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식약처-식품업계 밀월관계에 거는 기대
[데스크칼럼]식약처-식품업계 밀월관계에 거는 기대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7.12.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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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편집국장

식품규제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의 관계가 과거와 달리 보다 친밀하고 달달한 밀월관계를 연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식약처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강화해 산업계를 옥죄는 기관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 피해 우려가 없는 즉, 안전성과 관련 없는 규제는 가급적 완화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돕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같은 유연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내 식품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식품업계 CEO 간담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모습이 역력해 훈훈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관계의 개선은 기관장의 성격과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부임한 지 5개월 맞은 류영진 식약처장의 탈권위 행보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날 식품업계 대표들과 처음 만난 류 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처에 부임하자마자 언론의 질타를 하도 많이 받아서 처음 한 달이 1년 같았는데, 4개월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류 처장은 또 자신의 모습에 대해 'TV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더 낫지 않느냐'며 농담섞인 말로 좌중을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회의는 대부분 업계의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자리여서 다소 무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배려한 듯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인간미가 전해지는 대목이기도하다

류 처장이 소개한 행정 철학도 남달랐다. 식약처의 영문 이니셜 MFDS(Ministry of Food & Drug Safety)의 S가 본래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safety)’을 의미하지만, 여기에 ‘서비스(Service)’ 개념을 부가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의 기본 자세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류 처장은 공직을 수행하다보면 자칫 국민과 업계에 ‘갑’질하는 집단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자세로 서비스한다'는 정신을 마음에 새길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업계가 규제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면 식약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해소하라는 것이다.

류 처장은 이날 식품업계 대표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식약처의 식품정책 방향과 업계의 애로사항이 상호 소통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식약처는 업계의 건의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즉답이 어려운 경우 꼼꼼히 검토해서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개선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한국식품산업협회 이창환 회장은 '규제 개선과 소통, 협력을 통해서 산업 발전과 안전을 꾀하겠다'는 신임 식약처장의 행정 기조 아래 열린 간담회의 의미가 매우 크다며 업계는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해서 식품산업 발전과 안전한 식품생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또 식약처가 그동안 수출 증대를 위한 비관세장벽 해소에 많은 도움을 주어 식품업계가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오늘 간담회를 통해서 모든 현안과 애로사항이 충분히 전달됨으로써 식약처의 지원이 더욱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장과 식품업계 CEO가 함께 만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로운 처장이 부임하거나 필요시 1년에 1~2회 정도의 만남이 계속 이뤄져 왔지만,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에 대해 업계가 어려움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부분 요식행위로 그쳤다. 설사 간담회에서 업계의 건의 내용에 대해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어도 제자리로 돌아가면 실천율이 매우 저조해 정책 입안자에 대한 불신만 커져왔다.

그러나 이번 류영진 식약처장과의 간담회는 내용과 질 면에서도 충실했다는 것이 보편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업계의 건의 내용을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해서 얼마나 빠르게 규제를 풀어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항간에서는 류 처장이 정치인 출신이라 특유의 유화 제스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업계 친화적인 움직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이른바 '잡초'같은 자생력으로 성장해온 국내 식품산업이 안전성 이외의 불필요한 규제 정책으로 인해 세계화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국제 규격 기준과 조화을 이루면서 혁신역량을 키우는 일에 관련부처가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다.

산업 경쟁력이 곧 국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변화될 규제 정책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큰 만큼 간담회에서 개선 약속한 내용을 반드시 실천함으로써 더이상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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