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맛의 도시 목포’에 바란다
[데스크칼럼] ‘맛의 도시 목포’에 바란다
  • 김현옥 편집국장
  • 승인 2019.04.17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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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목포시장을 비롯해 정세균 전 국회의장, 박지원 의원, 최불암씨 등 내외빈이 두손 번쩍 들어 ‘맛의 도시 목포’를 선포하고 있다.

목포가 ‘맛의 도시’임을 선포했다. 과연 무엇이 목포를 대표하는 맛일까? 목포하면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유달산 중턱쯤 오르면 구슬픈 목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그래서 그런지 애잔하게 다가오는 감정선은 있지만 '목포의 맛'은 이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와 닿는 것은 없다.

목포의 맛을 '자연과 문화와 역사가 만든 한 상차림'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렇게 버무려진 목포만의 맛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듯하다가도 막상 구체적으로 잡히는 게 없으니 홍보가 덜된 탓이리라. 궁금하면 직접 방문해보라는 일종의 유도 마케팅일 수도 있겠다.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는 ‘목포의 맛에 주목하라!’는 ‘맛의 도시 목포’ 선포식이 성대히 열렸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박지원, 최운열 의원,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 등 정재계 거물들이 함께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차려지는 밥상을 통해 한국인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다큐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는 최고의 원로 배우 최불암 씨를 등 각계각층 초청인사 400여명이 행사장을 꽉 메웠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 회장,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윤영호 회장, 한국여행업협회 정후연 부회장 등 음식‧관광업계 리더들은 목포의 매력과 잠재력을 아낌없이 칭송했다.

'맛=목포' 브랜드로 1000만 관광시대 노려

목포시는 ‘맛하면 목포’라는 등식을 도시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1000만 관광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이다. 이러한 목포음식 전국화의 첫 출발지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이었다. 해당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주요 TV 방송과 신문 등 언론사의 주목을 끌려면 목포보다는 서울이 더 효과적이기에 이번 여의도에서의 목포의 맛 선포식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뛰어난 맛에 비해 덜 알려진 목포 식재료와 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맛’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서울대 푸드비즈랩 문정훈 교수는 '왜 목포가 맛의 도시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맛의 도시 목포' 선포의 당위성과 발전 가능성을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서울대 푸드비즈랩 문정훈 교수가 '왜 목포가 맛의 도시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목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산자원 집산지로 목포 수협에 입항하는 연간 수산물량은 전국 1등이다. 목포는 또 서울로 이어지는 1번 국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의 시작점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맛과 문화를 이루는 도시이자 맛의 출발점이다.

'맛과 문화의 중심지' 위상 복원이 관건

또한 모든 고깃배들이 목포항에 정박하는 물류의 중심지로서 일제 강점기엔 김과 소금 목화 쌀 등이 수탈되는 기지로 활용된 아픔도 갖고 있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역사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이날 행사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목포 시민들은 수산자원이 풍부한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맛으로 무엇을 꼽을까? 조사 결과 세발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찜) 준치무침 아구탕 우럭간국 등 모두 해산물을 소재로 9가지 음식을 ‘목포 9미(味)’로 선정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목포낙지가 들어간 해산물냉채, 지중해풍 우럭스프, 민어전, 비파 갈비찜 미나리 홍어찜, 우럭간국

이들 음식은 오늘날 교통과 운송수단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지만, 목포만의 특유한 맛은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목포가 '맛의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독특한 식문화를 자산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대로 잇게 해준 명인들이 곧 맛의 주인공이자 영웅으로 추앙된다.

청정바다·갯벌서 잡은 수산물과 해풍맞은 농산물의 만남...천하일품 진미로 탄생

김종식 목포시장은 목포의 맛은 서남해권 청정바다와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잡은 수산물과 비옥한 농토,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깊은 농산물이 목포사람의 섬세하고 정성 가득한 손맛에 천하일품 진미로 탄생된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목포의 음식문화가 극도로 발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길거리 음식은 발달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목포시는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앞세워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홍어스테이크, 멕시칸 낙지 또띠아, 목포우럭 부야베스, 목포민어 앙크루트 등을 탄생시켰다. 세월과 자연, 문화,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식문화로 세계적인 음식의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포석이다.

목포시는 '맛의 도시 목포' 조성의 핵심사업인 목포시 선정 ‘으뜸 맛집’ 100곳을 발표하는 한편, 음식특화거리 조성, 으뜸 맛집 경영 컨설팅, 음식 관광코스 개발 및 상품화에 집중해 위상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맛을 뛰어넘는 안전성 확보·양질의 서비스 급선무...바가지 상혼·불친절 등 배척해야

그러나 목포가 진정한 맛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맛을 뛰어 넘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 목포의 맛을 경험하기 위해 그 먼 곳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객들이 행여 식중독이라도 걸리게 된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목포 9미의 경우 사시사철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생선회 등 날 음식을 취급하는 상황이어서 온도에 따른 식재료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잠시 머물다가는 관광객이라 해서 조금이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는 일도 없어야한다. 이른바 ‘한탕주의’로 바가지를 씌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관광도시로서의 발전은 꿈꿀 수 없다. 우리는 유명 관광지에서 이러한 일들을 숱하게 겪고 있음을 상기해야한다.

김현옥 편집국장

필자는 목포 음식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정확히 48년 전 초등학교 졸업여행으로 첫 방문한 목포에서의 식사는 너무 짠 반찬뿐이어서 입에 맞지 않았고, 그나마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콩나물 무침마저 일체의 고춧가루나 양념 등 없이 소금으로 간을 맞춘 정도였다. 당시 어린 친구들은 형편없는 상차림에 화가 나 모든 반찬을 섞은 뒤 접시를 엎어 놓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목포 음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박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무안 세발낙지 요리를 목포의 맛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선포식 날 점심식사로 제공된 낙지 우럭 민어 홍어 등 해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입을 호강시키면서 단번에 목포 맛에 대한 인식이 바꿔놓은 것을 보면 ‘맛의 도시 목포’ 선포는 충분히 승산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

맛과 외양만큼이나 음식을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 위생관념이 함께 어우러져 목포의 맛을 통한 도시 재생이 성공을 거둔다면 대한민국에 제2, 제3의 목포 맛이 탄생하며 음식공화국으로서 세계에 한류식문화의 위상을 떨치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초석이 목포의 맛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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