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독성 있는 락스 성분이 식품첨가물?
인체 독성 있는 락스 성분이 식품첨가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8.09.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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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소독제 차아염소산나트륨 '제2의 가습기살균제' 우려 목소리
과일·채소류 대표 살균제 명시한 도시락제조 기준 행정 예고 논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서 권미혁 의원 지적 불구 개선 안돼

일명 ‘락스’로 알려진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인체 유해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의 안전관리 명목으로 이의 사용을 부추기는 행정을 펼치고 있어 자칫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번질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식품첨가물공전 기준에 의하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과실류, 채소류 등 식품의 살균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허용돼 있다. ‘락스’는 특정 회사의 제품명에서 유래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다른 이름으로, 식품제조업체와 일반 음식점 등지에서 식품은 물론 식품제조설비, 기기 등의 살균을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피부 접촉 시 발적, 통증, 수포, 화상을 입힐 수 있고, 흡입할 경우 인후통, 기침, 폐부종을 일으키며, 섭취할 경우엔 구토, 복통을 유발하는 등 인체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일선 학교에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과일, 채소 등의 식품에 사용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유해성을 지적하고 사용 실태를 파악해 제도를 정비할 것으로 촉구한 바 있다.

권 의원은 특히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인체에 위해한 독성은 물론이고, 소독과정에서 클로로포름이나 트리할로메탄 같은 발암성 물질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실시한 ‘해썹지원사업단 식재료전처리업소 해썹적용 시범사업 보고서’에도 차아염소산나트륨 유효염소 농도가 200~300ppm을 넘을 경우 양배추에서 트리할로메탄이 생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확대일로에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대표 품목인 도시락 제품의 위생관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도시락 제조용 야채 및 과일류의 살균 소독제로 차아염소산나트륨(NaClO)의 사용을 명문화한 ‘도시락제조·가공기준’을 신설, 행정 예고함으로써 논란이 일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6월 29일 행정 예고한 ‘도시락제조·가공기준’에 따르면 ‘도시락 제조에 사용되는 과일류 또는 채소류는 100~200ppm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함유한 물에 10분 이상 침지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효력이 있는 방법으로 소독 후 깨끗한 물로 충분히 세척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법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식품첨가물로 인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물질은 pH(수소이온농도) 10 수준의 강알칼리로서 취급상 안전 사고는 물론 흡입 시 호흡기 자극 및 폐부종 유발, 유기물과 접촉 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생성된다는 학계의 보고(일본식품화학회지, 2012)가 있는 만큼 사용을 자제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일 정부가 이러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과채류 소독의 대표적인 살균제로 명시할 경우 국민들은 안전한 물질로 여겨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가정에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취급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필요로하는 사례가 연간 3,300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RoSPA, 2002)

또 미국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Wikipedia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강력한 산화력과 부식성 물질로, 농축 용액의 경우 피부 화상 및 안구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금속과 접촉 시 가연성의 수소 가스를 생성하며, 가열할 경우에는 염소가스 방출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의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은 이미 각국에서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 계면활성제나 향료 등과 같은 유기화합물과 반응할 경우 염화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생성되는데, 세척 과정 중 방출돼 인체에 유해를 줄 수 있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Probable human carcinogens)고 보고됐다.

일본 모리나가유업연구소에서 양상추 세척 시 차아염소산나트륨과 차아염소산수(HOCL)를 각각 사용해 비교한 결과 차아염소산수 17ppm, pH6.6의 경우 세척시간 10분 경과시까지 트리할로메탄(THM)이 거의 확인되지 않았으나 차아염소산나트륨 200ppm, pH9.7은 5분 세척시 THM이 약 80ppb, 10분 세척시 100ppb 수준으로 생성됐다고 밝혔다.

또 육류와 접촉해 5분 지난 시점에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농도별 클로로포름(CHCl3) 생성량은 100ppm 농도에서 400ppb인데 반해 200ppm에서는 700ppb에 달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식품을 세척하면 영양면에서도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조리과학회(Vol.20 No.4, 1987) 연구결과에 따르면 채소의 경우 비타민B, 비타민C가 50% 이상 감소하며, 양상추 세척시 조직이 파괴돼 식감이 손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에서 사용 가능한 물질로 차아염소산수는 등재되어 있으나,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배제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살펴볼 일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이보다 살균효과가 크고 독성이 없는 차아염소산수(HOCL)로 대체하는 경향이다.

일본 식품위생심의회는 당근·양상추·딸기 등 식품에 대한 살균 효과에서 차아염소산수가 차아염소산나트륨의 1/10 농도에서 거의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 결과적으로 8~10배의 살균력을 갖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차아염소산수의 나트륨염으로 두 물질은 유사한 성격을 갖지만, 살균력과 독성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식약처는 과채류나 식품의 살균·소독제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 정책을 펼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보다 안전한 물질이 있는데도 굳이 인체에 해로운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대표 살균제로 명기함으로써 이의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부처의 정책으로서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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