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립 50주년 맞은 (주)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의 멋진 외길 인생
[인터뷰] 창립 50주년 맞은 (주)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의 멋진 외길 인생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9.06.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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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라스틱 업계의 선구자·개척자·산증인... 동탑산업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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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산북사업장에 컵박물관 개관...국내 플라스틱산업사 한 눈에
식품용기연구소 설립이 꿈... 박물관·미술관과 함께 문화공간 조성
100년기업 이어갈 해외시장 개척 박차...베트남 발판 동남아로 확장 모색
제삼플라스틱 여주 산북사업장 '컵박물관' 전경
제삼플라스틱 여주 산북사업장의 2층 규모 '컵박물관' 전경
저멀리 산자락 끝에 남한강이 흐르고 녹음 우거진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조용하고 맑은 공기와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50년을 버틴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소망 없이는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국내 식음료산업을 선도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플라스틱컵용기 제조업체 (주)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의 외길 인생이 그래서 빛난다. "어렵고 힘들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아픈 상처가 굳은살이 되어 선물로 남았다"고 회고하는 전 대표는 최근 컵박물관을 개관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정원으로 꾸미고 직원은 가족이라 부르는 그를 만나 지난 50년의 시간과 100년 기업을 향한 구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국내 플라스틱 식품용기 변천사 담은 '컵박물관' 개관

제삼플라스틱 '컵박물관' 입구
제삼플라스틱 '컵박물관' 입구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용담3길 28)에 가면 우리나라 플라스틱 컵의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컵 박물관’이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주)제삼플라스틱이 그동안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시대별로 구분해 고스란히 전시해 놓은 곳이다.

지난달 10일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는 원주공장에서 치러질 기념식에 앞서 고객들을 이 곳 컵박물관에 초청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회사의 50년 역사는 곧 플라스틱 컵 변천사이기 때문에 컵박물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적으로 누구나 그렇겠지만 1969년의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묘목이 무성한 나무로 자라는 50년의 긴 세월동안 비바람과 눈보라에 흔들리고 숱한 풍상을 겪었지만 꿋꿋하게 잘 버텨내 커다란 나무로 의젓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우리나라 플라스틱업계의 선구자이자 개척자이며 산증인인 전만기 대표는 플라스틱산업사를 한땀 한땀 직접 써온 지난 반세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미세먼지 없이 쾌청한 6월 중순, 녹음 우거진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흡사 유럽의 어느 고즈넉한 시골마을 풍경을 닮은 컵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벌써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국내 플라스틱산업 발전사를 직접 써온 전만기 (주)제삼플라스틱 대표
국내 플라스틱산업 발전사를 한땀 한땀 직접 써온 전만기 (주)제삼플라스틱 대표

■ 미술관ㆍ식품용기연구소와 함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학습장으로 제공할 터

“여기는 은퇴 후 여일을 보낼 곳입니다. 공기 맑고 조용한 곳에서 음악 듣고 책 읽으며 텃밭 가꾸고 살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회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컵박물관 규모를 200여 평 더 늘리고, 식품용기연구소와 미술관을 만들어 자연과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전만기 대표는 50주년을 계기로 지난 세월을 정리해 어떤 형태로든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이 펼쳐질 미래 50년에 대한 도전, 즉 앞으로의 꿈을 이곳 1800여 평 규모 산북사업장에서 펼쳐보일 것을 구상하고 있다.

‘컵박물관’ 2층 데크에 서면 전만기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이 탁 트인 시야에 한 눈에 들어온다. 멀지 않은 산자락 끝의 남한강 줄기로 인해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 곳은 건축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연을 벗 삼은 문화 공간으로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만기 대표는 “힘들었던 과거를 발판으로 100년 기업 대계를 위한 행보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2~3년 후 달라질 산북사업장의 모습을 그려주었다.

그의 청사진은 이렇다. ‘컵박물관’을 마주보고 있는 현재의 포장디자인연구소 2층 건물은 캠퍼스 커플로 42년간 동고동락한 화가 아내를 위한 미술관으로 리뉴얼해 선물할 예정이다. 마침 아내의 고향이 여주여서 그 의미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제삼플라스틱 박물관 2층 데크에서 내려다본 패키지랩 전경
제삼플라스틱 컵박물관 2층 데크에서 내려다본 패키지랩 전경. 2~3년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화될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지 맨 안 쪽의 패키지랩 건물은 식품용기연구소로 확장할 계획이다. 식품용기연구소는 PLA나 PP, PS, PE 등 모든 종류의 식음료용 플라스틱 용기를 연구하는 곳으로, 맛과 보존 방법이 제각각인 식품의 특성을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용기를 맞춤형으로 개발하는 솔루션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 100년 후 식품포장용기 연구하는 솔루션시스템 연구소 설립이 꿈

스웨덴 푸드밸리의 포장연구소처럼 제삼플라스틱 식품용기연구소도 100년 후 식품포장 용기의 예측 가능한 변화를 연구하는 곳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전만기 대표의 꿈이다.

정원 마당엔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의 유용성과 재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학습장과 함께 모과와 살구, 사과, 자두, 호두나무 등 유실수를 심고 건물 주변엔 지금도 그렇지만 각종 닭과 토끼, 반려견 등 동물을 키워 유치원생 등 어린아이들의 자연친화 견학장소로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물관-미술관-식품용기연구소를 잇는 삼각구도의 문화공간은 과거와 현재,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제삼플라스틱의 기업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우리나라 플라스틱컵 역사를 손수 써온 전만기 대표의 2019년은 여러모로 뜻 깊은 해다.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데다 ‘컵박물관’을 공식 오픈했고, 개인적으로는 동탑산업 훈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오늘 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의 추억을 돌이켜보면 가슴 한구석을 시큰해집니다.” 전만기 대표의 창립 50주년 기념사가 큰 울림을 준다.

컵박물관을 짓겠다고 1988년에 한 약속을 지킨전만기 제삼플라스틱 대표가'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박물관 입구에걸어놓은 액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988년 이 곳에 컵박물관을 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전만기 제삼플라스틱 대표는 '약속' 곧 신뢰라고 강조한다.

■ 지난 반세기 아픈 상처는 굳은살되어 소중한 선물로 남아

“어렵고 힘들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아픈 상처가 굳은살이 되어 소중한 선물로 남았다”는 전만기 대표는 녹록치 않은 지난 세월을 견뎌오며 우리나라 식품산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공로로 지난 5월 14일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통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소감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국내 플라스틱업계가 워낙 영세한데다 결집력도 약해서 식생활 문화를 창조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씁쓸함이묻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환경오염 이슈가 불거지며 미래 전망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 답답한 내수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 박차... 베트남 발판 동남아 공략

그래서 제삼플라스틱은 답답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70~80년대 생활상과 비슷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하노이 지역 커피업체와 손잡고 플라스틱 컵용기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도 일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라 조급하기도 합니다... ” 그래서 전 대표는 토요일에도 회사에 출근한다. 새롭게 구상하거나 정리해야 하는 일은 주로 여유가 있는 주말에 하는 편이다.

제삼플라스틱은 아직 주 5일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내년부터 주 5일 근무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토요일 근무를 지속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반공일 개념으로 오전 근무만 하면 된다. 이는 거래처와 생산 현장이 가동되기 때문으로, 급하게 납품할 일이 생기거나 갑작스런 클레임으로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기조이다.

“남들 다하는 주5일제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지만, 우리는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켜야 믿고 거래하는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전만기 대표는 “한편으론 미개한 회사처럼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냈던 토요일 근무가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라고 달래며 회사의 방침에 순응하는 대다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만기 대표는 매주 토요일이면 출근해서 영업, 관리, 디자인 부서 직원 3명과 함께 거래처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한 후 점심식사 후 퇴근한다. 대신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의무화되면 폼나게 놀 수 있도록 금요일 오후 5시 조기 퇴근을 실시할 심산이다.

■ 신입사원 면접은 입사 후 3개월 시점에서... '가족'을 뽑기 위한 전략

전만기 대표의 신입사원 뽑는 방법은 매우 특이하다. 일단 입사 지원을 하면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진행시키고 3개월 되는 시점에서 정식 면접을 실시한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직무에 대한 수행능력을 평가한 후 회사의 방침에 대해 동의할 경우에만 본격적인 급여 협상에 들어간다. 그렇게 3개월, 6개월, 1년, 3년, 10년까지 상호간 타협을 보지만 그 이상 지나면 이미 가족이 되었기 때문에 믿고 맡긴다.”

제조업은 생산현장과 거래처를 모두 알아야만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최소 3년 걸린다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그동안 작업장에서 함께 풀도 뽑고, 고구마 감자도 재배하고, 반려견도 키우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땀 흘리는 것을 겁내고 무서워해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잘 이겨내 한 식구가 된 직원들에 대한 전 대표의 사랑은 끔찍할 정도다. 최적의 작업 환경과 복지시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투자도 아까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예를 들면, 하루 세끼를 회사에서 제공하는데, 한 끼 식사 때마다 4~5찬으로 정성껏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또 자칫 기계 소음으로 삭막해질 수 있는 작업 환경에서 직원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개만 들면 시원한 밖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통 큰 유리창을 설치했는가하면 공장 주변을 정원으로 꾸미고 쉼터를 마련해 자연과 더불어 심신의 안정을 꾀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정(情) 많은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 미래 50년을 위해 중요한 시기... 회사 이미지 제고 집중하고 나아갈 방향 정비

전만기 대표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회사의 이미지를 대외에 알리는 일에 보다 힘쓰고, 새롭게 나아가야할 방향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업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진솔한 의견을 구할 방침이다.

해외에 출장 나갈 때면 업무를 마친 후 하루를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기꺼이 할애한다는 전 대표는 현지 벼룩시장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며 그들의 생활상을 살펴보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얻는다. 올 상반기에도 베트남과 미국 출장을 통해 식음료용 플라스틱 용기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영감을 얻고 왔다는 그는 “제조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것 중의 하나가 해외 출장때면 반드시 하루를 내 시간으로을 갖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전만기 대표와 식음료 및 유통 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축산학을 전공하고서도 식음료 분야에 투신해 일궈온 시절들이 소중하기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과 음료를 담는 모든 플라스틱 용기, 특히 떠먹는요구르트(호상발효유)의 80%이상을 제삼플라스틱에서 공급하고 있다. 식음료산업의 발전이 곧 제삼플라스틱의 존재의 이유인 탓에, 전 대표는 오늘도 식음료업체들과 동고동락하며 식지 않는 열정으로 힘차게 뛰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컵박물관'

(주)제삼플라스틱이 오픈한 컵박물관 내부 전경.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제품과 플라스틱산업의 역사를 둘러보고 있다.
(주)제삼플라스틱이 오픈한 컵박물관 내부 전경.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제품과 플라스틱산업의 역사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산업의 개척자답게 (주)제삼플라스틱 컵박물관엔 '최초'로 생산된 제품들이 즐비하다. 국내 최초 플라스틱컵을 비롯해 자판기컵, 생수컵, 샐러드용기, 크림치즈용기, 다층커피컵 등 생산 당시 사진과 비교하면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시계방향) 컵박물관 문패→ 신제품 개발의 단초를 제공하는 외국에서 수집한 플라스틱컵용기→ 현재 제삼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식음료제품의 광고→ 제삼플라스틱 이기권 상무가 플라스틱컵 제조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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