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내 몸 살리는 보리, 그 숨은 매력] ④ 포스트코로나시대 식량안보와 보리의 중요성
[특집-내 몸 살리는 보리, 그 숨은 매력] ④ 포스트코로나시대 식량안보와 보리의 중요성
  •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7.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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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곡 자급률 46% 불과...절반 이상을 수입산으로 충당
코로나 팬데믹 후 곡류생산국들 수출 금지...식량안보 절실한 때
절대 식량부족 국가 국민 최소 식생활 가능한 비상 대책 세워야
보리, 건강기능성 부각과 식미·가격경쟁력 높여 식량주권 확보해야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1. 식량에 대한 우리의 현실 인식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에나 식량은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기본이었으며 먹을거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국가 통치가 불가능하였다. 국가 위기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식량 폭동이며 구소련이 붕괴한 이유도 식량정책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사정은 사료곡물을 포함하면 자급률이 2018년 기준 21.7%(농정자료, 2019)에 머물고 있으며 양곡으로는 46.7%에 불과하다. 우리가 먹고 있는 필요한 식량의 50%도 안 되는 양을 국내에서 공급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이다. 결국 부족한 양을 모두 외국에서 수입하여 필요량을 충당하고 있는데 세계가 안정되고 교역이 원활할 때는 돈이 있으면 사오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나 비상시, 현재와 같은 코로나19로 펜데믹 상태에서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이미 곡류생산국 중 몇 나라는 곡류수출을 금지하였고 나라에 따라서는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하는 혼란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초기 허둥대기는 했지만 바로 질서를 회복하여 질병 전파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특히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의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이다.

이는 국가의 관리 기능을 신뢰한 측면도 있으나 우리나라 식품 생산 및 유통 체제에 의한 대처 방법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다. 생필품이 부족하면 즉시 공급되어 비어 있는 매대기 없었고 원활한 배달, 공급체계는 세계가 놀라고 있는 효율성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국민성도 있겠으나 우리 식품과 유통기업의 대처능력이 돋보인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안정된 생산 유통 상황은 식품의 원료가 충분했을 때 가능할 것이며 원재료가 부족했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식품원재료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함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교습이 되었으면 한다.

2. 심각한 식량 사정에 무감각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량 자원(곡류)으로 수요량을 충족하는 품목은 쌀뿐이다. 쌀도 먹는 양이 급격히 감소한 결과이지 실제 남는 게 아니다. 개인당 소비량이 현재 50kg/1년 수준에서 몇 십 년 전 100~200kg/년 수준으로 올라가면 결코 남는 것이 아니고 크게 부족하게 된다.

밀, 옥수수 등 다른 식재료로 먹는 것을 대체하다 보니 식품수급이 원활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근래 들어 일부 채소류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식품 사정이 문제가 되어 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여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국가도 식량안보라는 무게 실리지 않는 얘기는 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한 행동에 나선 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입이 원활하고 이 물량으로 가공공장, 사료공장이 잘 운영되고 쌀과 각종 가공식품 등으로 소비자는 충분한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무슨 문제냐고 물을 수도 있다. 국민의 식생활 안정시키는 식량은 국방에 버금가는 국가의 최우선 사항이며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생존과 연관된 사안이다.

요즘 들어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많이 먹어 죽는 사람이 못 먹어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 그 만큼 음식의 풍요 속에 살고 있으나 이런 상황은 이번 코로나를 거치면서 다시 식량사정을 뒤돌아 볼 계기가 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돈을 주고도 곡류나 육류를 사올 수 없다면 절대 식량 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대처방안이 있는가? 정부에서도 이런 극한 상황을 가상하여 국민의 최소 식생활이 가능한 비상대책을 세우고 매년 점검해야 한다.

3. 최소한의 식량 확보 방안

우리나라의 경지는 계속 잠식되고 농업종사 인력이 줄고 노령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식량사정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현실적 제한요인을 감안하면 우선 국내생산 가능한 식량자원을 충분히 이용하고 증산가능품목을 선정, 생산을 확대하는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첫째, 남아돌고 있는 쌀 소비 증대를 위하여, 계속되어 왔지만 품종개량을 더욱 촉진하여 일본의 미질보다 더 우수한 품종육종으로 식용을 확대하고 가공용도별 특성화된 쌀을 생산, 가공제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안토시아닌 성분 등 기능성이 풍부한 검정보리밭 전경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토시아닌 성분 등 기능성이 풍부한 검정보리 등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로 보리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둘째, 겨울철 공지로 놀고 있는 농지에 보리를 재배하여 제2의 식량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농약이 필요없어 무공해작물이면서 경작비가 가장 낮은 보리 재배를 통해 농민은 별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부가 2012년 보리수매를 중단하면서 경작면적이 잠시 줄어들었지만, 근래 보리소비 촉진으로 2017년 7만5000 톤에서 2018년 10만3000으로 증산돼 상당량이 창고에 쌓여있는 실정이다.

보리의 소비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식미를 개선해야 한다. 보리의 소비처가 없다는 것은 곧 식미가 떨어져 고급화된 우리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으로, 식품과학자나 산업계에서는 기술 개발을 통해 보리의 식미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량자원으로서 보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기능성 식품'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여야한다. 보리는 여타 곡물에 비해 베타글루칸 함량이 매우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 다당류의 일종인 베타글루칸은 인간 정상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증식과 재발을 억제하고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지질대사를 개선해 체지방 형성과 축적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당뇨 환자에게 보리밥을 권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보편화된 사실이다.

보리 잎의 활용도 종합적인 소비촉진 계획으로 구상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보리잎죽 등 보리잎을 식용해왔으며, 일본 등에서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채소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보리는 통곡물 형태로 이용해야 기능성 소재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밀가루보다 더 곱게 분말화해 국수 라면 빵 과자 등의 원료로 사용한다면 소비량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가격 등에 관심을 갖는다면 1960년대 100만 톤 생산시대에는 못 미쳐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료곡물의 수입량 절감대책이 필요하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총 양곡수입량 1600만9000톤 중 사료용이 1040만8000 톤으로 총 수입량의 65%에 이른다. 이제 우리나라 육류소비형태를 국가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료곡물 절감이 수입량 절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고기가득률이 높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가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국토를 벗어나 외국에서 식량기지를 확보, 안정적으로 원료생산, 수입할 수 있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 식량사정을 전면적으로 심도 있게 재검토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식량정책은 결코 단기계획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정부도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므로 범정부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에 우리 식품산업도 적극 참여하여 국민의 식량사정 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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