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농업편 4)
[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농업편 4)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5.2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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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막 내려온 귀농인에게 좀 더 쉬엄쉬엄 일해도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농사는 없을까?

사실 귀농하는 이유가 죽도록(?) 일만 하려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유로우면서도 생태적인 삶을 꿈꾸는 차원에서의 농업을 생각한 것이니, 노동에만 치우치는 삶은 도시 노동에 찌들은 삶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굳이 제주로까지 귀농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지는 것이겠다.

벌써 십여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귀농인들에게 관심을 끌던 것이 ‘차’농사였다. 당시에는 ‘웰빙’이다, ‘디톡스’다 해서 녹차 시장이 꽤 급성장했다. 그래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오히려 촌스럽고 옛날 사람으로 취급받던 시절이었고, 적어도 ‘녹차라떼’ 정도는 시켜줘야 세련된 도시인의 센스로 여겨지던 때였다.

이로인해 차 밭이 많았던 전남 보성이나 지리산 부근, 그리고 제주도를 향해 귀농인들이 움직였다. 차 농사가 귀농인들에게 관심을 끈 이유는 일반 밭농사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은 어느 정도 보장됐으니 초보 농사꾼으로선 해볼만한 일이었다. 예기치않게 녹차에 잔류농약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이 활성화되는 등 카페 시장이 커지면서 녹차 시장은 완전히 힘을 잃고 말았다.

지금도 제주도 안에는 새로 묘목을 옮겨 심으며 차를 재배해보려는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단기간에 소득을 올려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는 귀농인들에겐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차농사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게다가 보통 차 농사는 넓은 땅을 필요로 하는데, 땅 값이 많이 오른 지금 제주도에서 새로이 넓은 땅을 확보하는게 여간 쉽지가 않다. 예전부터 이미 차 농사를 시작한 분들은 이젠 녹차 생산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기도 하지만 요즘엔 또 넓은 차 밭을 활용해 체험형 관광농원으로 농업 외적인 수입을 꽤 올리는 분들이 있다. 요즘 차농사를 새로 지으려는 분들의 형편과 비교해보면 대조적이다.

◇보통 차농사는 넓은 땅을 필요로 하는데, 땅값이 많이 오른 지금 제주도에서 새로이 넓은 땅을 확보하는게 예전만큼 쉽지가 않다.

제주에서 단기간에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금성 작물로 월동무나 당근, 시금치 농사가 있다. 제주는 웬만해선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씨 때문에 우리나라 겨울철 채소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겨울의 폭설과 한파는 평생을 제주에서 살아온 원주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만큼 제주에선 아주 드문 일이었다.

이번 폭설로 하우스가 많이도 무너졌다. 그래서 하우스에서 재배되던 귤나무들이 많이 얼어죽거나 상했다. 그런 것들은 앞으로 3~5년은 열매를 맺기 어려울거라 했다. 무너진 하우스도 대규모의 시설하우스들이 많아 억대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풍요롭지 않은 농촌에서 억대의 시설을 갖추기까지는 또 몇 년 혹은 십여년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텐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이번 한파로 월동무도 얼어 죽었고 당근 밭도 갈아엎었다. 월동무가 냉해를 입기 직전엔 또 너무 많이 생산돼 가격폭락이 예상된다며 무밭을 많이도 갈아엎었다. 농민들에겐 이중 삼중의 고통이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게 농업의 현실이다. 그냥 땀 흘려 일한 만큼만이라도 대가를 얻을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지난 겨울 한파로 제주의 월동무가 냉해를 입었다. 월동무가 냉해를 입기 직전엔 또 너무 많이 생산됐다고해서 가격폭락이 예상돼 무밭을 많이도 갈아엎었었다. 농민들에겐 이중삼중의 고통이었다. (사진_고병기님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해 겨울엔 많은 제주의 농민들이 좌절했다.

무너진 하우스에서, 갈아엎어진 무밭과 당근밭에서 농민들의 희망도 함께 무너졌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그 중에 제주로 이주한 귀농인들도 상당수였다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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