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읽기] 2019 HMR 테마는 ‘패러독스’...개인취향의 다양화 심화
[트렌드읽기] 2019 HMR 테마는 ‘패러독스’...개인취향의 다양화 심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9.02.20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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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HMR' 용어 표준화로 관련 시장 일대 변혁 일어나
햇반·냉동밥 카테고리 2015년 3천억 시장 형성...11년새 10배 껑충
전국 6200명 내식·배달음식·외식·커피 등 9만7500식단 30만건 메뉴 분석
CJ제일제당,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HMR 시장 전망과 대응' 발표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를 철저히 이해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관점이 아닌 제조사의 관점에서 시장을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소비 현장의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진이나 사업부서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분석한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 트렌드를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최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6층 교육실에서 ‘Trend Talk' 형식으로 진행된 ’2019 HMR시장 전망과 대응‘ 기자간담회는 작년 한 해 동안 소비자 약 6200명의 내식과 배달음식, 외식 및 커피까지 포함된 9만7500식단, 30만 건 메뉴가 기록된 빅데이터 분석 수치를 바탕으로 올해 HMR 시장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 회사에서 15년간 소비자 및 시장에 대한 연구 업무를 수행해온 남성호 트렌드전략팀 부장은 “이번 발표의 차이점은 HMR을 누가 많이 먹고 시장을 리드하는 지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자극에 의해 반응했다면, 지금은 철저히 본인의 취향대로 움직이므로 실제 행동데이터인 빅데이터에 남긴 흔적을 분석해야만 다변화되는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식품시장의 메가트렌드로 가속화하고 있는 ‘HMR’ 키워드는 2012~2014년도에 가정간편식 또는 간편대용식으로 혼용되다 2015년부터 HMR로 표준화되면서 관련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햇반이나 냉동밥 카테고리는 2004년도에도 존재했다. 당시엔 100명중 1~2명만 경험할 정도로 존재가치가 미미해 관련 시장이 300억 규모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3000억으로 14년 만에 10배가 폭증하는 변혁이 일어났다.

2015년도에 상품밥과 국탕찌개류 카테고리에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한 데이터를 2004년도와 비교한 결과 맨밥은 466만 가구, 국탕은 336만 가구가 각각 늘었다. 맨밥의 경우 경기권에 있는 가구가 2004년도에는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으나 11년 뒤에는 모든 가구가 한 번씩은 구입한 셈이다. 국탕찌개류 역시 서울에 있는 380만 가구의 95%가 HMR 제품을 먹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HMR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된 이유는 국민 1인당 GDP 상승과 삶의 질 향상,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외여행 인구가 많아지면서 에스닉(Ethnic) 푸드에 대한 선호도 증가와 편리성에 대한 경험치가 높아진 것도 HMR 시장의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HMR 시장의 최근 3년간 변화는 그 이전의 11년간 변화 수준을 크게 뛰어 넘는다. 소비층이 비인지 비구입(몰라서 못산다), 인지 비구입(알면서도 안산다)에서 인지 구입(알고 산다)층으로 급격하게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동안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HMR 시장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다.

예를 들어, 라면시장의 경우 1000억도 채 안됐던 1981년도만 해도 낱개제품 구입이 일반적이었으나, 2조 규모로 커진 지금은 4~5개를 묶어 놓은 번들(bundle)제품이 기본팩이 된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햇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낱개제품에서 3번들, 6번들, 8번들, 10번들, 12번들에서 지금은 36번들까지 나왔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도에 소비자들은 8번들 제품을 가장 선호했으나 지금은 12번들 박스 제품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우리 식단에서 햇반과 같은 HMR의 상품밥의 침투 공간이 넓어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일단 HMR의 편의성을 느끼고, 그 편의성에 대한 기대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예로서, 피자 시장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오뚜기가 가성비 높은 ‘제조 피자’로 혁신을 일으켰다. 오뚜기 제품의 맛품질이 배달피자나 외식피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데 문제가 없고 가격까지 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피자시장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변화무쌍할 정도로 굴곡이 심하다. 1994년 성신제가 미국의 ‘피자헛’을 들고 상륙해 피자의 외식시대를 연 이후 ‘피자인’ 등 유사상품이 등장하며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피자헛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주요 상권을 거점으로 판매망을 구축했고, 영업 영역을 보다 넓히기 위해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피자로 전환한다.

이때 코스트코가 냉동피자를 가지고 들어와 유통피자라는 이정표를 찍는다. 1만4900원짜리 이른바 ‘코스트코피자’가 인기를 끌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1만1900원, 1만900원 가격으로 대응에 나섰고, 여기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홍콩피자로 가세했다.

유통피자가 외식피자나 배달피자에 비해 품질 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가격경쟁력이 크다보니 피자전문업체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통피자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2016년 갑자기 오뚜기가 4980원짜리 제조피자로 출사표를 던진다. 저렴한 가격 탓에 토핑의 양이 적은 오뚜기 피자가 배달피자나 외식피자, 유통피자보다 품질면에서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1, 2인 가구 트렌드에 맞는 소포장 전략이 주효했다.

오뚜기의 소형 피자는 양이 부족할 경우 두 판 구입으로 해결할 수 있고, 이 때 맛이 다른 ‘반반피자’를 경험할 수 있는데다, 세 가지 맛을 고르면 기존 제품보다 더 많은 양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른바 가성비 높은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결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많이 팔린 것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태생부터 냉동인 피자는 냉동상태에서도 품질 특성을 유지하도록 제조되었기 때문에 유통피자와는 엄격히 다른 맛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냉장제품을 냉동시키는 것은 단지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므로 보존상태를 다시 번복했을 때 품질을 100% 유지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뚜기가 피자시장에 가세했을 때 국내 냉동피자 B2C 시장은 90억도 채 안됐으나, 냉동피자의 남다른 품질력을 바탕으로 2년 반만에 1000억 이상으로 키운 것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나올만한 드라마틱한 변화로 꼽힌다.

HMR을 둘러싼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심리 패턴을 읽기 위해 그들이 실제 남긴 행동 기록 데이터를 분석해 2019년 주목해야하는 트렌드 테마로, 개인취향의 다양화와 심화를 의미하는 ‘패러독스(parodox)’를 선정했다.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의외 소비, 휘소 소비, 체험 소비, 신뢰 소비가 확대됨으로써 상반된 성향들이 공존하는 특징이 증가하는 ‘상황별 소비 세분화 및 양극화의 심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다섯가지 주제는 △Mass & Micro △advanced& Retro △Original & Alternative △Online & Offline △Local & Foreignism이다.

1. Mass & Micro

동떨어지기도 싫지만 대중성만 추구하기보다 ‘나만의 특별함’과 ‘색다름’을 추구하며 남다름을 찾고자하는 틈새 컨셉의 트렌드가 공존한다.

3~4년전에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자기만의 휴게 공간을 비밀로 남겨둔다. SNS를 위한 사진도 창문이 없는 배경에서 공간만 찍어 상호명을 오픈하지 않는다.

‘안알려줌’이라는 해시태그가 생겨난 소비자 심리를 생각해보면, 매스와 마이크로라는 양면성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Advanced& Retro

옛스러움과 신선함, 새로움의 차별성을 주는 시대로서, 아날로그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디지털 소비자가 증가한다. 밀레니얼 다음 세대인 GenZ.세대 등 디지털 네이티브의 구매력과 파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을 경험한 이들에게 아날로그는 오히려 새로움과 독특함, 트렌디한 문화로 인식된다.

CJ가 ‘비비콘’을 개발한 것도 비빔밥의 재생산이다. 부라보콘처럼 콘에다 비빔밥을 먹는 레트로(복고풍) 문화로 기성세대엔 향수를 자극하고, GenZ 세대엔 뉴트로(Newtro)라는 단어로 재해석시켰다.

2012년 출시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니치트렌드에 머물다가 작년에 글로벌 라면시장에서 요동을 친 것은 중국의 중고등 GenZ 세대들이 한국에서 먹었던 것처럼 토하고 먹는 엽기행각을 놀이문화로 발전시킨 결과이다.

2018년 글로벌 매출 2000억을 기록한 ‘삼양불닭볶음면’의 45%는 중국에서 이뤄졌고, 나머지는 동남아시아 미주 유럽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내수시장으로 돌아와 선순환 구조를 가져갔다. 유튜브 등으로 인해 니치트렌드가 순식간에 메가트렌드로 바뀌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인만큼 니치를 버리면 안되는 시대이다.

3. Original & Alternative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나에게 가치 있는 ‘대체 소비’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산 무선청소기 일명 ‘차이슨’이 ‘다이슨’과 큰 성능 차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우리나라 PB 에어프라이어는 필립스와 비슷한 품질에 3~4배 저렴한 수준으로 완판을 기록한다.

HMR에서도 레토르트 기술력 향상으로 집에서 끓인 것 못지 않은 육개장 제품이 시장에서 요동치고 있다. 과거에는 정품을 쫓아가지 못하는 게 가품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1등기업이 새로운 표준을 만들면 후발기업들이 쫓아가는데 채 1년도 안걸린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구색이 다양해져 소비자들은 선택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4. Online & Offline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싶은 소비자와 온라인에는 없는 오프라인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공간이 부상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만남에 지친 사람들이 공통의 취향관심사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지는 살롱문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니치가 메가트렌드화되어서 트렌드 세터들이 따라하고 싶은 문화를 만들 정도로 커진다는 의미다.

맥심이 선별한 원두로 만든 개인 취향 기반의 공감각 커피가 제공되는 ‘맥심플랜트’나, 파티쉐가 연구해 만든 인절미 초코파이 등 이색 플레이버를 제공하는 ‘오리온 초코파이하우스’가 그 예이다.

5. Local & Foreignism

의외성을 주는 색다른 경험이 중요한 시대이다. 어떤 가치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와인을 마시고 싶으면 정통 와인바에 가는 것이 과거의 정서였다면 지금은 기와집에서 한정식 대신 이탈리안 요리와 와인이나 맥주 등을 마시는 이색적인 정취를 즐긴다.

개인취향이 다양화되다보니 소비자들은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극한의 맛을 찾기도 하며, 칼로리에 살을 찌는 것 때문에 제로칼로리를 생각하면서도 극한의 제품을 바라는 동일인, 이런 시대가 한두사람이 과거의 니치였다면 지금은 젊은 사람 중심의 대다수가 즐기기 시작했다.

의외 소비, 휘발 소비, 체험 소비,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조하는 시대여서 기업체들도 매스를 계속 끌고가면서 니치의 감성을 어떻게 메가 트렌드로 소비심리로 건드려 줄 것인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들의 심리 변화를 압축한 다섯가지 주제 아래 올해는 경기상황까지 악화돼 소비세분화, 소득세분화의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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