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이야기_소라(2)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이야기_소라(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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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소라, 우리나라 생산량 85% 차지... 자연산 '우도 소라'는 4월 축제
가파도·비양도는 색색 소라껍데기로 돌담 장식 볼거리 제공
천연 피로회복제 성분 '타우린' 풍부...해녀할망 소라요리로 기운 회복할 듯
어족 자원 감소로 6~8월 채취 금지...위반시 2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

제주에는 소라가 많다. 소라는 우리나라 해안 곳곳에 다 있지만, 특히 제주 소라는 우리나라 소라 생산량의 85%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지금도 제주의 섬 가파도나 비양도 같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소라껍데기에 예쁜 색깔을 입혀 돌담을 장식해 놓았을만큼 소라는 흔하디 흔하다. 

제주의 섬 비양도에는 소라껍데기에 예쁜 색깔을 입혀 돌담을 장식해놓았다

제주에서는 소라를 ‘구쟁기’라고 부르는데, 전에는 더 많았고 바다에 널렸을 정도였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소라를 이용해서 구쟁기강회(소라무침), 구쟁기회(소라회), 구쟁기물회(소라물회)를 해서 먹었다. 고된 일상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회복력을 보여왔던 해녀 할망들과 제주 사람들의 비결이 피로회복제 주성분인 ‘타우린’이 들어있는 소라를 많이 섭취해서는 아니었을까 싱거운 추론을 해본다.

소라물회(출처_비짓제주 잠녀해녀촌 식당 홍보사진)

하지만 아무래도 채취량이 늘어나면서 자원 감소가 이어져 요즘은 그 수가 현격히 줄어들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991년부터는 총 허용어획량(TAC) 품목으로 지정해 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소라 포획 채취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난해 소라를 잡아 사진을 찍은 날짜를 확인해보니 6월초였다. 금어기를 위반하면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게다가 금어기가 아니라도 7cm이하의 소라는 잡지 못하도록 했단다. 아... 모르고 한 일이긴 하지만 깊이 반성할 일이다. 어쩐지 평소에 도무지 볼 수 없는 소라를 그 때 볼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김녕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해녀 할망들이 계신 곳이니 소라 인공종묘들이 많이 바다에 뿌려졌을게 당연한 일이었다.

제주 소라는 생산량의 70%를 일본으로 수출해왔다. 해녀 할망들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다. 이젠 인공종묘에 의지하지 않고는 소득을 보장받기 어려울 만큼 어족자원이 많이 줄었다. 여행객들의 단순한 호기심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제주 소라 중에서도 우도의 소라를 최고로 친다. 인공종묘를 뿌리지 않고 오로지 자연산 만을 고집해온 덕에 우도 소라는 유명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매년 4월이면 소라축제를 열었다. 다만 우도로 향하는 뱃길이 잦은 기상변화로 끊길 때가 많아 축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고 그나마 올해에는 코로나19사태로 제주에 있는 축제가 모두 취소되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도소라 축제에서 맛볼 수 있는 소라구이(출처_비짓제주)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영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으로의 소라 수출길 역시 완전히 막혀 해녀 할망들의 소득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관광객 역시 줄어 전반적인 소라의 소비가 줄어들고 판로 역시 막막한 상황에 아예 소라 채취를 포기한 상황이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수습될 때 쯤이면 올해 소라 금어기에 접어들 것이기에 이래저래 엎친데 덮친격이 될 것이다.

제주에선 소라를 구쟁기라고 불러왔지만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용어로 ‘뿔소라’라고 부른다. 소라 껍데기에 삐죽삐죽 뿔이 돋아 있어서다. 하지만 공식적인 명칭으로 뿔소라과는 따로 있다. 뿔소라과에 속하는 피뿔고둥에 뿔이 달렸는데 아가미 뚜껑을 보면 제주의 뿔소라와는 전혀 다르다. 제주의 뿔소라는 그냥 소라과에 속해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제주의 뿔소라를 어항에 넣어놓으면 뿔이 점점 퇴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거친 바다에 놓으면 뿔이 자라난다. 거친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위틈에 몸을 고정시키려 뿔이 자라나는 것이다. 이들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코로나19사태의 높은 파고에도 해녀 할망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낼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아니 소라의 뿔처럼!

코로나19사태가 종결되는 그날이 오면! 오호 그날이 오면!! 제주에서 소라회, 소라구이, 소라물회 꼭 먹어보길 권한다. 도시의 피로는 천연 피로회복제로 푸는 것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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