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진단-위기의 낙농·유가공업] 국내 유가공산업의 보루 '흰우유'마저 수입산 잠식 가속화
[2020진단-위기의 낙농·유가공업] 국내 유가공산업의 보루 '흰우유'마저 수입산 잠식 가속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1.09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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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말 멸균우유 수입량 8700톤...전년 대비 2배 이상 껑충
FTA로 관세인하...커피체인점·제과제빵 등 원부재료 B2B 물량 급증
소비자 30% '가격'보고 우유 구매...2026년 무관세되면 역전될수도

국내 유가공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값싼 수입산 유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이 커지며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정부의 산업 보호가 사라지고 낙농 선진국들과의 무한 경쟁시대로 변화됨에 따라 약육강식의 정글 원칙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제품 수입량은 시장개방 첫해인 1995년에 비해 무려 15배(1,492%)에 달할 정도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원유 자급률은 수입개방 첫해 93%에서 지금은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수입산 유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매일 배송되는 신선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성항으로 흰우유 만큼은 끄덕없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포장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인터넷몰을 비롯한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수입산 흰우유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으며, 일부 유통업체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명분 아래 흰우유 제품의 수입 판매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관세가 계속 인하되면서 수입산과 국내산 우유제품의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수입산 제품의 국내 반입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시유(멸균포장) 수입량은 2012년 932.8톤이던 것이 2015년 1138톤, 2018년 4291톤에 이어 지난해에는 11월말 현재 8689톤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표1>

한국유가공협회가 조사한 결과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30여 종에 달하는데 대부분 EU 국가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일부 호주산도 있으나 높은 관세와 목초 사양관리로 인한 관능 차이로 인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대형 유통점에서 테스트 마켓 차원에서 수입해 인기리에 판매된 미국산 우유의 경우 사료급여 등 국내 사양관리와 유사해 관능상 큰 차이가 없는데다 가격이 저렴해 본격 수입될 경우 그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표2>

출처:유가공정보(한국유가공협회)
출처:유가공정보(한국유가공협회)

■ 수입 멸균유 특성

수입산 멸균유의 유통기한은 1년으로 국산의 약 10주에 비해 3배 가량 길다. 따라서 대부분 인터넷몰이나 B2B 판매 형식으로 시장을 넓혀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과거 국내산 우유를 사용하던 소규모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제빵업체, 프랜차이즈 음료업체, 외식업체들을 중심으로 식자재 원료를 국산 우유보다 저렴한 수입 멸균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관련 수입업체들이 판로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은 평균 단가로 환산했을 때 국산 멸균유의 인터넷 판매 가격(1940원/L)과 비슷하지만 1500원 이하 제품이 있고 향후 관세 인하 등 가격인하 요인이 많아 시장 잠식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가공협회 박상도 전무는 "수입 멸균유의 소비자가격은 유기농, 저지방 등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9년 현재 13.5%의 수입 관세가 2026년 제로 관세 때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인하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고 말했다.

국내 원유 생산 및 소비 현황

국내 유가공산업은 시유 70%, 가공품 30%의 소비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시유 소비의 정체 또는 감소가 계속될 경우 원유 수급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낙농업도 무허가축사 양성화, 축산분뇨처리 적법화 등 환경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원유 총 소비량은 2016년 391만3000톤, ‘17년 409만1000톤, ’18년 413만8000톤, ‘19년 430만7000톤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수입량 증가(’16년 184만3000톤, ’17년 203만3000톤, ‘18년 219만8000톤, ’19년 226만4000톤)에 기인한다. 최근 4년동안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4만~207만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중 수출량을 제외한 내수 물량은 200만톤도 채 되지 않는다.

국내 원유 생산량 소비량 및 수입량

문제점 및 과제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유가공업체인 딘푸드가 우유소비 감소로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유업계가 위기의식을 가질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낙농 및 유가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유가공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유가격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900명 중 30%인 270명은 브랜드와 상관없이 가격이나 행사를 고려해 우유를 고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 원유가격을 낮추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한 국제 경쟁에서 맥을 못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가공업계는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하고 있지만 한 수 위인 낙농선진국의 수많은 고품질의 수입제품과는 가격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실정이다. 유업계 일각에서는 백색시유가 매출 증대에 기여하지만 이익 없는 제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업계는 이러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정확히 진단하고, 조속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처하게될 것이다. 지금까지 품질 면에서나 신선도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 백색시유마저 수입품에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앞으로 수입개방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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