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농업편 1)
[류양희의 좌충우돌 제주정착기-수다 in Jeju] – 일자리 구하기(농업편 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5.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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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아도 J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본다.

◇제주에 살아도 ‘효리네 민박’을 본다.
거기엔 제주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판타지가 다 들어있다.
하지만 모두다 효리네처럼 살 수는 없다.

거기엔 제주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판타지가 다 들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싱그럽고 넓은 정원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다. 아침이 바쁜 도시인들에겐 이것만해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낮잠을 즐기고, 따뜻한 햇살아래 요가를 하고, 더울땐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고, 그러다가 뉘엿뉘엿 수평선으로 지는 해를 바라다본다.

많은 이들이 제주에서 효리네처럼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두다 효리네처럼 살 수는 없다. 처음 제주에 내려온 사람들은 우선 몇 달간 효리네처럼 살아보기도 한다. 퇴직금을 두둑이 받았거나 그런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몇 년까지도 놀면서 즐긴다. 하지만 하루하루 통장은 가벼워지고 그럴수록 하루하루 마음은 무거워진다.

무언가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주민들 사이에서 보통 하는 이야기가 제주도는 일년을 둘러보면 더 둘러볼 곳이 없다한다 – 제주도에서 일년반 넘게 살고 있는 이주민으로서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이 말에 전혀 동의할 순 없지만 어쨌든...-그러면 바로 단조로운 제주 생활이 따분해지기 시작하는데 여행자 입장에서는 별로 체감하지 못했던 고립감도 비로소 느끼게 마련이다.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제주민들과 어울리기가 쉽지않아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이를 극복하고 진짜 제주민 사이에 조금더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뭔가 해야 한다. 그래야 정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게 또 만만치가 않다. 보통 이주민들이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방식은 귀농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방법 그리고 취직을 하는 방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느것 하나 쉬운건 없다.

일단 귀농에 대해서 짚어보자.

◇제주하면 귤밭부터 생각이 난다.
제주도는 사시사철 귤농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제주하면 귤밭부터 생각이 난다. 요즘 귤농사는 남해안 지역에서도 꽤 짓는 걸로 알고 있지만 노릇노릇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귤밭과 그 뒤 눈덮인 한라산 배경은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외국과의 통상 협상 등으로 값싼 오렌지가 들어오면 우리나라 귤농사는 금방 망할줄 알았다.

일단 당도면에서 오렌지가 귤을 앞서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차이가 없어지면 귤이 당연히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기는 하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귤은 살아남았다.

제주도는 사시사철 귤농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1월, 귤 수확철이 시작되면 일반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고 귤따러 가는걸 인정해 줄 정도다. 이때가 되면 어린이집도 주말에 문을 연다. 부모가 아이들을 맡기고 귤을 따러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다.

학교에서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귤 수확철이라 바쁜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위생 문제나 건강 관리 등에 있어서는 소흘함을 최소화시켜 달라고 강조하고 나설 정도다.

얼마 전 나에게도 귤농사를 지어볼 기회가 생길 뻔했다. 재배 면적은 천 평쯤 되었다. 귤밭 주인은 육지에 거주하는, 제주도와는 연고가 없는 분이었으나 땅을 상속받아 귤밭을 소유하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지금껏 관리인을 두어 귤밭을 간접 경작하고 있다. 이번에 그 관리인이 그만두게 되면서 새로운 사람을 수소문하는 중이었다.

밭주인은 무농약 무비료로 친환경 귤농사를 지어줄 관리인을 찾았고 그런면에서 나와 인연이 닿게 되었다. -사실 귤농사를 친환경으로 짓겠다는 것은 이곳 물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나 가능한 무모함(?)이었다.- 구체적으로 의사타진을 해나가던 중 마지막에 가서 원래 관리하던 분이 다시 농사 짓겠다고 번복하고 나서면서 나와의 일은 무산되게 됐다. 하지만 어쨌든 귤농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웬만한 제주민들은 귤밭을 직접 갖고 있거나 가족과 친지 중에 귤농사를 짓고 있어 귤농사와는 직간접으로 얽혀 있다. 그러니 누구를 붙잡고 이야기하더라도 귤농사에 대한 정보는 금방 수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귤농사를 지어보련다는 나에게 한결같이 그 분들이 보인 반응은 “웬만하면 손대지 마라”는 강한 만류였다.

그 이유인 즉 이렇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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