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자영업편 1)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자영업편 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5.30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나가는 대기업 사표 던지고 제주에서 돼지고기 연탄구이집 오픈 성공사례

제주로의 귀농 이야기에 이어 자영업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넓게 보면 자영농도 자영업에 속하지만 그보다는 의미를 좁혀서 들여다본다. 제주 이주민들이 제일먼저 쉽게 도전하는 것이 귀농과 자영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녔던 이가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번듯한 회사의 사원이었지만 정작 그는 숨막힐듯한 조직 생활이 힘들었다. 결국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던지고 제주행을 택했다. 제주에 내려와 바닷가에 작은 식당을 하면서 상사 눈치 안보는 삶을 꿈꿨던 것이다.

◇ 연탄구이 전문 업체 (특정 글 내용과 무관)

하지만 펜대나 굴리던 대기업 직원이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딱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식당을 한다고해도 막상 어떤 업종의 식당을 열지 그 또한 막연한 구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일단 식당에 취직해 일부터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간 곳이 돼지고기 연탄구이집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 직원으로 어딜가나 명함만 내밀면 대우받던 그는, 이제 하루종일 연탄가스 맡아가며 고기를 구워야 했다. 그렇게 꼬박 일 년동안 일을 배우고 나서 바다 가까운 곳에 드디어 자신의 식당을 마련했다. 작은 돼지고기 연탄구이집을 낸 것이다.

그동안 배웠던 영업 노하우에 서울 스타일의 서비스를 접목시키고, 홍보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니 금방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게를 낸 지 불과 일 년여 만에 그는 소위 ‘대박집’ 사장이 되었고, 제주에서 집도 사고 가게도 넓히고 최고급 외제차까지 몰게 됐다. 소위 서민갑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공한 것이다.

독자들이 그것이 실화냐고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각색을 했을 뿐이다. 내 글에 하도 실패 사례들이 많다보니 이런 성공사례도 소개하고 싶어 일부러 주변 이야기 중 아주 드문 성공사례 하나를 끄집어 내보았다. - 하지만 그 밖에 주변에 실패 사례만 수두룩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이다.

그런데 가끔 그 사장님을 볼 때마다 궁금한 게 있다. -아직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는 아니라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과연 제주에서 꿈꾸던 삶이 이런 것이었는지... 처음 제주에 내려올 때의 생각과 지금의 삶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돼지고기 연탄구이집은 점심때부터 가게 문을 여는데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장사가 잘되다보니 직원을 몇 명이나 쓰고서도 손이 모자라 부부가 모두 가게에 나와 일을 한다. 그 사장님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가끔 보면 가게 앞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식당을 운영해 본 사람들은 안다. 식당이 잘되면 잘 될수록 집안 꼴이 어떻게 되는지를.

가게 일이 잘되니 쪽박나는 다른 집보다야 무척 신나겠다싶다. 돈도 많이 벌리니 훨씬 재정적으로는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박난 자영업만큼은 아니더라도 대기업에서 받던 연봉도 적지는 않았을텐데, 그저 돈 많이 벌려고 제주도 내려온 건 아니지 않았을까?

그래도 상사 눈치는 안보는 자기 사업체를 가진 ‘사장님’이 되지 않았느냐고? 상사는 없지만 대신 왕을 모시게 됐다. ‘손님은 왕’이라니...들어는 봤나, 만나는 봤나... 술 취한 진상왕!!

서울서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소위 ‘대박집’이 생기면 주변의 시샘이 또 무시 못한다. 이 사장님은 늘 겸손한 태도와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데, 그러한 태도로 기존 상인들과 잘 어울려 지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토박이 상권이 꽉 들어찬 곳에서 갑자기 외지인이 들어와 지역의 돈을 긁어모은다고 판단되면 각종 트집을 잡아 해당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투서를 하는 이웃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 식당의 경우, 연탄구이집이라 연탄가스 때문인지 식당 구조가 개방형인데, 워낙 장사가 잘되니 가게와 붙여 옆 마당에 개방형 천막을 설치하고 테이블을 몇 개 놓았었다. 하지만 잦은 무허가 건축물 시비로 해당 지자체에서 수시로 나와 문제를 삼으면서 한동안 골치 꽤나 아팠다. 결국엔 건물주와의 갈등까지 겹쳐 가게를 이전해야만 했다.

잘 모르겠지만 돈이 벌리는 만큼 매일매일 속 썩는 일도 많아지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속 썩을 일이 더 많아지려는지 사장님의 큰 낙(樂)이었던 최고급 외제 승용차마저도 요즘들어 잦은 사고와 고장으로 말썽 부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바 있다.

그래도 다들 어렵다는 와중에 짧은 시간동안 그만큼이라도 이룬 게 있으니 이 분을 좀 더 호기심 갖고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중이다. 워낙 주변에 실패한 자영업 사례들이 많기에 이 분만큼은 성공 사례로 남아주기를 바라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