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식량안보, 과학자의 몫이다
[특별기고] 식량안보, 과학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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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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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2050년 인구 97억 명,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산업혁명 이후 과다한 화석에너지 사용은 지구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환경문제로 인한 기상 재앙은 식량문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병의 출현 등 심각한 보건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 환경, 식량, 보건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 즉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할 때 현안을 풀 수 있을 것이다.

UN은 인류가 당면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생물다양성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3대 환경협약(생물 다양성, 기후변화, 사막화 방지)을 체결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생물 다양성 협약 체결 후 20년이 되던 2012년에 전문가집단을 통해 그간의 노력을 평가한 결과, 1992년보다 생물 다양성은 더욱 훼손되고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하며 사막화는 더욱 확산되고 있어, 혁명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과학기술 혁신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현재 세계 인구 75억 명 가운데 약 10억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에는 지금의 1.7배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너지 자급률 3%이고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2030년 총 배출량의 37%를 줄이겠다고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하였다. 에너지 절약과 과학기술의 혁신 없이는 목표치 달성은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사료용 곡물을 포함)은 24%에 불과하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21세기 보릿고개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60년대에 비하면 다수확 품종 개발, 충분한 농약과 비료 공급 등 농업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비되어 있음에도 어쩌다 자급률이 24%로 뚝 떨어졌을까?

그 이유로는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고 두번째는 농지 훼손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농지면적은 약 230만㏊이었으나 농지가 산업단지, 택지, 도로 건설 등으로 전용되어 현재는 163만㏊로 크게 감소하였다.

지금도 매년 약 2만㏊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국가는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과학자는 높은 수준의 연구철학에 입각하여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본질적인 문제해결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

3차례 과학기술혁신포럼 통해 식량정책 부재 확인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미래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돈만 있으면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식량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가을 과총 김명자 회장님께서 실효성 있는 국가 식량정책이 보이지 않으니 과총이 주최하는 과학기술혁신 포럼에서 식량과 농업을 주제로 다뤄주면 좋겠다는 의견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필자는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기획 단계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 국가 농업과 식량안보에 관한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공동으로 3차(1차 : 국가 농업과 식량안
보 정책, 2차 : 농업과학 혁신기술, 3차 : 해외농업 개발 및 발전전략)에 걸쳐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어 6월 말 201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도 3차례에 걸쳐 진행된 과학기술혁신포럼의 결과를 소개하고 정책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발표회를 가졌으며 지난 10월 2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국가 식량안보 R&D 정책 대안을 모색하였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농업·식량안보 혁신정책포럼의 개요를 소개하고 해외농업 R&D 전략을 제시하였다.

일본과 중국의 식량안보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해법은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곡물 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내 생산분과 해외에서 조달하는 식량을 합한 식량 자주율은 100%를 웃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해외농업을 추진하여 미쓰비시물산 등이 해외에서 직간접으로 가용하는 농지면적은 자국 농지의 3배(1200만㏊)에 달한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안보를 국가정책에 최우선시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농산물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던 2004년부터 매년 초 국무원과 공산당이 국가 현안으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15년 연속 3농(농촌, 농업, 농민)을 다루면서 식량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약 50조 원으로 매수하여,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을 비롯한 농업 전반에 대한 연구는 농업부, 농업과학 연구원이 주도하지만 과학기술부와 중국과학원 연구소에서도 농업 분야에 많이 노력하고 있어 우리와 대조적이다.

필자는 한·중·일 식물생명공학 연구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2015년 중국 식물과학학회 연차대회에 참석하면서 즈홍 쉬(Xu Zhihong) 박사(전 북경대학교 총장)의 기조강연 “중국 농업이 당면한 문제와 식물과학자의 책임”을 매우 감명 깊게 들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과 책임이 절실한 때다. 또한 한·중·일은 환경, 에너지, 식량, 보건 문제에 있어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법’ 제정 시급하다
이처럼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특화된 농업 R&D 추진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설정되어 있지만, 법적 실효성이 없이 유명무실하다. 국민, 정치인, 전문가 등이 사실(현실)을 토대로 모두가 공감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가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빨리 설정해야 한다. 국가 생존과 관련된 식량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가칭) 식량안보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여 세계 식량 수급사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식량 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력양성, R&D 추진, 해외농업 등의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과총은 올해 개최한 식량·농업 관련 과학기술혁신포럼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 식량안보 혁신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생존의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곽상수 박사는 경북대학교 농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1988년 농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중국과학원과 중국 농업과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식물생명공학회 회장, 한중일고구마연구협의회 회장을 엮임하였고 2017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았다. sskwak@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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