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운명공동체 낙농-유업계 '원유가격협상'에 거는 기대
[데스크칼럼] 운명공동체 낙농-유업계 '원유가격협상'에 거는 기대
  • 김현옥 편집국장
  • 승인 2020.07.1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옥 편집국장
김현옥 편집국장

운명 공동체의 최대 미덕은 양보

낙농-유업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배를 탄 운명체다. 어느 한쪽이 기울어지면 쌍방이 어려움을 겪는 숙명적인 상호보완 집단이다. 그래서 두 업계 간 상생 협력을 위한 양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최선이요, 아름다운 미덕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상대를 향한 양 측의 심경은 매우 불편하다. 오는 21일 9차 회의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이 지난 7일 7차 회의에서도 아무런 진전을 거두지 못한 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낙농-유업계는 원유가격 문제에 있어서는 한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날을 세우고 매번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부딪치기 일쑤였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재난적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에서도 낙농-유업계는 원유가격 조정 문제로 여지없이 언성을 높이며 험한 분위기다.

코로나 팬데믹 불황...우유가격 10년 전으로 회귀

낙농업계는 원유생산비가 2017년 리터당 767원에서 2019년 791원으로 3.1%(24원) 인상돼 원유가격을 21~26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업계는 오히려 41원 인하 내지 동결로 맞서고 있다. 그나마 7차 협상에서 낙농업계가 당초 제시한 26원에서 5원 낮춘 21원 인상안을 제시하며 한 발자국 물러선 형국이지만 유업계로선 별 의미가 없다.

유업계는 현재 코로나19의 재확산과 학교우유급식 중단 등으로 우유소비가 크게 줄어들어 10년 전 가격으로 할인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낙농가의 원유생산비와 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를 고려해 원유 구입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낙농진흥법상 규정대로 원유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1리터당 우유제품의 적정가격은 2600원이지만 현재 판매가격은 2000원 수준으로서, 원유가격 리터당 41원 인하 요구는 유업계의 수익증대를 위해서가 아닌,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낙농업계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유생산비는 29%, 가구당 수익률은 69%, 마리당 순수익은 50%가 각각 증가해 유업계가 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과는 반대의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가격 인상을 추진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외면한 집단이기주의 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낙농계 "생산비 올랐다" vs 유업계 "적자 판매" 기싸움 팽팽

이에 대해 낙농업계는 유업계가 과거에 합의한 내용을 준수해 규정과 원칙에서 벗어난 일방적 주장으로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낙농가의 수익률이 25% 이상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낙농경영실태조사(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와 쿼터 매입 등으로 가구당 평균 부채액이 3억 7000만 원이며, 4억 이상의 고액 부채 농가가 37%에 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낙농업계는 백색시유(흰우유) 부문에서 수년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 연간 8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유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며 유제품 전 품목에 대한 원가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2019년 원유수급통계에 따르면 국산 원유 사용률은 흰우유가 68%를 차지하고 나머지 32%가 가공시유, 발효유와 치즈 연유 아이스크림 등의 원료로 쓰인다. 여기서 흰우유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는 유기농․저지방․강화우유 등 기능성우유와 흰우유를 제외한 유가공품들은 상대적으로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될 뿐 아니라 유업계는 혼합분유 등 값싼 수입원료 사용으로 부가 이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낙농업계의 주장이다.

소비자 "경제침체기 부당하게 피해 당하면 안돼"

이를 보다 못한 소비자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 11개 소비자단체의 연합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원유가격연동제는 시장의 수급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 변동에만 근거해 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므로 낙농업계가 생산량을 줄일 근본적인 이유가 없다는 점과 민간소비부문이 크게 위축되면서 개학 연기에 따른 우유소비량 감소로 유업체의 매출손실이 334억원에 이르고 15%이상 남아도는 원유처리 비용도 막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유가격이 오를 경우 유제품뿐만 아니라 제과 제빵 커피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마진까지 합치면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유례없는 경제불황 상황에서 소비자가 부당하게 피해당하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천명했다. 현 상황에서 원유가격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낙농 및 유업계의 어려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낙농전문연구기관인 IFCN에 따르면 올들어 세계 원유가격은 4.6% 하락했는데, 특히 미국과 인도는 무려 29%, 19%나 낮아졌다. 호주의 경우 최대 유기농우유 회사인 ODFA(Organic Dairy Farmers of Australia Limited)가 파산해 법정관리 중이며, 미국 낙농가의 절반 이상이 집유 주체로부터 생산 감축 요청을 받는 한편 원유가격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낙농가들이 우유를 버린다는 보도도 전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 위한 지혜 발휘해야

한편, 우리나라 원유가격은 세계에서도 가장 비싸, 낙농 선진국과의 FTA 단계적 관세인하로 2026년 영세율이 적용될 경우 현행 원유가격 구조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실정으로 일부에서는 차등가격제 도입 등 제도개선을 통한 원유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원유가격 협상은 15일과 21일 두 차례를 남겨두고 있지만, 낙농업계가 유업체의 대표가 직접 참석해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16일 대표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결정해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여지가 좀더 많아졌다.

낙농-유업계는 약속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상황에서 국민의 고충을 덜어주면서 산업이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는 일에 지혜를 모아 유연성 있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한 배를 탄 공동체로서 협력하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