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미국소비자 가성비 높은 '스토어(PB) 브랜드' 찾는다
지갑 얇아진 미국소비자 가성비 높은 '스토어(PB) 브랜드' 찾는다
  • 김민 기자
  • 승인 2020.08.0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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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매출 14.6% 껑충...고용·미래 불확실성 탓

소매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유통하는 스토어브랜드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라이빗 레이블(Private Label) 혹은 자체상표로 불리는 스토어브랜드 제품은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시장에서 그 세력을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셧다운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향후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보다 좀 더 저렴한 스토어브랜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로 당분간 스토어브랜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스토어브랜드의 성장

2020년 1분기 스토어브랜드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Nielsen과 Private Label Manufacturers Association(PLMA)이 지난 4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1분기 소매점에서 판매된 스토어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4.6% 늘어난 38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매량 역시 12.8% 증가한 132억 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자 상표인 내셔널브랜드의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11.5%와 9.2%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슈퍼마켓·할인점·창고형매장 등을 중심으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더 저렴한 스토어브랜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PLMA의 브라이언 샌로프 회장은 “소비자가 느끼는 공포심리가 소비자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로 소비자의 스토어브랜드 수용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장지, OTC 의약품, 손소독제 등 수요 급증상품을 중심으로 스토어브랜드 제조업체들이 비상체제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소매 유통채널 별로 스토어브랜드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대형마트로 전년 동기대비 1분기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16.6%와 16.5%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슈퍼마켓의 스토어브랜드 매출과 판매량 증가율은 각각 18%와 22.3%였으며, 드럭스토어는 각각 13%와 12.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스토어브랜드 제품 판매는 매년 꾸준한 속도로 증가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을 서서히 키워왔다. 2017년 1248억 달러였던 스토어브랜드 매출은 2019년 1365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8.8%에서 2019년 19.2%로 0.4%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내셔널브랜드의 차선책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토어브랜드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구입하게 됐다며, 이를 기회로 스토어브랜드를 사용해보고 만족감을 느끼면 가성비가 좋은 스토어브랜드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스토어브랜드에 기회될 수도

코로나19로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성비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분석국이 지난 5월 2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4월 미국인의 저축률(가처분 소득대비 저축 비율)은 3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과 바이러스 공포가 소비자들의 정상적 지출 의지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구입 가능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넣으며 스토어브랜드 판매가 증가했다면, 경제 재개가 시작된 시점에서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스토어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RI는 소비자들이 이미 편의점에서 스낵이나 음료 구입을 줄이고, 달러스토어에서 장을 보거나 스토어브랜드에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침체 시기의 구매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패턴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내셔널브랜드를 위협해 오던 스토어브랜드 제품 판매는 코로나19로 인한 향후 경제 불안감과 소비위축의 영향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망 및 시사점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에는 스토어브랜드 론칭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식품, 건전지, 청소용품 같은 생필품은 물론이고, 패션과 뷰티 업계도 소매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식품, 생필품, 의류, 홈퍼니싱에 이르기까지 소비재 모든 품목에서 유통업체들이 스토어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 Kohl’s는 여성복과 운동복 라인 판매 강화를 위해 추가로 스토어브랜드 론칭을 계획하고 있으며, JCPenny 의류 부문의 스토어브랜드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유통업체들의 스토어브랜드 확장 열풍은 품질경쟁력을 갖췄으나 미국 내 브랜드인지도가 낮은 한국 수출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토어브랜드 점유율이 높은 식품업계는 K-Food 트렌드를 발판으로 스토어브랜드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도 구사해볼 수 있다. 아시안 식품을 유통하는 바이어 A씨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내셔널 브랜드 외에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스토어브랜드 제품 품목이 더욱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자료: Nielsen, Private Label Manufacturers Association, IRI, CNBC, Forbes, Supermarketnews,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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