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드워드권 셰프 "위기의 외식업 가격경쟁력 높은 '킬링아이템'으로 승부해야"
[단독] 에드워드권 셰프 "위기의 외식업 가격경쟁력 높은 '킬링아이템'으로 승부해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9.05.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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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맛, 서비스, 메뉴로 고객 접점 높여라
업주와 고객, 고객과 고객간 소통 문화 창출도 불경기 돌파구로 작용
농식품부-aT 주최 ‘푸드페스타 백배 즐기기 외식 톡톡(Talk-Talk)’서 강연

“외식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여건 속에서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미세먼지가 가득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는 식당들이 있다. 우리 식당은 위생적으로 청결하고 맛도 좋고 값도 저렴한데 왜 손님들이 오지 않는지 의문이 생기는 경우라면 솔루션을 찾는 고민을 해야한다. 킬링 아이템(Killing Item)을 만들던가 원가구조를 혁신해서 수익을 조금 내더라도 엄청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일 aT센터 세계로룸에서 열린 ‘푸드페스타 백배 즐기기 외식 톡톡(Talk-Talk)’ 행사에서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도경록 사무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경기 침체가 소비심리 위축을 초래하면서 외식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태가 향후 4~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드워드권
 ‘랩24’와 ‘‘엘리멘츠’ 오너 셰프

그러면 이러한 위기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돌파구는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국내 최고의 셰프 중 하나로 꼽히는 에드워드권 셰프가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에드워드권은 ‘랩24’와 ‘‘엘리멘츠’ 등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다,

그는 우선, 음식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업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실히 심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메뉴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3층 세계로룸에서 열린 ‘푸드페스타 백배 즐기기 외식 톡톡(Talk-Talk)’ 행사 참석자들은 ‘외식트렌드 및 경영철학’을 주제로 한 에드워드권 셰프의 생생한 현장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에드워드권은 앞으로 외식업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그 이유로서,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리학 출신이 너무 많고 현장 인력도 넘쳐날 뿐 아니라 단위 인구 당 식당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외식업은 쉬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에드워드권은 “요즘 경기가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긴 연휴 때 공항이나 고속도로에 여행객이 붐을 이루는 것을 보면 단지 심리위축 일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결국은 경제적 여유는 있는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셰프는 최근 외식문화의 다양성이 기대되는 현실에서 고급 식당들이 하나 둘 무너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외식인데, 고급 식당을 갈 수 없는 상황이면 중저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즘엔 오히려 중저급 식당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셰프들이 세컨 브랜드나 서브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을 보면, 가격 저항으로 주저앉는 고급 식당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또한 경기가 불투명할 때에는 패스트푸드나 음식 가격 대비 양이 많은 식당을 선호하게 돼, 저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훨씬 더 고객 접근성이 좋아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결국 향후 5년간 국내 외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식당수와 선택 폭이 많은 대신 인구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중저가 시장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게 권 셰프의 견해다.

그러면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권대표가 제시한 해법을 들어보자.

에드워드권 (‘랩24’와 ‘‘엘리멘츠’ 오너 셰프)

 

■ 가격경쟁력 높은 식당으로 전환 필수

만일 하이 엔드(High End) 식당 운영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이 가격경쟁력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SNS의 발달로 휴대폰만 열면 가격을 비교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수두룩해 고객들의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스토랑 운영자들은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아주 비싸든지, 아니면 보편타당하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정도로 저렴하게 운영하든지 확실한 가격정책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정쩡한 가격으로는 어떤 소비자도 끌어당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킬링 아이템’으로 정체성이 분명한 시장으로 변화해야

외식업은 이제 아이덴티티(Identity)를 줄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외식사업이 바람직하다. 고객과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나 메뉴 아이템을 통해 그 식당을 가야만하는 이유를 제공해야한다.

이제 우리나라 외식업도 미국의 경우처럼 소규모로 바뀌어야한다. 원테이블 레스토랑과 같이 규모를 작게 하면서 특별한 메뉴로 고객과의 접점을 높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나눠 먹을 수 있도록 5인분짜리 디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업주와 고객간의 소통에서 더나아가 고객과 고객간에도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뉴 아이템이나 차별화된 서비스, 이벤트 등의 접근방법을 통해서 나의 식당에 와야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외식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나 요즘엔 동네 앞 분식집에서도 파스타 팔고, 공장에서 만드는 식품의 질이 너무 좋아져 굳이 ‘셰프’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문 인력들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장으로 변모되고 있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외식업으로 성공신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결론은 맛으로 승부하든, 모양으로 승부하든 우리 식당만의 킬링 아이템(Killing Item)을 적어도 1개 이상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시스템 구축해야

그 다음은 시스템이다.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극복해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또 다른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두바이 등지의 호텔에서는 최첨단 시설에서 생산한 고급 에피타이저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홈메이드인지 공장에서 납품받은 것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5년 후쯤이면 이러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이미 공장들이 고기를 잘라서 정갈하게 포장해 납품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변화될 시장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과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 가치 창출이 가능한 맞춤형 메뉴 개발

마지막으로 가치창출이 가능한 맞춤형 메뉴 개발로서, 지극히 개인프로그램으로 운영해야 한다.

고객이 똑똑해지고 있는 만큼 자신이 지불하는 금액에 대한 가치를 반드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몇몇 셰프들은 아주 비싼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시장은 오버 프라이스가 너무 많다.

원료로 사용하는 고기의 품질이 같고, 같은 외식업을 하는데도 음식가격은 10만원과 5~6만원으로 차이가 날 경우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10만 원짜리로 갔다면, 지금은 그 시장이 갈수록 얇아진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백종원 대표가 저가 피자 레스토랑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장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본 혁신의 결과로 평가된다.

1990년대 IMF 위기 때 성행했던 고기뷔페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과거의 외식 트렌드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1~2년 후엔 가격면에서 훨씬 더 많은 공정한 시스템으로 상황이 정리되고 그러한 저가시장이 4~5년 정도 유지할 것이다.

이처럼 몸살 앓고 나면 소비자들도 외식문화를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파인다이닝 등에 대한 시장이 훨씬 더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현실이 답답하고 어려울지라도 힘내자는 말씀을 제일 먼저 하고 싶다. 어깨가 처지고 움츠러들면 현실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심호흡 크게 하고 오늘부터라도 남들이 갖지 않는 우리 식당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고객들이 찾아오는 레스토랑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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