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로 엿보는 네덜란드 채식트렌드
식물성 고기로 엿보는 네덜란드 채식트렌드
  • 김민 기자
  • 승인 2020.07.1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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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식단비율 18~24세가 55세 이상의 5배 달해
동물친화·환경·편의성 좋은 육류대체품 200여종 판매
우유소비 감소 속 콩·쌀·귀리 등 대체유제품 13% 점유
플렉시타리안 겨냥 육류·버섯 합친 '하이브리드고기' 인기

최근 네덜란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 2018년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채식주의 식단을 따르는 18~24세 비율이 55세 이상 응답자 비율의 5배에 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채식시장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제품은 대체 육류와 대체 유제품들이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이 조명한 네덜란드 인기 채식 식품을 소개한다.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

유럽 ​​육류대용품 시장은 2020~2025년 동안 연평균 7.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유럽 대체육류 시장의 가치는 17억1860만 달러이다. 최근 수년 동안 유럽 전역에 채식 제품이 활발히 출시됐고 유통 채널도 확대돼 성장 잠재력이 더욱 높아졌다.

유럽​​국가들 중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및 네덜란드에 채식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 시장이 가장 크다. 육류와 식감이 비슷해 대체육 생산에 많이 쓰이는 밀 글루텐(Seitan)은 EU 채식 재료 시장의 4%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5년 이내 가장 빠르게 성장해 2019년 7000만 달러에서 2025년 1억2500만 달러로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육류 대용품 시장은 2019년 10% 가량 성장했으며, 2020년에도 역시 10% 정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직은 일반 육류시장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커 대형 식품회사도 육류 대용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체 고기의 맛, 구조 및 재료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2007년 이후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네덜란드 대체육류 시장의 매출은 5800만 유로에서 9700만 유로로 상승했다. 2017~2019년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대체 육류품 판매는 51% 증가한 반면 일반 육류는 9%가 감소했다.

네덜란드 주요 은행인 ABN AMRO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육류 대체품은 동물친화성, 환경, 편의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 확대에 따라 네덜란드 주요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윰보(Jumbo)는 각각 100종류, 200종류 이상의 고기 대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비건 유제품 판매 호조로 슈퍼마켓 체인 앞다퉈 제품 출시

한편, 네덜란드 소비자들은 우유를 적게 소비하고 유제품 대체재를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어 유제품 시장에서 대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13%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2018~2019년에는 소비량이 9억3920만 리터에서 8억9700만 리터로 감소했다. 

특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많은 PB상품들은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 알버트 하인과 윰보는 두유, 쌀우유, 코코넛우유, 귀리우유와 같은 자체 비건 음료와 요거트 라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리들, 알디와 같은 할인점들도 비건음료, 요거트, 디저트 제품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대체음료 상품에 큰 관심이 없었던 네덜란드 유제품 회사 멜쿠니(Melkunie)나 프리슬란드캄피나(FrieslandCampina) 같은 회사들도 최근 귀리우유 생산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리드 고기, 융통성 있는 채식주의자들 겨냥

채식 중심의 식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엄격하게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고기나 생선을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일컬어 '플렉시타리안(Flexitarians)'이라고도 한다. 네슬레, 맥도날드, 버거킹, 유니레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다국적 기업들도 이러한 채식주의자들을 겨냥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육류 대체재에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다진 고기와 느타리 버섯이 합쳐진 일명 '하이브리드 고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선 언급한 ABN AMRO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3분의 1은 지속 가능한 고기를 더 많이 먹고 나아가 60%는 의식적으로 일주일에 며칠씩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네덜란드 인기 채식 브랜드와 제품

(1) 비베라(Vivera)- 식물성 고기 대체품 생산의 선두에 있는 네덜란드 식품회사

비베라는 1990년 설립 이후 혁신적인 육류 대체품 생산에 힘쓰고 있다. 스테이크, 버거, 너겟 등 40개 이상의 제품군을 갖추고 밀, 콩, 완두콩, 옥수수, 쌀, 야채를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다. 비베라 제품은 이미 유럽 23개국과 약 2만 5000개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북미와 중국에서 고품질 콩을 수입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스마트 소싱과 공급사 정기 평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식품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6월 비건스테이크를 출시해 일주일 만에 4만 개를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육류 대체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2) 채식주의자를 위한 정육점이고 싶은 드 베헤타리스 스라흐르(De Beacharische Slager)

De Beacharische Slager는 대체육류 생산을 위한 3년간의 연구 끝에 고기의 맛과 식감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 토양에서 자라는 유기농 루핀 콩이 가진 풍부한 단백질 성분의 잠재력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채식시장과 기업의 가치를 알아본 유니레버(Unilever)는 2018년 기업을 인수했다. 2019년 11월에는 유럽 전역 2500개 버거킹 매장의 식물성 버거인 '리벨 와퍼' 공급계약을 이뤄내기도 했다. De Beacharische Slager는 생태발자국이 작고 GMO가 없는 콩, 루핀, 야채를 주 재료로 해 채식 치킨, 버거, 미트볼, 베이컨, 참치, 소시지, 빵 등을 생산하고 있다.

(3) 유럽 최대 육류 가공업체, 비온(Vion)도 무시할 수 없는 육류 대체품 시장

돼지와 소를 도축해 육류제품으로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 비온(Vion)은 유럽 최대 육류 가공업체이다. 이런 비온도 증가하고 있는 대체 단백질 수요에 발맞춰 2019년 10월 프리슬랜드의 도축장을 채식육 공장으로 바꾸고 육류 대체품 생산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은 비온이 대체육류 개발을 위해 설립한 ME-AT 측에 대체육류 시장의 가능성과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총 지배인은 채식 육류 시장은 1억 유로에서 1억3000만 유로로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유연한 채식주의자(Flexitarian)로 정의하고 있으며, 더 많은 육류 대용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ME-AT은 다른 경쟁사와 달리 실제 고기를 완전히 복사한 것과 같은 생김새와 감칠맛을 내는 비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라고 했다. 또한 ME-AT는 되도록 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네덜란드 내에서 조달할 수 있게끔 독자적인 단백질 공급 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인기 대체 유제품 브랜드

(1)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식물성 유제품 브랜드인 알프로(Alpro)

알프로(Alpro)는 1980년 설립된 벨기에 기업으로 2016년부터 프랑스 출신의 모기업 다논(Danone)이 소유하고 있다. 알프로는 아프리카의 영양실조와 싸우기 위해 콩을 기반으로 영양가가 높은 음료를 생산할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유럽의 유당 소화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게 됐다. 알프로에 의하면 네덜란드 국민의 3분의 1이 이미 정기적으로 야채 음료, 크림, 요구르트와 같은 대체품을 사용하고 있다. 제품 종류도 다양한데 우유, 요거트,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아이스크림, 휘핑크림, 쿠킹크림, 마가린, 디저트 등이 있다. 주로는 콩에 기반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2013년부터는 아몬드와 쌀을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2) 네덜란드 슈퍼마켓 진열대를 점령한 귀리음료 오틀리(Oatly)

오틀리(Oatly)는 1994년 설립된 스웨덴 브랜드로 네덜란드에서 매출의 5%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스웨덴 밖 첫 공장이 2019년 네덜란드 블리싱엔(Vlissingen) 지역에 설립됐다. 이 곳에서는 1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연간 약 1억2000만 리터의 귀리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귀리를 사용해 요거트, 빵 스프레드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 전망

대체 육류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리스(Barclays)도 향후 10년 내 전 세계 육류 대체품 판매량이 10배 증가해 시장규모가 125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비건 제품은 앞으로 점점 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 트렌드가 돼갈 것이다.

한편 네덜란드 기업들은 배양육 생산에도 적극적인데 모사미트(Mosa Meat)는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네덜란드 기업이다. 1999년 네덜란드 의사 겸 연구원 윌렘 반 이엘렌은 줄기세포로부터 육류를 생산해 특허를 받았고 모사미트와 함께 2013년 마스크리히트대 마크 포스트 교수도 세계 최초 줄기세포 배양육을 사용한 햄버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배양육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어 1999년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섭취가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 모사미트 측은 올해 유럽 식품안전청에 안정성을 입증하고 2022년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양식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의 또 다른 대체재는 곤충이나 해조류의 단백질이다. 해조류에서 나오는 기름과 버터 제품, 메뚜기 단백질을 활용한 에너지 바와 같은 가공품들이 그러한 예이다. 다만 2017년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이 육류를 대신한 단백질 공급원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낮은지 알아봤는데 곤충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점은 참고해 볼만하다.

최근 한국 식품기업 지쿠인(Zikooin)도 업사이클링 식물성 재료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제품을 올해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우리 업체들도 커지고 있는 대체육류를 비롯한 세계 채식시장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길 바라본다.

자공 :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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