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양유업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연구결과’ 무엇을 노렸나?
[이슈분석] 남양유업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연구결과’ 무엇을 노렸나?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4.14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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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세포실험 발표에 전문가들 '혼란스럽다'...저의 의심
회사 주가 장 마감 전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마감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제품을 꾸준히 음용하면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을 예방 내지는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다수 전문가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갑작스런 연구결과 발표의 숨은 뜻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13일 오후 한국의과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소재 중심의 항바이러스 연구에서 벗어나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세포실험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도 77.8% 저감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부작용이 없고 안전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식품이라는 점과 이러한 효과가 인체와 유사한 개의 신장 세포에서 발현됐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예방이나 완화, 치료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박종수 남양유업 연구소장이 불가리스를 꾸준히 섭취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백순영 교수가 세포실험 결과와 예방과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패널 토의에 참가한 백순영 전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미생물 바이러스학)는 즉각 정 소장의 발언 수위 조절에 나섰다. 백 교수는 “이번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실험은 인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개와 원숭이에서 채취한 세포에 인플루엔자와 코비드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유산균의 존재 여부에 따른 감염 예방의 정도를 퍼센트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 예방과의 관계는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백 교수는 “다만, 약 개발을 위한 시초 단계가 세포배양 수준에서 항바이러스 효과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이때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바이러스의 활성을 낮추면 약으로 가능한데, 약이 아닌 식품(불가리스)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백신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업계 유산균 전문가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아직 세포실험 단계에 불과한 연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한 남양유업 측에 무리수를 두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유업체 한 관계자는 “세포실험 결과는 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라 평가 자체가 어렵다. 최소한 동물실험까지는 진행해야 그나마 가치판단이 되는데 발표한 내용으로 봐서는 자료가 너무 불충분하다.”며 “발표하지 않은 다른 데이터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너무 단순해서 뭐라 평가하기 어렵다. 혼란스러울 뿐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미생물 전문가는 “유산균이 생육하면 pH(수소이온농도)가 산성을 띠기 때문에 이 영역에서는 다른 균이 자라지 못한다. 쉽게 말해서, 맨손으로 버무려 담근 김치가 제대로 익을 때는 유산균만 남게 되듯이, 제대로 발효된 조건에서는 어떤 균을 넣어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유산균 발효유도 마찬가지여서 제품별 비교 테스트 결과가 있어야 불가리스만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그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청도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함에도 세포실험 단계에서의 결과로는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SNS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수많은 발효식품 중 특정 제품을 언급하면서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비트로(in vitro) 조건의 시험관 실험으로는 가설을 세울 수는 있지만, 모든 걸 다 뛰어넘어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 ‘코로나19는 식도가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 폐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다. 억제 효과에 대한 가설도 불가리스를 마실 때 식도가 아닌 기도로 흘러가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발표 시기와 ‘심포지엄’이라 하면서 기자들만 불러놓고 진행한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대중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행사가 취소되고 꼭 필요한 인원만 현장에서, 나머지는 영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일반화된 상황이란 점을 적시하고 있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 600명대를 넘는 날이 계속되자 정부는 5인 이상 모임금지와 음식점 등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를 2주 더 연장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행사 및 회사 관계자를 포함해 선착순 60명을 신청받았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 발표 직후 13일 이 회사의 주가가 장 마감 직전에 급등한 점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업체에서 인체 임상시험을 거쳐 입증된 효과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단순한 실험실 연구결과를 발표한 남양유업의 이날 주가는 장 마감 30분 전에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식품 및 낙농·유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의 주장대로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연구 결과라면, 동종 업계와 학계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더 나은 연구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도, 언론사만 모아놓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회사 이미지업을 노린 발표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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