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정식을 정식으로 소개합니다(3)
[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정식을 정식으로 소개합니다(3)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7.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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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온평모다들엉'엔 바다에서 채취한 톳 돌미역 모자반 등 상품화 유통
표선 가시리 '향촌마을' 정식은 각종 신선한 해산물 무침 골고루 맛볼 수 있어
남원 '마더 카페'는 맛과 분위기 서비스 3박자 고루 갖추고 사랑방 편안함 제공

제주의 식당에서 정식을 시키면 반찬은 여러가지인데 양은 또 하나같이 푸짐하다. 게다가 무한 리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전국 공통으로 공기밥은 추가하면 돈을 받는데 그보다 원가가 더 나가는 반찬은 무한 리필이라는게 일상적으로 겪으면서도 가끔씩 새삼스레 이해가 안되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순간 우리네 삶에 상식으로 자리잡았으니 미안한 마음도 없이 반찬을 더 달라한다. 그러면 또 당연스레 반찬을 더 주는 것이다. 참, 어떤 곳은 웬만한 단골에겐 공기밥을 그냥 내주기도한다.

어쨌든 반찬을 살펴보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보니 아무래도 해산물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제주는 밑반찬으로 할만한 해산물이 그리 풍부하지는 않다고 불만이다. 서울 사람 눈에는 안그렇지만 워낙 해산물 요리가 풍부한 다른 바닷가 지역과 비교해 만족스럽지 않은 까닭이다. 제주에는 자연산 돌미역이 있긴 하지만 수온이 맞지 않아 미역 양식장은 없다. 김양식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국민 해산물인 미역과 김을 양식하지 않으니 그런 것 같은데 그것 빼곤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해초 요리만 하더라도 톳무침, 돌미역무침, 모자반무침, 파래무침이 정식을 시키면 골고루 나온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묵무침도 거의 빠지질 않는다. 톳과 돌미역, 모자반 같은 것은 특히 성산 부근에서 많이 난다. 성산과 가까운 구좌읍 세화리에선 과거 미역 채취가 주 수입원이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제2공항 문제로 아직도 논란이 많은 동네가 성산읍 온평리인데, 이곳에선 아예 2015년 ‘온평모다들엉’이라는 마을기업을 세워 해녀 할망들이 바닷속에서 채취한 톳과 돌미역, 모자반을 상품화시켜 유통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기업의 등장이 반가운데 여기서 일하시는 분 중에 개인적으로 반가운 분도 있다.

과거에 언론사 기자가 되기 위해 기자아카데미를 다니며 준비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일선 기자들이 강사로 강의를 맡았는데 그때 뵈었던 분 중 한분이 유명 경제신문사 편집국장이셨다. 그런데 그 분을 십여년이나 지나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그것도 은행에서 아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예전 강의하실 때부터, 기자를 해보겠다고 기껏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듣고 앉았는 지망생들에게 신문사 생활의 지긋지긋함을 아주 열심히 설파하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그 지겨운(?) 언론사를 때려치고 제주도에 내려와 마을기업에서 일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게 바로 ‘온평모다들엉’이었다. 온통 생면부지의 사람들뿐이었는데 우연히 만난 옛 선생님이어서 정말 반가웠고, 같은 이주민이어서 타지에서 고향사람 만난 듯한 느낌도 들어 좋았다. 매번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러운데 그럴 때마다 “미안해할 필요없어. 나도 바빠”하며 무심한 옛 제자의 민망함을 애써 무마해 주신다. 그런데 진짜 바쁘신 것 같기도하다. 그리고 십여년 전에 뵈었을때보다 더 젊어지셨다.

표선 가시리에는 ‘향촌마을’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정식을 시키면 톳무침, 파래무침, 모자반무침, 돌미역무침, 우무묵무침을 골고루 맛볼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 집 사장님은 곧 식당을 정리할 계획이다. 식당이 너무 안돼서가 아니라, 너무 잘되다보니 이젠 몸이 힘들어 은퇴를 계획하시는 거란다. 향촌마을 식당은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가시리 시골 들판에 푹 박혀있다. 그래서 웬만해선 네비게이션 없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식당엔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여행객들은 드물고 대부분 지역 사람들이다. 이 정도면 이 식당의 맛은 일단 보장되는 셈이다. 노부부와 딸, 며느리가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매일매일 신선한 재료를 위해 새벽에 제주에서 제일 큰 동문시장서 장을 본다. 재료도 재료지만 손맛이 일품이다. 그런데다가 늘 푸짐한 밑반찬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식후에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늘 준비해놓은 계피차는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더운 여름날 얼음이 둥둥 떠있는 시원한 계피차 하나만으로도 본전은 뽑는다는 생각이다. 곶감만 없다뿐이지 사실 수정과보다도 훨씬 맛있다

다만 일반 관광객들은 워낙 외져서 잘몰라 못오기도 하지만 이 집 주인의 며느리도 관광객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다. 관광객들은 이것저것 도시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데, 바쁜 와중에 일일이 다 맞춰줄 수가 없단다. 그러니 도시적인 서비스와 친절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고 그저 맛난 점심 한끼 배불리 먹고 싶은 분들에겐 강추다.

◇ 남원에 있는 ‘마더카페’는 분위기나 서비스 그리고 맛에 있어서 삼박자를 두루 갖춘 정식집이다.
반찬이 절반밖에 안나왔지만 아이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해 완전한 상차림을 찍을 수 없었다.

남원에 있는 ‘마더 카페’는 여행객들이 정식을 먹기에 분위기나 서비스 그리고 맛에 있어서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이 집을 단순히 식당이나 맛집이라고 소개하기엔 왠지 무례인 것 같은 조심스런 마음이 든다. 이 카페의 사장님은 KBS ‘다큐 3일’에도 소개된 바 있다.

목사 사모님으로 사별 후 제주로 이주하신 분이다. 식당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제주 이주민들의 사랑방같은 개념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듯 하다. 그래서 상업적이지 않고 예약제로 운영하되 정식 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하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 기울여 한끼 대접을 아주 잘 받은 느낌이 든다.

다만 전통 제주식 정식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 토박이 식당들에서도 외지의 식단이 섞여있는데 이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해서 제주음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공평하지가 않다.

이주민이라도 제주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로 맛을 냈다. 그러니 유시민 작가가 이효리를 “현재 스코어, 제주의 문화적 자산”이라 했듯, 이주민의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잘 차린 밥상은 “현재 스코어, 제주의 정식”임에 분명하다.

평범한 제주의 일상적인 밥상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제일 먼저 제주의 정식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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