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코로나19 시대 면역력 증진 소재로 주목받는 '발효식초'
[기획특집] 코로나19 시대 면역력 증진 소재로 주목받는 '발효식초'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8.09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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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는 가장 오랜 역사의 발효식품...조미 음료 등 다방면에 사용
안전성·품질 꼼꼼히 따지는 체크슈머, 첨가물 없는 천연발효식초 주목
농진청, 고품질 발효식초 제조 위한 초산생성 능력 우수한 종균 선발
건강기능성 소재 등록 위한 연구개발 박차...국민건강·산업활성화 견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각종 식초 제품들

 

식초는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발효식품 중 하나다. 발효식초는 음식을 조리할 때 고상한 맛을 더하는 조미용도는 기본이고, 물에 희석해 마시는 음료로서 뿐 아니라 요즘엔 혈압 및 혈당조절, 지질대사 개선, 항비만 등 다양한 기능성이 밝혀지며 용도 구분 없이 원물 함량을 높인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발효식초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고 비만과 염증 개선 외에도 사용하는 원료에 따라 각종 기능성이 구현된다는 연구결과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 등을 이용한 발효식초는 비타민과 아미노산, 유기산 등 여러가지 영양소가 함유돼 몸의 균형이 깨져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산성체질화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염분의 배설을 촉진함으로써 혈압 안정을 돕고, 피로 회복과 근육통 해소 등에 뛰어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식초 시장은 합성 식초의 인공첨가물 유해성 논란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집중도가 커졌고 이에 힘입어 천연 발효를 강조한 제품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각종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몸에 좋고 산도 높은 고급 발효식초 제조기술과 인체 효용성 연구를 주도하며 민간에 개발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농업 농촌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이 있다. 최근 국가 100대 연구 과제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농진청의 발효식초 개발 동향을 살펴보고 관련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제품의 성분과 원재료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구입하는 이른바 '체크슈머(Checksumer 체크와 콘슈머의 합성어)'가 늘어난 것은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낳은 결과이지만 결국은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천연발효 식초의 소비의 증가를 부추겼다.

국내 한 맛술브랜드는 기존 맛술제품이 주정발효식초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천연발효식초(100%)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성분을 중요시하는 체크슈머의 소비트렌드가 발효식초제품군 뿐만 아니라 발효식초를 원재료로 사용되는 타 카테고리까지 반영된 것이다.

한 음용발효식초 브랜드에서는 천연유래당 ‘알룰로스’를 결합한 홍초제품을 선보였는데,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설탕과 유사한 단맛(70%)을 구현했으며 칼로리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천연 발효 식초의 연구를 주도하며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연구기관 중 대표적인 곳이 농촌진흥청이다. 각종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몸에 좋고 산도 높은 발효식초 제조기술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2014년 9월 산도 8% 이상의 영양성분이 풍부한 고품질의 조미‧음료용 고산도 과일식초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식초를 만드는 우수 종균인 초산균으로 종초(씨앗식초) 제조조건을 확립해 만든 사과 배 포도 등 3가지 식초는 새콤달콤한 맛에 과일향이 풍부하며 음식의 간을 맞추는 조미용이나 물에 타서 마시는 음료용으로 모두 사용하도록 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한
과일발효식초 제품들

■ 천연발효식초는 각종 영양성분 풍부한 건강기능성식품

이렇게 만든 천연발효식초는 특히 장기간 자연 발효시키기 때문에 비타민과 아미노산, 유기산, 무기질 등 건강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풍부해 소화촉진, 피로회복, 간기능 강화, 혈압 안정 등을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당시 고산도 과일식초 제조기술 개발로 산도(4% 이하)가 낮고 이미·이취뿐만 아니라 수율이 떨어지는 전통(정치)발효식초의 단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식용으로 사용되던 일명 ‘빙초산’이라 불리는 화학식초나 빙초산에 물을 탄 희석식초(합성식초)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남는 과일을 식초 제조에 활용함으로써 과일 소비 촉진에 기여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농진청은 이듬해 5월 ‘한국 천연발효식초 생산자 협의회 창립총회’를 갖고 발효식초산업 활성화의 돛 올렸다. 청이 개발한 ‘발효식초 특허기술’을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촉진하는 씨앗으로 삼았다.

그동안 농진청에서 개발한 농가형 양조식초와 무독화 발효 옻식초, 알코올 내성 양조식초 등을 이전받은 20여 생산자들과 학계,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농‧특산물의 생산, 가공 및 판매‧체험 등을 통해 안정적인 농가 소득원을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복분자·발효옻 식초 등 비만·동맥경화 예방 및 뼈건강 강화 효과 과학적 규명

협의회는 농업인이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해 차별화된 발효식초를 제조하고 농외소득도 올릴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실용화 연구와 기술 지도를 강화하고, 생산자들은 농진청에서 이전받은 발효식초 제조기술로 지역 특색에 맞게 차별화된 고품질의 천연발효식초를 생산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농진청에서 개발한 복분자식초와 발효옻식초가 비만과 동맥경화를 막고 지방간 축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 결과가 같은 해 8월 발표되기에 이른다.

농진청이 건국대학교, 경희대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2014년 초산 생산 능력이 우수한 종균으로 발효해 개발한 복분자식초는 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복분자의 유용 성분을 보존하면서 항비만·항동맥경화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분자는 장미과에 속하는 산딸기의 일종으로, 갈산(gallic acid), 탄닌(tannin), 카테킨(catechin), 쿼세틴(quercetin) 등 유용성분이 풍부해 항암, 면역증진 등 생리활성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옻에 함유돼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우루시올'을 제거해 2015년 특허 등록된 발효옻식초는 옻의 식품소재로서 활용 가치를 높였다. 옻은 혈액순환 촉진, 위장 및 심장 질환 치료, 항산화, 항돌연변이, 항염증 등에 효과가 있는데도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함에 따라 식품소재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농진청이 개발한 우루시올 제거 기술로 다양한 식품에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농진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발효옻식초를 비만 쥐를 대상으로 9주동안 먹인 경우 먹이지 않은 대조구에 비해 몸무게가 6~7% 감소했다. 또한 식초를 먹인 쥐의 혈액에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12~31% 낮아졌는데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20~49% 늘어난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은 53~57% 줄어들었다. 이로써 동맥경화지수도 식초를 먹이지 않은 쥐(2.35)에 비해 낮은 0.96~0.99로 확인됐다.

특히 발효식초를 먹인 쥐의 체내 대사물질을 분석한 결과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는 글루크로나이드(glucuronide), 리소포스파티딜콜린(Lyso-phosphatidylcholine), 자일로스(xylose), 글라이신(glycine) 등이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은 특히 식초를 먹인 쥐에서 간의 총 지질은 46~52%, 분변의 지방 함량은 75~8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식초를 먹으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16년 6월 무독화 옻식초와 복분자식초가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추가로 규명했다. 성장기 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발효식초를 먹인 실험에서 경골 길이(38.2mm)가 먹이지 않은 쥐(35.9mm)에 비해 유의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칼슘을 먹인 쥐(37.3mm)와 칼슘 보조제를 먹인 쥐(37.5mm)보다도 경골 성장이 높았다.

또한 폐경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파골세포 형성에 필요한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비교한 결과 발효식초를 먹인 쥐의 사이토카인 함량(34.6pg/ml)이 먹이지 않은 쥐(28.3pg/ml) 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 발효식초는 시판 일반식초와 달리 당류 함량이 적고 자일리톨, 호박산, 미오이노시톨 등의 기능 물질들이 다량 함유돼 최근 영양 불균형으로 고도 비만이나 골다공증성 골절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비만 예방과 뼈 건강 개선에 유용한 식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꾸지뽕 열매(왼쪽)와 농진청이 이를 원료로 만든 꾸지뽕식초

■ 농진청, '꾸지뽕식초' 항염증·체지방 개선 효과 세계 최초 밝혀내

발효식초의 다양한 건강기능성을 연구하고 있는 농진청은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꾸지뽕식초가 항염증 및 체지방 개선 효과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구명하는 쾌거를 이뤘다.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인 꾸지뽕(Cudrania tricuspidata)의 끈적거리고 단맛이 나는 붉은 열매는 예로부터 당뇨, 고혈압, 여성 질환 등 민간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농진청은 이런 점에 착안해 향기와 산 생성능력이 우수한 발효종균을 발굴하고 발효온도와 기간 등 제조 조건을 최적화해 발효기간을 기존의 전통발효(2개월)보다 절반으로 단축(1개월)해 좋지 않은 맛과 향을 줄인 산도 7% 이상의 꾸지뽕식초를 개발했다.

이러한 꾸지뽕식초는 농진청이 전북대학교, 광주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한 세포·동물실험에서 지방 축적은 최대 46%, 혈중 지방 성분(트리글리세리드) 함량은 최대 36% 감소시키는 등 지방 세포의 지방 축적을 억제했으며, 염증 유발인자(TNF-α, MCP-1) 또한 최대 28% 줄어 염증 반응 관련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꾸지뽕 식초를 먹인 비만 쥐의 체중 증가율은 미처리 쥐보다 55%나 감소했는데,. 이는 시판되는 지질강화 치료제(fenofibrate)와 체지방 감소 개별인정 소재(발효식초석류복합물)보다 각각 37%, 8% 이상 억제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꾸지뽕 식초를 먹은 쥐의 간 무게는 먹지 않은 쥐보다 47%, 간 내 지질 축적은  30%씩 감소했고, 혈청 콜레스테롤 17%, 중성지방 70%, 혈당 19%, 인슐린 78% 줄어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외에도 동맥경화지수 20%, 동맥경화상관계수 97%, 심장위험지수 25%, 관상동맥지수 82% 줄어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농진청은 이 연구 결과를 Journal of Food Biochemistry 등 다수의 국내외 논문에 게재하고 3건의 특허출원 완료 후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소재 식초제조업체에 기술이전 했다.

발효식초의 과학화 및 현대화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여수환 박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염증성 질병과 고도 비만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국산 발효 종균으로 제조한 고품질의 꾸지뽕 발효 식초가 국민 건강 증진에 유용한 건강식품으로 활용되고 농산업체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산도와 생산 수율이 낮고 좋지 않은 맛과 향이 발생하기도 하는 전통 발효식초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항아리를 활용해 빚은 농가형 천연양조식초 제조 방법과 이를 이용한 양조식초 등 다수의 식초제조 기술을 2012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전국 117개 소규모 농가형 식초 제조업체에 기술이전함으로써 농산업체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전북 고창에서 열리는 ‘식초문화도시 고창 선포식’에서 농진청 자체적으로 개발한 씨초 증정과 식초제조기술을 이전해 지차체의 발효식초 육성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씨초(종초)는 발효식초 제조에 사용하는 초산균을 배양한 것으로,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씨초와 식초는 국산 곡류와 과일로 만든 것으로 전통 발효식초보다 초산 생성은 1.5∼2배 잘 되고 GABA와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과일향이 나며, 비만 예방과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식초 원료가 되는 쌀, 보리 등 곡류와 복분자, 아로니아 등 베리류의 국내 최대 산지로 유명한 고창군은 식초 문화의 저변 확대와 전문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및 과학화 검증 체계적인 발효식초 산업화를 통해 세계 4대 식초도시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고창군은 이를 위해 발효식품 공유시설 구축을 위한 플랫폼 조성과 복분자 식초를 활용한 면역력 제품개발 사업, 식초마을 조성, 식초를 소재화한 다양한 테라피 및 뷰티 제품을 개발하는 등 미래 농생명 식품산업으로서 식초산업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최지영 과장은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기술이 고창의 농산물과 만나 식초문화산업을 이끄는 기반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농산물에 발효가공 기술을 결합해 농업의 변화와 소비 확산을 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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