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트렌드] 캐나다, 초대형 이동 슈퍼마켓 등장
[포스트코로나 트렌드] 캐나다, 초대형 이동 슈퍼마켓 등장
  • 정리=김민 기자
  • 승인 2020.07.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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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소비 패러다임 대전환...무인자동 식당 등 신모델 눈길
식품업계는 온라인 기반 뉴노멀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 시동

코로나19 속 식품업계 매출 ‘쑥쑥’

코로나 쇼크로 반사 이익을 거둔 최고 수혜 업종은 단연 식품이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식품산업은 소매와 제조 분야가 모두 필수 업종으로 분류돼 생산과 판매 활동을 지속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캐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말 전국 식품-음료 소매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25.6%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캐나다 최대 식료품 유통기업인 Loblaw는 올해 1분기 실적보고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가깝게 성장하며 7억7500만 달러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식품산업은 더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 최대 은행 중 하나인 TD Bank는 6월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V자형’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식품시장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식당들도 본격 영업 재개 이후 식당 내 식사(Dine-In)가 허용되면서 빠르게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식품산업의 고성장 기조가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식품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식품업계가 소비 흐름과 수요 변화에 더욱 민감하고 발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품 소비 패러다임 대전환, 시장 진화 ‘가속’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 캐나다 식품시장의 소비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질까?

액센추어(Accenture)가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가 바꾼 소비 습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 이후 캐나다 소비자에게 나타나 가장 큰 변화는 쇼핑 횟수 감소다. 설문에 참여한 캐나다 소비자의 83%가 코로나 이전보다 쇼핑을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이 38%인 것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액센추어 관계자는 “캐나다 소비자의 쇼핑에 대한 가치관이 경험 지향적인 행위에서 단순 목적 지향적 활동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캐나다 식품업계는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이에 대비한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한창이다. 쇼핑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기대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쇼핑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가까운 매장을 즐겨 찾고, 건강(언택트)과 비용 면에서 더욱 신중해질 것이다. 보고서 설문 조사 결과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준다. 소비 측면에서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식품산업의 진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슈퍼마켓이 있다고?

코로나19 이후 빠르고 간편한 ‘실속’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마트가 등장했다. 바로 움직이는 슈퍼마켓 ‘Grocery Neighbour’다.

초대형 트레일러를 개조한 ‘Grocery Neighbour’는 고기와 음료를 위한 냉동ㆍ냉장 설비는 물론 채소ㆍ과일 전용 저장고까지 구비한, 진정한 의미의 ‘찐! 이동형 슈퍼마켓’이다. 현지에서 재배해 당일 배송한 신선농산물부터 유제품, 고기, 빵, 음료, 스낵, 냉동식품에 커피 메이커까지, 20m 길이 초대형 트레일러엔 빈틈이 없다.

고객은 트레일러 뒷문으로 입장해 선반을 따라 진열된 제품을 순서대로(채소ㆍ과일 → 빵 → 육류 → 음료 → 냉동식품 → 유제품 → 스낵 → 커피) 쇼핑하고 다 끝나면 앞쪽 계산대에서 결제한다. 일종의 ‘서킷 쇼핑(Circuit Shopping)’인 셈이다. 고객 간 2m 거리가 유지되도록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고객 수는 최대 4명으로 제한하며 바닥 레인을 따라 이동하는 쇼핑 카트가 고객과 고객 사이의 버퍼가 된다. 이 카트는 레인 끝에 오면 자동으로 접혀 왔던 길을 따라 출입구 쪽으로 이동한다.

세계 최초 초대형 이동 슈퍼마켓 사업은, ‘디지털 식료품 쿠폰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캐나다 식품 사업가 프랭크 시노폴리(Frank Sinopoli) 작품이다. 이미 초대형 18륜 트레일러 3대를 개조 완료했으며 오는 7월 토론토에서 그랜드 오픈한다. 프랭크 시노폴리 CEO는 “대형 유통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판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품질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믿기 때문이다.

Grocery Neighbour 이용을 위한 한 가지 팁으로, 소비자는 전용 앱을 통해 Grocery Neighbour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차량이 인근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캐나다 최초, ‘언택트’ 무인(無人) 자동식당 오픈

지난 6월 토론토에서는 캐나다 최초의 무인(無人) 자동식당이 개장했다. 이 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음식 주문에서 픽업까지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돼, 무인(無人)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완벽한 ‘언택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음식 주문은 온라인이나 QR코드, 매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전화나 대면 주문은 불가하다. 집이나 직장에서 온라인 주문이 힘든 경우 핸드폰으로 QR코드만 스캔 하면 바로 홈페이지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Box’d 무인시스템의 가장 핵심은 큐비(Cubbies)다. 큐비는 일종의 무인 음식 보관함으로 식당 내 자동화 시스템과 연동돼 음식 보관과 전달 기능을 수행한다. 셰프가 음식 조리와 포장을 완료해 큐비로 보내면, 손님에게는 해당 큐비번호(음식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된다. 손님이 큐비 도어 스크린에서 주문자 이름을 확인하면 디지털 큐비는 주문내용과 손님을 식별해 보관함 음식을 내어준다.

Box’d 식당에서는 음식을 사고, 팔고, 전달하는 과정 중에 사람 간 접촉이 전혀 없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를 위한 완벽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하다. 음식 픽업 시간도 손님이 정할 수 있어서 음식을 기다리며 줄을 서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Box’d CEO는 앞으로 특히 경기장이나 학교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비대면 자동화 식당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신규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다.

식품업계, 온라인 기반 ‘뉴노멀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 시동

코로나19 이후 캐나다인들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이 6월 발표한 소매시장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소매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32.5%가 급감했지만, 온라인 판매는 120%나 증가했다. 역대 가장 빠른 증가치다. 최근 캐나다 식품산업에서는 이러한 시장기회를 포착한 로컬 식품업체들이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Sysco는 캐나다 최대 식자재 유통업체로 주로 현지의 대형 식당과 호텔, 병원, 학교 등에 대용량의 식자재를 공급한다. 이 업체가 지난 4월 20일 ‘Sysco@Home’이라는 가정집 전용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개시했다. 대형업소만 상대하던 도매업체가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해 판매 대상을 일반 소비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매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가정용 패키지를 새롭게 출시했다. Dalhousie 대학 식품영양학과 Sylvain Charlebois 교수는 “최근 캐나다 식품시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번잡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은 줄이는 대신, 대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하고, Sysco 사례를 식품산업의 성공적인 틈새시장 진출 모델로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식료품 쇼핑 붐이 일자 캐나다 최대 식료품 유통기업인 Loblaw는 지난 5월 ‘밀키트(Meal Kit) 배달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자사 브랜드인 ‘PC Chef Meal Kits’ 제품을 온라인으로 2개 이상 구매할 경우 5달러 배달비를 추가로 내면 집까지 배달해준다. 밀키트 비전문업체가 밀키트 제품에 대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밀키트는 2주 또는 1달 등 일정 기간 구매를 조건으로 배달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Loblaw는 단품에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시켰다. 시행 초기인 만큼 서비스는 가장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광역 토론토 지역으로 제한하고 향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다른 캐나다 대표 식료품 기업인 Sobeys는 6월 22일 Voilà라는 온라인 전용의 ‘물류센터 직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말 그대로 물류센터가 직접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고객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물류센터는 자동화 로봇이 주문을 처리하고 최적의 배송경로를 찾아줘 고객에게 최단시간 배송이 가능하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현지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Voilà의 가장 큰 장점은 물류창고에서 직접 배달하기 때문에 배송 속도는 물론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배송은 휴일 없이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뤄지며 최소 주문 금액은 C$ 50이고 추가 배송료는 C$ 7.99이다. 아직은 토론토와 퀘벡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서비스 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몬트리올에 두 번째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며 올 여름에는 광역토론토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뉴노멀 시대. 새롭지 않은 것에서 발견한 새로움

경제 재개 이후 캐나다 외식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파티오(Patio)’다. 파티오란 옥외 테라스 또는 노상에 마련된 야외 식당을 일컫는다. 현지 외식 업계에서 파티오는 매우 익숙한 영업방식 중 하나이지만 최근 정부지원에 힘입어 전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현지 외식시장의 새로운 뉴노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5월 이후 BC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방정부에서 외식시장 경제활성화를 위해 레스토랑에 대한 파티오 설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올 10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별 조치다. 6월 1일 신청 절차를 개시한 밴쿠버 시는 20일간 총 150건의 신청서를 접수해 이중 85개 식당에 대한 설치 허가를 마쳤다. 캐나다 전체가 아닌 불과 한 개 시에서 20일간 85개 허가는 전무한 기록이다. 다른 시에서도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청서가 몰리고 정부는 심사절차를 단축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외식산업은 물론 지역경제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야외 식당 공간을 확장하면 손님이 늘어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주민들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의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외식산업은 지역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계 최초 초대형 이동 슈퍼마켓. 캐나다 최초 무인 자동 식당.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엔 유난히 최초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최초일 필요는 없다. 이제 곧 파티오 시즌이다. 늘 봐오던 파티오가, 올해는 더 새롭게 돌아왔다.

자료: 액센추어 보고서(2020년), Statistics Canada, Grocery Neighbour, Box’d, 주요 미디어 다수, Loblaws, Sysco, Sobeys 등 현지 식료품 기업, KOTRA 밴쿠버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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