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앞서가는 사람들]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 컵 생산하는 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
[신년기획-앞서가는 사람들]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 컵 생산하는 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1.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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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조화·인간과 융합되는 식품 포장용기 개발에 앞장
재활용성 높은 무인쇄·뚜껑-본체 동일 재질 컵 제품도 출시
코로나19로 포장재 시장도 혼돈시대…자연친화 소재 전환 불가피
脫플라스틱, 원자재 수급·생산 능력 등 고려 유연성 있게 추진해야
국내 플라스틱 컵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주)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사진제공=제삼플라스틱)

“현재의 식품포장 용기가 광고나 시각적 효과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우선으로 한다면, 앞으로는 내용물에 보다 충실한 포장재와 자연 친화적인 소재가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지속 가능한 사회환경 이슈에 발맞춘 포장재 혁신을 추진하면서 국내 식품포장 용기 시장의 선진화를 이끌어 온 (주)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는 최근 1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강원도 원주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제 포장재 산업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그냥 버려도 자연에서 생분해(生分解)되는 바이오(Bio) 소재를 사용하거나, 용기에 아무것도 표시하지 않는 무인쇄 제품, 또는 뚜껑과 본체가 하나의 재질로 이뤄진 컵용기 등 재활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만기 제삼플라스틱 대표는 PLA컵 제품의 생분해 특성을 설명하며, 지난해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전만기 제삼플라스틱 대표는 PLA컵 제품의 생분해 특성을 설명하며, 지난해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매립시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PLA컵은 제삼플라스틱의 자랑이다.

제삼플라스틱이 3년 전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PLA(Poly Lactic Acid) 컵용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순전히 한발 앞서 시장을 내다보는 전 대표의 혜안에서 비롯됐다.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발효 정제해 가공한 락트산(젖산)을 원료로 만든 수지로서, 사용중에는 일반 플라스틱과 같은 특성을 보이지만 폐기하면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어 퇴비로 사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다.

제삼플라스틱은 지속가능한 포장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 즉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 생산을 위해 공들여왔다.

그 덕분에 제삼플라스틱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옥수수 전분 공급물량이 태부족해 주 생산국에서 각 나라별로 일정량을 배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PLA 컵 제조업체가 됐다.

전 대표는 “PLA컵은 기존 플라스틱컵에 비해 한 개 당 30~50원 정도 비싼 탓에 환경 문제를 생각하거나 착한 소비 문화를 장려하는 기업들, 예를 들면 일회용품의 선순환 솔루션에 대해 특별한 철학과 사명감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일부 식품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PLA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친환경적 차선책으로 제시된다. 지속가능한 라이프 사이클 플랫폼을 지향하는 모 업체의 경우 PLA 소재를 이용한 아이스컵과 뚜껑을 전량 제삼플라스틱에서 제작해 그린카페 등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커피전문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택배와 음식배달 등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지자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의 일환으로 PET와 PLA를 제외한 PS, PP, PE 소재 사용을 금지해 앞으로 PLA 용기의 수요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음식배달로 폐플라스틱 급증...2050년까지 석유계열 플라스틱 전면 퇴출

2020년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택배와 음식배달이 전년보다 각각 19.8%, 75.1%나 급증했고 이로 인해 폐플라스틱이 14.6% 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1회용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펼쳐온 정부는 이에 더해 아예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임으로써 오는 2050년까지 석유계열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탈플라스틱 움직임은 탄소중립과 맞물려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세계적 과업이란 점에서, 지난 반세기동안 100여종의 플라스틱 식품용기를 생산해온 전 대표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전 대표는 “오늘날 포장재 시장은 비대면 배달문화가 성행하면서 통제 불가능할 정도의 포장쓰레기가 쏟아지지만 특단의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일대 혼돈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활성화에 따라 테이크아웃 포장재가 발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환경오염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국제 이슈화된 이산화탄소 절감 부분에서는 자연친화 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대표는 식품용기 산업의 현주소를 “테이크아웃 용기의 다회용 전환이 시작되는 시점으로서,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의 개발이 멈춰 있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의 포장재 산업이 PS(Poly Styrene), PE(Poly Ethylene), PET(Poly Ethylene Terephthalate), PP(Poly Propylene) 등의 제한된 소재로 물이 새지 않는 등의 단순기능에, 선진국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의 사출 또는 진공방식 생산시스템이었다면 현재는 위생 및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디자인의 조화를 통해 던져도 깨지지 않고 기업의 매출과 직결되는 독특한 포장재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장 용기, 디자인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 제품만 살아남을 것

그러나 앞으로는 굳이 디자인에 호소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제품 개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제삼플라스틱도 일찌감치 떠먹는 요구르트 포장 용기에 아무것도 인쇄 하지 않거나 라벨이 없는 무지(無地)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컵커피 용기는 뚜껑과 동일한 재질로 변경했다. 이러한 노력은 폐용기의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제삼플라스틱은 지난 2019년 열린 서울국제식품박람회에서 창립 50주년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제삼플라스틱은 나아가 PLA 컵제품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첨가제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성 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0년 역사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자연과 조화되고 인간과 융합되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없는 식품용기 개발로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이 대목에서 전 대표는 “최근 세계적 파문을 일으킨 요소수 대란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연을 살리자는 큰 명제 앞에서 우리는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탈플라스틱 정책을 단기간에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원자재 수급과 생산능력 등 범정부적 판단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유연성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훨씬 비싼 PLA 용기의 사용량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포장재 산업은 국민소득과 연관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전 대표는 “그린마케팅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의 방향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친환경 용기를 개발하더라도 매립시 토질 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소각할 경우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한다는 설명이다.

매립용 생분해 용기보다 다회 재활용 포장이 더 환경친화적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는 탈플라스틱의 근본적인 목적은 환경보존이지만, 1회용으로 제한될 경우 무인쇄 용기 등으로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전 대표의 지론이다.

전만기 제삼플라스틱 대표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에 땅에 매립하는 것보다 무인쇄 용기나 본체와 뚜껑이 같은 재질로 되어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이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포장용기를 개발할 때 자원을 재활용할 것이냐, 아니면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매립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자연친화적이 아닌 범용 제품을 사용할 경우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의 좋은 사례로, 국내 최대 매장을 보유한 S커피전문점이 테이크아웃 커피 용기를 다회용으로 바꾼 것을 들었다.

이처럼 소비자와 식품업계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배달음식 때문에, 업계는 비용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0년 8월 소비자 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인식조사에서 거의 대다수(98.3%)가 환경보호(69%)와 건강(16.8%), 자원절약(10.2%), 윤리소비(3.0%)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식품 포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소비자 10명 중 6명(66.3%)이 지속가능한 포장재 때문에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친환경 포장재가 제품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식품외식업계 종사자 1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0.1%가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69.1%가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마케팅(32.5%), 자원절감(26.8%), 유해물질저감(26.0%)이 그 뒤를 이었다. ‘제도적 구속 때문’이라는 응답은 14.6%에 그쳐 업계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자발적 포장재 혁신을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더욱이 ‘앞으로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할 계획’이라는 응답률이 48.0%에 달해 친환경 포장 용기의 변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지속가능한 포장재 도입 필요성 알지만 비용상승 부담" 토로

그러나 식음료업계의 지속가능한 포장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종사자의 71.5%가 ‘비용상승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고, 제조사 접촉 어려움(8.9%), 연구개발비용 부담(8.1%), 보관력 저하(7.3%), 마케팅 효과 낮음(2.4%), 비상용화로 인한 위험(1.6%) 등을 꼽았다.

지속가능한 포장의 필요성은 알지만, 신소재의 높은 단가와 포장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비 부담 등으로 인해 선뜻 도입하기 꺼리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 식품 포장용기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앞만보고 달려온 전 대표는 요즘 이 같은 혼란스런 시장 상황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심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전 대표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숨가쁘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신속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젊은 감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지름길은 국민의식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먼저 자연에 융합되고자 하는 의지만이 환경선진국의 초석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전 대표는 플라스틱이 환경에 나쁘다고 불안감만 키울 것이 아니라 소재의 특성과 기능, 편리성 등의 장점을 살리면서 ‘리사이클’이 가능한 용기는 깨끗하게 씻어서 재활용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사진으로 보는 (주)제삼플라스틱 원주공장 이모저모.

1만평 규모에서 컵커피 등 각종 플라스틱 식품 포장 용기를 생산하는 제삼플라스틱 강원도 원주공장 전경
1만평 규모에서 컵커피 등 각종 플라스틱 식품 포장 용기를 생산하는 제삼플라스틱 강원도 원주공장 전경
포장 용기에 아무것도 인쇄하지 않아 재활용도를 높인 무지(無地) 제품.
컵 내외부의 각종 이물질을 잡아내는 이오나이저 이물 검출장비
생산된 식품포장 용기 완제품은 저온 창고에서 24시간 동안 숙성 후 라벨이 떨어지는 등 불량 제품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출고한다.
생산된 식품포장 용기 완제품은 저온 창고에서 24시간 동안 숙성 후 라벨이 떨어지는 등 불량 제품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출고한다.
제삼플라스틱 원주공장은 소량이라도 중소기업의 요구에 맞게 디자인해 제작하는 맞춤형 플라스틱 용기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
제삼플라스틱 원주공장의 PLA 컵 용기 제조설비
제삼플라스틱 전만기 대표(가운데)가 컵커피 용기 전시관 앞에서 원주공장 책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삼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편견을 바로 잡고 직원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복지 차원의 친환경 녹지 조성에도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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