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 ③
[전문가 제언]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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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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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한국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부장

최근 AI(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계란 파동 등 일련의 식품안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식품안전 관리 정책이 과거 규제 완화에서 강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양상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관련 산업은 제품개발이나 영업·마케팅 면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서 조금이라도 허술한 면이 보이면 가차 없이 외면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국민보건 증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명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효율적인 식품안전 관리 방안에 대해 식품 현장에서 문제점을 체감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 이주형 한국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부장

최근의 식품사고는 식품 품목이나 단계에서 발생하는 안전의 문제라기보다는 식품 리스크에서 기인한 불안감이 사회적・정치적 갈등단계를 거쳐 국가적 사안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안심의 문제로 이행되는 듯하다.

과학적인 안전성의 추구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즉, ‘안전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식품사고는 안전보다 '안심'의 문제...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절대 중요

결국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어를 가르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알파벳이듯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의 기준이 제로리스크(Zero Risk)에서 허용 가능한 리스크로 변경되었다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이해되어야 한다.

식품의 특성상 '제로 리스크(절대적 안전)'란 있을 수 없고, 그렇기에 위해요소의 유무가 아닌 국가가 노출량 즉, 국민이 섭취하는 총량을 관리해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는 체계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에서도 식약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빠르게 위해성 평가를 토대로 하루 2.5개 달걀은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러한 메시지 전달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많지만, 식약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전달의 방향성을 유지하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민의 메시지 전달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은 소비자 행동통찰력 등을 도입해 식품안전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 살충제계란 파동은 분산 관리의 구조적 문제점...식품안전관리 기관 중심 일원화 필요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나타난 위해물질 검출 사안은 이미 미국 의회 입법지원 기관인 GAO(회계감사원)에서 분산관리 체계 국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적시하고 있다.

농업생산을 위한 화학 잔류물 검사와 식품안전을 위한 화학 잔류물 검사는 목적과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분산관리 체계 하에서 발생될 수 있는 전형적이고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도 식품안전관리 기관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법안이 1999년 이후부터 2015년 식품안전법 발의안까지 계속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FSMA 개정도 이러한 일원화 추진의 일환으로 FDA의 예방적 감독권을 강화하며 사료, 농업안전기준, 농산물유통기준 등 농업 관리의 영역 일부를 FDA가 관리하게 됐다.

EU에서는 BSE사건을 거치며, 농업 피해를 우려해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EU위원회와 식품안전관련 기업총국과 농업총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농업관리와 식품안전을 명확히 구분하는 정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는 보건식품안전총국으로 일원화를 진행하고 사료를 포함한 생산에서 소비까지 소비자와 환경의 보호를 중심으로 통합적 식품안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 농장~식탁까지 푸드체인별 식품안전법령 체계로 개편해야

우리나라도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형식적 일원화를 넘어 실질적 일원화 완성을 위해 위탁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사료를 포함한 생산농장부터 식탁까지 푸드체인별 세부 식품안전법령 체계로의 개편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품안전관리 체계는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식품산업을 규제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EU와 미국의 식품법들은 식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사안을 최소한으로 하는 자율규제로 이행하면서도, 산업체의 책임강화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전적으로 행정이 산업체를 통제·관리하던 패러다임에서,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되 식품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손해배상을 촉진함으로써 산업과 소비자의 권리 수준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식품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산업체 자율규제를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야한다. 이때 식품안전행정의 주된 역할은 원인규명과 회수 등을 원활히 해 중간자적 입장에서 식품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식의약 국민청원제의 도입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 도입한 매우 신선한 제도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제도가 성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 식품안전 관리는 산업 활성화와 병행돼야

식품안전은 감염, 환경, 방사능 등과 같은 문제이지만, 크게 다른 점이 존재하는데, 산업을 활성화하면서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안전관리 기관이지만, 현대적 의미에서는 식품산업의 첨병이자 식품안전의 파수꾼으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약처가 규제를 강화해 산업체를 어렵게 한다고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식품산업의 역량이 강화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홍콩 대만 등에서 일본산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안전이 보장된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국제적 안전신용도 제고로 인한 수출 증대에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식품산업체가 각국의 위생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식약처, 각국 식품법 및 국제법 영역 지원 필요

국가 간 식품교역이 활발해진 오늘날, 전 세계는 식품 수출입 확대를 통한 식품산업의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각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식품법 등의 차이로 인해 비관세장벽으로 식품위생협정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직면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현대적 식품안전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비관세장벽 등 각국의 식품법뿐만 아니라 WTO 분쟁 등 국제법 영역에서의 업무 확대와 보강을 통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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