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약으로 먹는_감태(1)
[류양희의 수다 in Jeju]-약으로 먹는_감태(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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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와 흡사한 색깔 모양 바닷가에 널려
떫어서 식용 불가한 감태는 약으로 쓰여

제주에 살면서 바다는 원 없이 본다. 그러다보니 바다는 매일 똑같은 바다가 아니란 걸 알았다. 하늘색에 따라 바다색도 그때그때 변하고, 어느 날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아도 파도가 치고, 어느 날은 바람은 부는데 파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날도 있다.

같은 바다인데 어느 날은 맑은 물만 있다가 또 어느 날은 해조류가 둥둥 떠다니며 바닷물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심할 때는 바닷물 속이 거대한 미역국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바다를 매번 바라보는 게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제주에 내려온 그 해 7월말에 먼저 내려와 터를 잡고 나서 온 식구들이 9월에 완전히 이주하기까지는 약 한 달정도 홀로 지낸 시간이 있었다. 그 때는 일부러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홀로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멋진 풍경을 만나기라도 하면 가족 생각이 더 간절해 괜스레 울적해질 것 같아서였다.

식구들이 9월에 내려오기로 결정된 것에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물놀이를 못할까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그 주말에 바다부터 데리고 갔다. 다행히 제주 바다는 9월에도 그리 춥지 않았다.

바닷물에서 실컷 놀던 아이들이 뭘 건져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다시마인줄 알았다.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들만큼 신났다. 표선 해비치 해변은 얕은 물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안전 문제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 곳인데 아이들은 여기서 모처럼 하루종일 실컷 놀았다. 어느 정도 놀만큼 놀았는지 아이들은 바위틈과 모래밭으로 옮겨 다니고 바다에서 무엇을 건져오기도 했다. 얼핏 봐도 다시마였다. 바다 물 속에 있는 상태로 미역과 다시마를 구분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만져보니 누가 봐도 다시마다.

이런 게 바다에 널렸으니 그냥 건져다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다시 물속에 들어가 다시마를 한가득 건져오는 동안 각종 다시마 요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다시마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라면을 떠올렸고 고소한 튀각도 생각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다시마를 건져오는데, 생각해보니 바다에 이렇게 널렸으면 그때그때 건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 아이들한테 그만하고 그냥 신나게 놀라고 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집안 경제에 무슨 큰 보탬이라도 된 줄 알고 무척이나 뿌듯해 했다.

아이들이 건져온 것은 다시마처럼 생긴 ‘감태’였다.

바다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옆이 허전했다. 옆에 잘 놓아두었던 다시마가 쓱 사라진 거다. 누가 가져갔나 주변을 두리번거려보니 벌써 우리 다시마를 들고 저만치 가는 사람이 보이는데 옷차림새가 관광객은 아닌 듯하니 마을 주민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 물 빠진 해변 쪽을 바라보니 해변으로 밀려난 다시마들을 마을 사람들이 칼퀴로 긁어모아 리어카에 담는 모습이 보였다. 해변이 지저분해보이니 치우는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 다시마도 그런 차원에서 청소 서비스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한참 지나서야 이 날의 진실을 알게 됐다. 그 날 본 것은 다시마도 아니고 마을 주민들의 작업도 단순한 청소가 아니란 걸 말이다. 그날 본 것을 한참 지나서 제주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첫 반응은 “그것은 떫어서 못 먹는 것”이란다. 그래서 “약으로나 먹는 것”이란다. 그것의 이름이 ‘감태’라는 것도 그 때서야 알았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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