 브랜드로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파우치 포장의 죽제품은 중국 베트남 일본 등지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보여 조만간 상담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리음식 전문음식점 '보리올레'와 보리냉면 한상차림

정부 지원은 농가소득 증대·일자리 창출 등으로 사회에 환원

청맥은 창업후 작년 말까지 13년동안 정부로부터 20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 군 의원들이 청맥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원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금의 용처를 조사해본 결과 보리수매를 통해 농가에 지급한 돈이 55억, 직원 인건비가 25억, 세금 2억여 원 등 총 85억원이 사회로 환원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역 농가소득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가에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 청맥(주) 김재주 대표는....
1961년 고창 출신으로, 고창고등학교 졸업 후 건국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2007년 법인 설립후 2012년 농공상융합형 중소기업에 선정됐으며, 2015년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보리쌀을 미국에 수출했다. 2016년 신지식농업인상, 2017년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농식품부), 상생협력 우수사례 경영대회 우수상, 2019년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고, 2020년 전라북도 선도기업에 선정되는 등 국내 농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혁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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