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자영업 편 2)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자영업 편 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6.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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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커피, 에메랄드빛 바다, 여행자들과 함께 하는 삶 '게스트하우스'
이민자들 꿈갖고 자영업 뛰어들지만 경영애로+외풍으로 경매 줄이어

제주도에서 창업했지만 성공으로 볼 수도, 실패로 볼 수도 없는 애매한 사례가 주변에 하나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우리 집 아이들이 우연하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와 어울리게 됐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들끼리 놀다보니 아내와 그 아이의 엄마가 자연스럽게 말문을 트게 된 모양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아이네는 집 가까이 바닷가에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 제주에 처음 왔을때는 노을진 저녁에 가족들과 바닷가를 산책하고,
눈여겨봤던 게스트하우스의 1층 카페에 들러 달달한 커피와 빙수를 즐기는
여유를 갖곤 했다.

그 게스트 하우스는 제법 규모가 있으면서도 깔끔하고 예쁜 외관이 눈에 확 띄어 남원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하러 다닐 때부터 눈여겨봤던 곳이다. 가끔 우리집에 손님이 오면 그 게스트하우스 1층 카페에 자주 가곤 했었다.

제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 중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볼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사이트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될 것 같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엔 남는 방 하나를 내주는 식으로 아주 작게 부업 겸 시작해서 점점 규모를 넓히는 방식으로 구상하거나, 아예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규모있게 운영해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늘 여행자들과 함께하니 여행자 느낌으로 일상을 살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커피를 내리며 하루종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은 낭만, 청소 빼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여유롭게 ‘놀멍 쉬멍’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 등등, 장밋빛 꿈을 마음껏 꿔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 집과 알고 지낸지 불과 몇 달도 안돼 이 집은 겨우 본전 정도만 건지고 남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넘기고 말았다. 이 집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집도 이주민이었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와 갖고 있던 자산과 대출을 합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역설적이게도 남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업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집은 재정 형편상 우리집이랑 같은 아파트 ‘연세’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매월 매출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은 곧 손님이 적지 않았다는 것. 처음엔 부부가 열심히 청소를 했다고 한다. 자기 소유의 게스트하우스다보니 얼마나 청소가 신났을까. 하지만 곧 탈이 났다. 청소라는게 해도해도 끝이 없는 법. 요령없이 청소하다보니 몸살이 나고 시간은 시간대로 쫓겼다. 게다가 대중없이 언제 손님이 들이닥칠지 몰라 늘 24시간 대기상태나 마찬가지. 어느 한 곳 편안하게 외출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아이대로 방치되는 것 같고...

결국 직원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직원이 하나둘 늘어나다보니 매출이 늘어봤자 인건비 빠지고 나면 또 남는게 없는거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라는게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 월 소득이 널 뛰듯했다. 성수기에도 인건비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는데, 비수기엔 완전 마이너스다.

성수기에 소득이 많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숙박비가 결국 가격 경쟁이다보니 일정 수준 이상 숙박비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현재 제주도 안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아도 너무 많다. 결국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여행객들에겐 가격 경쟁력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비싸도 여행객들은 ‘그 가격이면 펜션이나 호텔을 가지...’하는 심리가 작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객실이 가득차도 늘 나올 수 있는 최대 매출은 고정적인데 일손은 그럴수록 더 필요하니 수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쉽지가 않다.

결국 이 집은 고통스런(?) 비수기를 목전에 두고 게스트하우스를 매각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매각한 돈으로 다시 작은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해볼까 한단다. 이번엔 게스트하우스에 살림집도 같이 합칠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좀 무조건 쉬고 싶다고 했다. 그저 쉬고 싶다는 말에 그간의 피로감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그래도 이 집은 본전이라도 건져 다행이다. 지금 제주에는 대출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가는 게스트하우스가 아주 많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싼 값에 경매에 나온 게스트하우스를 낙찰받는데, 역시 또 대출을 끼고 낙찰을 받는 거다. 망한 게스트하우스는 망한 이유가 있는 법인데 그걸 대출받아 인수했으니 결국 얼마못가 적자에 허덕이다가 부채를 감당못해 또 경매 물건으로 다시 넘어간다. 쉽게 뛰어들 일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이 저지른 강력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어떤 영향이 미쳐질지 예상할 수가 없다. 도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행객이 얼마나 안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줄 지는 미지수다.

자영업이라는게 내적인 경영문제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외풍이 한번 크게 불어 닥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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