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定食을 정식으로 소개합니다(2)
[류양희의 수다 in Jeju]- 定食을 정식으로 소개합니다(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7.1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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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로 정식만 파는 식당 가면 제주 토착민 사는 모습 볼 수 있어

◇ 제주사람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은 보통 점심시간에 다른 메뉴는 제쳐두고 정식 장사만 하는 곳이 많다.

제주 사람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은 보통 점심 시간에 다른 메뉴는 제쳐두고 정식 장사만 하는 곳이 많다. 이 시간에 다른 메뉴는 아예 주문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 식당에 들어가면 몇 명이냐고만 묻고 뭐 먹을지는 묻지도 않은채 곧바로 인원수에 맞춰 밥을 내온다. 그 과정이 주인이나 손님 모두 자연스럽다. 가끔씩 물정 모르는 관광객이 들어와 다른 메뉴를 주문하면 단골들은 힐끔힐끔 쳐다본다. 제주 사람은 그렇게 주문하는 관광객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모양인데, 육지사람 눈에는 거꾸로 아무말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밥을 내오는 주문없는 식당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보통 이런 식당들은 허름한데다 식기들도 뭐하나 세련된게 없다. 그저 단골 노동자들의 떠들썩한 말소리에 함바집 같기도하다. 하지만 하루하루 그저 묵묵히 살아내는 진짜 제주 사람의 모습을 보려면 점심시간 북적이는 정식집에 가보시라.

여름철에는 땀많이 흘린 손님들을 위해 밥과 함께 냉국이 따라나온다. 냉국이라면 오이미역냉국이나 냉면육수 정도에 익숙한 서울사람으로서는 제주의 많기도 많은 다양한 냉국들이 처음엔 낯선 느낌이었다. 예전에 데워먹기 귀찮아 냉장고에 있던 차가운 된장국을 그대로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 그럴때마다 다신 이러지말자 후회하며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세상에, 제주에 된장냉국이 있을 줄이야... 살짝 데친 배추에 날된장을 풀어넣은 ‘배추된장냉국’이나 새콤달콤한 오이냉국이 아닌 된장푼 ‘오이된장냉국(물외냉국)’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그밖에도 ‘톳된장냉국’ 등 웬 된장냉국이 그리 종류도 많은지. 사실 냉국이나 다름없는 ‘물회’에도 된장을 푸는가하면,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를 넣은 우무냉국(우미냉국), 육지에서도 먹어본 적 있는 콩나물냉국 등 냉국이 참 많기도 하다. 제주언론 ‘제주의소리’에 ‘제주밥상이야기’를 연재한 시인 김정숙은 “가장 제주다운 음식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냉국”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들로 바다로 바깥 활동이 주된 생활이었던 제주 사람들에게 냉국은 삶은 배추, 물외, 미역이나 톳에 된장양념을 해서 갖고 다니다가 냉수를 부어 간만 맞추면 되는 초간단 메뉴였으며 흘린 땀을 보충하는 원조 '이온음료'였다고 한다. 특히 날된장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몸에 유익한 발효균을 생으로 먹을 수 있어 더 좋다고 설명했다.

향토문화전자대전의 ‘제주의 식생활’ 설명에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돼있다.

‘제주 식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조리법이 단순하고 식품에 가능한 한 인간의 손질을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조리 담당자인 제주 여성이 생업과 가사 노동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으므로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끓이는 맑은 국, 냉국이나 물회 또는 쌈 등의 생식이 많은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이는 조리 시에 인간의 손질을 최소화함으로써 식품 고유의 맛과 영양 성분의 손실을 줄이고 체내 이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육지부의 국류는 대부분 진한 탕류이나 제주의 것은 맑은 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한식의 맛을 진한 양념 맛이라고 한다면, 제주의 맛은 재료의 싱싱한 자연의 맛이라 하겠다.’

반찬이라고 보면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을수 있다. 두부요리나 멸치,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메추리알 장조림 같은 가정집 반찬들이 그날 주인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나온다. 물론 당연히 영양사들의 과학적인 칼로리 계산이나 균형잡힌 고른 영양식단과는 거리가 멀겠다. 그것이 꼭 엄마가 해주는 집밥 같아서 더 정겹다.

지금이야 일반적인 육지 반찬들이 뒤섞여서 그렇지 원래 제주의 평범한 가정식은 건강 밥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제주의 식생활’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음식들은 대부분 신선한 재료에 양념이나 기름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육류 요리는 삶거나 끓이는 습열 조리법이며 생선도 국, 조림, 구이, 물회 등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저지방, 저열량식’이다. 게다가 제주의 국이나 무침은 대부분 된장으로 양념을 해 소금이나 진한 간장에 비해 염분 함량이 훨씬 적고 구수한 맛이 있어 짜지 않게 조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물을 조리할 때는 푹 삶지 않고 살짝 데치므로 수용성 필수 영양소의 손실을 최소화해 열에 약한 비타민C나 무기질 등의 손실이 적은 특징을 가졌다.

이밖에도 제주 음식은 한 가지 재료로만 이루어진게 아니라 여러 가지 식재료가 섞여 있어서 영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랜동안 쌓여 전수돼온 노하우란 바로 이런 데서 빛을 발하는 것이겠다.

가끔가게되는 표선 장수고을이란 식당에서 돌솥정식을 시키면 이런 제주만의 반찬들을 제대로 맛볼수 있다. 상추같은 야채쌈도 있지만 콩잎쌈이나 호박잎쌈 같이 살짝 삶은 쌈 종류도 나오고 살짝 데친 나물무침도 많이 나온다.

요즘은 쉽게 맛보기 어려운 시래기된장무침이 이 곳의 대표적인 반찬으로 꼽을수 있다. 김치도 겉절이나 깍두기인데 막담궈 재료의 맛이 살아있다. ‘아삭이고추된장무침’은 아예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수 있는데 어쨌든 제주사람들은 된장 참 좋아한다. 밥은 돌솥밥인데 그 안에 들어간 콩의 크기가 아주 커서 인상적이다.

웬만한 식당에선 꼭 고기가 빠지지 않는데 이곳은 돌솥정식에 한해서 채식위주의 반찬이 중심이다. 그래서 가끔씩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한편으론 섭섭한데, 먹고나선 왠지모를 개운한 느낌이 좋다. 돌솥밥을 주문과 동시에 앉히고 주요 반찬도 그때그때 하기 때문에 주문에서 밥이 나올때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 그래서 단골들은 꼭 식당에 가기 30분전쯤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하고 간다. 여기서 밥을 재촉하는 것은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이 식당의 특징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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